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의 나날들 제16일 <친구에게>

맑은 바람 2016. 11. 16. 05:58


 

 

 

 

 

 

 

 

 

 

 

 

 

 

 

 

 

 

 

 

잘들 지내지? 라고 물을 수 없어 이 편지를 쓰는 일도 좀 망설여지네.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 되었을 때 누구 못지않게 기뻐하며,

"Sogang proud of you! "를 외쳤는데~~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고 있을 때 싱가폴에 있는 작은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어.

 

"엄마, 나가거든 절대 한국뉴스 보지 마세요, 절대루요!"

 

그러나 여기서도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야 해서 열다보니 국내소식을 외면할 수가 없네.

또 CNN을 틀면 한국뉴스에 톱으로 그녀 이야기가 나오니 무슨 말인지는 잘 못알아 들어도 창피스런 얘긴 거는 짐작으로도 알잖아.

 

올해는 내 후반기 인생에 가장 큰 획을 그은 해라 한국을 떠날 무렵에는 만성피로가 몰려와 24시간 피로했어.

밤이나 낮이나 전철 안에서나 노상 졸음이 쏟아지고 무력감이 밀려와 무슨 중병에라도 걸린 게 아닌가 슬며시 겁도 나대.

 

집 떠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네.

그동안 비가 몇 차례 오긴 했는데 밤사이거나 낮에 잠깐씩 뿌리고 늘 햇살이 눈부셔서 썬그래스가 없으면 눈알이 탈 것 같어~.

 

숙소에서 30분만 걸으면 지중해의 푸른 물결이 찰랑이고 한시간쯤 걸으면 땀이 촉촉히 배어 옷을 하나씩 벗게 돼.

거리는 애나 어른이나 대낮에는 아직도 반팔, 반바지가 대세야.

 

정신이 번쩍 드는 11월의 싸늘함이 이곳에는 없어.

 

고기와 채소, 과일이 서울보다 싸고 좋을뿐더러 일본쌀이 우리쌀 못지않아 먹거리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영어공부도 두 주일이 지나니 이 눈치 저 눈치가 밝아져 크게 불편함이 없어. 사람들 얼굴이 친숙해지니 모르는 건 그때그때 떠듬떠듬 물어보지만 그저 반벙어리 신세지 뭐~

젊어서 같으면 자존심도 상할 텐데, 이제는 아무도 날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으니 차라리 속은 편해.

 

숙소는 처음에는 문제가 많았는데 고충과 문제점을 얘기하면 바로바로 해결해 줘서 곰팡이 냄새 나던 방도 이제 깨끗해졌어.

 

온 김에 원래의 목적대로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가려고 예약도 했어.

남해안이나 제주도 갈 비용 정도로 시실리, 벨기에, 밀라노 등을 쉽게 갈 수 있어.

 

내가 여기 이 순간에 머물 수 있게 한 모든 이들에게 순간순간 감사하고 지내.

 

아직 1/6정도 지났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런 상태야.

 

기회를 만들어서 일단은 떠나보라고~~

여행 좋아하는 친구들은 한번쯤 꼭 와 볼 만한 데라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그녀'가 원래의 영민함을 되찾아 온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았으면 정말 좋겠어.

 

I can touch the sky!!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