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의 나날들 제15일<대청소>

맑은 바람 2016. 11. 15. 04:57

 

 

새벽에 악몽을 꾸었다. 벌써 몇 번째다.

슬며시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대니가, --아직도 곰팡내가 나지 않어?

묻는다.

이 방에 들어선 첫날. 곰팡내가 심해 패브리즈를 두 통씩이나 사 놓고 수시로 뿌리는 중이다.

 

침실에서 더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니가 나갔다 오더니 잠시 뒤 직원이 왔다.

사무실에 얘기했나 보다.

 

내가 침대를 가리키며 여기서 많이 나는 것 같다 했더니,

직원이 침대 밑에 손을 넣어 쓰윽 훑는다.

장갑에 파란 곰팡이가 묻어났다.매트리스를 들추니 그 사이에도 푸르딩딩한 곰팡이가 가득하다.

모두들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잃었다.

 

지난번 있던 방은 발코니가 없어 빨래 말리는 데 문제가 있어 이리 옮긴 것인데 이 지경이다.

 

또 방을 바꿔주겠다고 해서 여기 청소를 부탁한다 했다.

 

한참 후에 돌아와 보니 박하향이 난다.

돌식탁과 냉장고까지 다 끌어내고

대청소를 했단다.

 

악몽의 원인이 밝혀진 듯하다.

 

곰팡내 나는 이 공간에서 그냥 참으며 지냈더라면 건강을 찾기는 커녕 병을 얻어갈 뻔했다.

 

여기 와 있는 동안 좋은 쪽만 보고 지낼랬더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