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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용경식 옮김

맑은 바람 2016. 10. 6. 00:29



얼마전 동생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중에 나오는, 로맹 갈리의 <새벽의 약속>을 들어보라고~

단서가 붙었다. 글 속의 엄마가 우리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고~

유투브로 들어가 김영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글속의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닮았다.

자신은 허름한 옷을 걸치고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자식으로 키우려 했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상이 자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에 나온다.

 

그 글의 저자가 에밀 아자르라니--

오래 전에 동생이 직접 번역했다고 가져다 준 <자기 앞의 생>-서가에서 얌전히 기다려준 책을 찾아냈다.

책 읽어 주는-’의 안내를 받고 나니 이 책이 새삼 무척 재미있게 다가왔다.

 

배경은, 화려하고 문화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유행의 도시 파리의 외곽 벨빌-

아랍인, 쫓겨난 유태인, 흑인들이 달박거리며 끼니를 겨우 이어가는 도시 속의 섬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14살 주인공 모모(모하메드)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한때 창녀 노릇을 하며 살던 65세의 로자 아주머니의 손에 길러진다. 가난하고 배운 바 없는 빈곤층이 모여 사는 곳에서도 모모는 정신적 멘토 하밀 할아버지에게서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가르침을 얻고, 의사선생님 카츠를 통해 자존감을 맛볼 수 있게 되며 늘 자신감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 女裝 남자 롤라 아주머니를 만나 그녀를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들의, 人種을 초월해서 서로 돕고 사랑을 나누며 사는 모습은 가진 자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자기를 길러준 로자 아줌마가 마침내 병들어 죽음을 앞두었을 때 그녀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병원 행을 막으려고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거짓말을 둘러대며 그녀를 끝까지 지켜준다.

屍身이 된 로자 곁에서 모모도 식음을 전폐하고 생의 미련을 거두려 한다.

요새 메스컴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죽은 자와 동거하는 사건들이 예사롭지 않게 생각된다.

모모의 행동이 종잡을 수 없고 惡童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읽는 내내 긴장감의 고삐가 풀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재미다.

 

<되새기고 싶은 말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 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하밀 할아버지

 

-시간은 낙타대상들과 함께 사막에서부터 느리게 오는 것이며, 영원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

-하밀 할아버지

 

-나는 필요이상 살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나를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 할 거야.

의사는 처방전이라는 것을 갖고 있어. 그들은 끝까지 괴롭히면서 죽을 권리조차 주지 않을 거야.-로자 아줌마

 

작가 에밀 아자르라 하는 로맹가리는 권총 자살했다. 그의 유언은 이랬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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