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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파타고니아> 브루스 채트윈

맑은 바람 2016. 7. 30. 17:07

 

<파타고니아>

-브루스 채트윈(1940~1989) 현암사

 

5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건만 중간에 일도 많았지만 사이사이 먼저 손에 잡히는 책이 있어 그 책들을 먼저 읽고 이제야 마지막 페이지를 끝냈다.

머나먼 사막을 횡단하듯, 오랜 항해를 마친 듯한 기분이다.

너무 여러 날에 걸쳐 읽다 말다해서 조각 맞추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앞쪽의 채트윈의 전기 작가 니컬러스 세익스피어의 글과 끝부분에 옮긴이의 말을 토대로 줄거리를 재구성해 본다.

 

처음 파타고니아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여기가 도대체 지구 어디에 붙어 있는 땅인가 하는 궁금증부터 생겼다.

그곳은 남아메리카 맨 아래쪽-유럽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먼 지구의 끝이다.

칠레의 동쪽 아르헨티나 전역에 걸친 땅으로 그 중심에 파타고니아 사막이 있다.

 

작가는 197411월에 영국을 출발해서 넉 달 동안 파타고니아를 여행한 후 돌아와 1977<파타고니아>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다.

채트윈은 이 책으로 영국의 호손든상’, 미국의 E.M.포스터상을 수상한다.

이 여행기는 기존의 여행기와는 뭔가 사뭇 다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의 기록이 여행기일진대 이 책은 전해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전역을 돌아다니며 현재 그 땅에 살고 있는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  이미 사라진 인물들의 삶을 추리소설 엮듯 그려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읽다보면 이게 여행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떠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사건이 꼭 있다.

채트윈이 1972<선데이 타임즈>기자로 있을 때 파타고니아 지도를 접한다.

그 지도를 그린 93세의 아일린 그레이는 나 대신 그곳에 꼭 가 봐달고 청한다.

파타고니아는 채트윈에게 이미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할머니 집 부엌 장식장에 있는 의문의 가죽 조각’-선사시대 브론토사우루스로 추측되며 이 동물은 바로 파타고니아에 살았다 전해진다. 훗날 그 가죽의 정체는 멸종된 대형 나무늘보인 밀로돈으로 밝혀졌다.

할머니에게 그 조각을 선물한 이는 바로 할머니의 사촌 찰리 밀워드 선장으로 파타고니아에 살았다.

따라서 이 책은 찰리 밀워드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며 그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어떻게 파타고니아로 흘러들어왔는지, 97개의 토막이야기가 작가의 천재적 영감과 추리를 통해 하나하나 흥미롭게 펼쳐진다.

 

*파타고니아 Patagonia:

남아메리카 콜로라도 강 이남지역 673,000 km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큰 건조지대 덤불.

북쪽은 콜로라도강, 동쪽은 대서양, 남쪽은 코이그강, 서쪽은 안데스 산맥과 경계를 이룬다.

11000여 년 전 인디오 부족의 땅으로 최초로 인간이 정주한 증거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백인들이 신대륙 운운하면서 이 땅에 발을 들여놓고 갖은 방법으로 인디오 원주민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한 후, 그들이 한바탕 분탕질을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땅에 뒤를 이어, 유럽에서 가지각색의 인간들이 밀려들어온다.

선교사, 고고학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 타고난 방랑자, 도망자, 나치전범, 왕이 되고 싶은 귀족들

지금은 각종 혼혈인들이 浮萍草처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