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수도원기행 -공지영

맑은 바람 2016. 10. 12. 00:43


도전은 아름다운 거, 그것이 뭐가 되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내게 <수도원 기행>이 큰 은혜가 되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으나 읽는 동안 마음이 평화로웠다.

작가가 20여일 여행하는 동안 수도원 안팎에서 만난, 따뜻하고 친절하고 조건 없이 베푸는 그런 이들의 모습이 읽는 이의 가슴에 조용히 타오르는 촛불처럼 여겨져서였을까?

또 한편 작가 자신이 도처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풀어놓으면서 더할 수 없이 솔직하게 고해성사 보듯 자신의 내면을 열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녀는 책 속 여기저기서 기적 같은 사건들을 털어놓는다.

전화가 오기 하루 전에 툭 던진 소망의 말-한 달만 유럽의 수도원에 가서 쉬고 왔으면-이 다음날 한 통의 전화로 실현 가능한 일이 된 거라든지, 흐리고 비 오다가도 그녀가 길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날이 갠다든지, 달리는 열차에서 쌍무지개의 환상을 본 일이라든지--

 

-너무나 그곳에,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그곳에, 나는 가고 싶었다.

몰타에 숙박비를 보내 놓고 카운트다운하고 나의 심정과 똑같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먹구름이 걷히고 내 생에 찾아온 인디언 썸머

누구나처럼 본바탕은 옥색하늘빛인데 자의반 타의반 스스로를 먹구름 속에 가두어 놓고 살지는 않았는지--

 

기회가 있으면 가고 싶은 곳: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경치를 가진 고속도로(파리-싸르트르-그랑빌)

**북부노르망디 해변의 에트르타

 

음울한 중세 수도원을 연상했던 저자에게 처음 만난 아르정탱 수녀원의 수녀들은 하나같이 몸에 밴 미소와 나이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문을 따준 수녀님, 한국에서 온 수녀님, 원장수녀님도--

읽는이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몰타에서 300여 개의 성당을 드나들며 다시 착실한 신자로 돌아온다면 나는 그때 이렇게 말하리라.

     C’est un miracle! 그것은 기적이예요

 

<생각이 잠시 머무르는 말들>

-나는 내 마음대로 살고 싶었고 바람처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내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르며

가벼이 떠돌고 싶었다.

 

-사람을 향해 웃어주는 것, 이보다 더 큰 기도가 또 있을까?

 

-많은 것들을 가지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고통과 결핍은 가장 좋은 학교

 

- 항복하니 행복하더라(하느님 품으로 돌아와서 작가가 깨달은 것)

 

-유럽 젊은이들은 행복하지 않아요. 이미 모든 것이 이루어진 곳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불행일 수도 있는 거예요.

(킴지수도원 안내를 맡은 주버 여사의 말)

 

-그런데 나는 왜 유물론자였다가 18년만에 신에게로 돌아와 이 기행을 하고 있을까?

나는 내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님을 알았고 그래서 나는 구덩이에 빠진 기분이었고 그러니 사방이 막혀버려서

하는 수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했는데 그때 거기 하느님이 나, 여기 언제나처럼 네 곁에 있다,

간절하게 말씀하셨다--

 

-가난한 마리아와 요셉이 지상에 방 한 칸 차지하지 못하고 마굿간에서 낳을 수밖에 없던 비참한 아기가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지극한 신비가 기독교의 매력 아닐까?

 

-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일부러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 때도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수많은 군중 속에서 유독 그 사람의 뒤통수를 알아보는 것, 수많은 발자국소리 중에서

유독 그의 발소리를 알아듣는 귀를 가지는 것이다.

 

-나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생은 길고 나누어야 할 것은 아주 많다. 밀알이 쪼개져 백배 천배의

밀알이 되듯이, 쪼개면 쪼갤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이 지상의 유일한 것,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알 것 같으니까

 

-모든 좋은 여행의 결과가 그렇듯이 다시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한 뼘이나 자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용된) 장 루슬로의 시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회가 닿으면 프랑스, 스위스 독일의 피정의집에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찾아간 수도원-

 

지역

수도원

특징

세워진 때

1

프랑스

아르정탱 베네딕트 수녀원

봉쇄(관상)수녀원

47(한국인 2)

AD 580

2

솔렘 수도원()

그레고리안 성가의 원조, 자급자족(포도주와 목공예, 숙박)

 

 

3

테제(Taize)공동체

25개국 90명 수사가 거주

(2만 명까지 숙식 가능)

종교를 초월, 사랑과 화해의 공동체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공동체

19408월 스위스개신교목사 아들 로제가 세움

4

오블라따 수도회

(마리아의 무염시태 수도원)

수도복이 따로 없고

사복 착용

선교와 교육 중심

 

5

마꽁수도원

베네딕트 여자수도회

 

6

스위스

길 위의 성모피정의집

스위스 프리브에 위치

장신부님

 

7

마그로지 여자시토회 수도원

웃는 예수님상

종교개혁 당시 작품

1848년 건물

8

오뜨리브 남자시토회 수도원

봉쇄수도원

가난하지 않음

 

9

독일

킴지 수도원

36명의 수녀

뮌헨 근교

불친절한 인상

 

10

오스나브뤽 베네딕트 여자수도원

봉쇄수도원

31분 수녀

손님을 예수처럼

누구라도 와서 쉬라

직조, 재봉, 밀떡 제조

귀족의 별장이었던 곳 피정의 집 운영

 

 

11

브레멘 성당

 

 

12

몽푀르 수도원(마리엔 하이데)

게르트 윌리 비게스 신부 포함 4

교육, 가난한 자 도움

(피정, 성지순례 통역하는 김은애씨)

1957년 도미니코회에 의해 창설

13

림부르크 수도원

초현대식 건물

교육과 봉사 중심

비안네 (한국)수녀

 

 

 


'책 ·영화 ·강연 이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명  (0) 2017.06.22
영초언니  (0) 2017.05.25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용경식 옮김  (0) 2016.10.06
<아랍>을 읽고  (0) 2016.08.29
파타고니아  (0)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