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제26일째 두리소식

맑은 바람 2016. 11. 26. 14:28

미키에게서 언짢은 소식이 왔다.

두리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사료는 물론이고 저 좋아하는 캔마저도 먹지 않는단다.

내 판단으론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 거다.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못하겠네~

 

수업 중에도 자꾸 울컥한다.

 

밤마다 내 이부자리 옆에 자리 깔아주면 저 혼자 운동도 하고 재워달라고 칭칭거리기도 했는데~~

눈도 안 보이고 걷기도 힘든데 엄마는 어디 가서 몇 날 며칠이 되도 돌아오지 않으니 저혼자 얼마나 날 기다렸을까?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아무데나 실례를 해도 나, 그눔을 귀찮아 한 적 없었다.

 두리 나이 열여덟,

18년이면 우리 아들들 생의 절반을 함께 한 셈이다.

오래 고생하지 말고 고통 없이 떠났음 좋겠다.

 

오후엔 발레타에 있는 <St. Augustine Parish Church> 에서 열리는 오르간과 팬 파이프연주를 들으러 갔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예정에 없던 미사를 드렸다.

신부님 혼자서 몰타어로 미사를 집전하시는데 미사 예절이 비슷해서 크게 불편한 줄은 몰랐다.

미사 중에 여럿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우선 옆에 앉은 제니가 완전히 건강을 되찾게 해달라고 빌었다. 우리는 둘다 생명줄을 놓칠뻔한 사람들이잖은가!

그리고 우리 가족의 안녕과 두리가 고통없이 편안하게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뒤이어 종달새같이 맑고 청아한 팬파이프와 은은한 울림이 반원형의 천장에 가득 울려퍼지는 전자오르간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회가 이어졌다.

음악을 들으며 이곳이 바로 나의 '산티아고'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비워내고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 바로 산티아고로 출발하는 이들의 염원 아니던가!

 

꿈속에서처럼 기억 속의 두리를 데려와 함께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염원한다.

'넌 티벳의 독수리가 되거라.

다시는 개로 태어나서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밥을 얻어 먹는 일이 없도록 해라.'

                                       

                                                          당신도 이 거리에서 해골가수를 팔아 연명하는 일이 없기를~~

                                                      거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탄축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St. Augustine Parish Church>

                                                                 두리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한줌도 안 되는 우리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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