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악몽을 꾸었다. 벌써 몇 번째다.
슬며시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대니가, --아직도 곰팡내가 나지 않어?
묻는다.
이 방에 들어선 첫날. 곰팡내가 심해 패브리즈를 두 통씩이나 사 놓고 수시로 뿌리는 중이다.
침실에서 더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니가 나갔다 오더니 잠시 뒤 직원이 왔다.
사무실에 얘기했나 보다.
내가 침대를 가리키며 여기서 많이 나는 것 같다 했더니,
직원이 침대 밑에 손을 넣어 쓰윽 훑는다.
장갑에 파란 곰팡이가 묻어났다.매트리스를 들추니 그 사이에도 푸르딩딩한 곰팡이가 가득하다.
모두들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잃었다.
지난번 있던 방은 발코니가 없어 빨래 말리는 데 문제가 있어 이리 옮긴 것인데 이 지경이다.
또 방을 바꿔주겠다고 해서 여기 청소를 부탁한다 했다.
한참 후에 돌아와 보니 박하향이 난다.
돌식탁과 냉장고까지 다 끌어내고
대청소를 했단다.
악몽의 원인이 밝혀진 듯하다.
곰팡내 나는 이 공간에서 그냥 참으며 지냈더라면 건강을 찾기는 커녕 병을 얻어갈 뻔했다.
여기 와 있는 동안 좋은 쪽만 보고 지낼랬더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해외여행 > 몰타 유학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타의 나날들 제17일 <임디나 야경> (0) | 2016.11.17 |
---|---|
몰타의 나날들 제16일 <친구에게> (0) | 2016.11.16 |
몰타의 나날들 제 14일 <근거리 여행계획> (0) | 2016.11.14 |
몰타의 나날들 제 13일 <고조 코미나섬 투어> (0) | 2016.11.13 |
몰타의 나날들 제12일 <또다른 만남> (0) | 2016.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