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43일째 <말티즈Maltese >

맑은 바람 2016. 12. 13. 06:33

한가한 저녁이다, 숙제에 쫓기지 않아서. 내일은 <몰타 건국 기념일>이라 학교가 쉰다.

 

요 며칠 하루 만보 이상 걸었더니 무릎이 비명을 지른다. 나 좀 쉬자고.

그래서 오늘은 gym에도 안 가고 가까운 수퍼만 다녀왔다.

사실 내일 또 고조섬에 갈 생각이라 다리 좀 쉬게 해야 한다.

이상하게시리 이 主島인 몰타보다 고조섬이 더 끌린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이곳은 집도, 사람도, 차도 많아 도회지 분위기인데 비해 고조섬은 인구도 훨씬 적고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서 우리나라 섬에 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로 인해 불편을 겪었거나 불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작은 섬나라이다 보니 인도도 좁고 차도도 좁다.

거의가 2차선 도로거나 동네 뒷골목은 1차선이다.

사거리에 신호등 있는 곳도 거의 없다. 잠시 묘하게 뒤얽혔다가 실가닥 풀리듯 곧 차들이 제자리를 찾아나가는 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일종의 묘기대행진을 보는 듯하다.

 

가끔 버스와 승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서기도 한다.

어쩌나 보려고 미간을 모으고 지켜보면 누군가가 쏘리! 하고 아무일 없었던듯 제갈길을 간다.

 

학교안에서나 밖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Sorry!

-You are welcome 이다.

 

"You are welcome!"이 얼마나 빨리 튀어나오는지 어떤 땐 쏘리 해놓고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10월 말, 이곳에 첫발을 내디딘 날부터 나는 무장해제다.

무엇 때문에 천만리 머나먼 땅,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곳이 두렵지 않았을까?

 

'몰타로 가자'고 작정한 날부터 세계테마기행 몰타편을 두 차례 보고, 몰타 관련 책 두 권 <아무도 모르는 몰타>와 <그럴 땐 몰타>를 읽은 게 나의 몰타에 대해 아는 전부인데 말이다.

 

나는 이곳에 와서 하루 걸러 버스를 타고 슬레이마로, 발레타로, 임디나로 갔다.

버스에 앉아 타고 내리는 사람이나 앉아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는 일도 시간을 잊게 한다.

 

어제 발레타 전쟁박물관을 다녀와서 새삼 확인한 일이지만 몰타인(말티즈)은 다양한 인종의 결합체다.

저 멀리 페니키아인서부터 이탈리아인, 스페인, 아랍인. 영국인 등이 수백 년 이상 살다가 떠났으니

지금 말티즈에게서 다양한 그들의 모습을 본다.

신기한 것은 말티즈들은 키가 작은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작은 나도 별로 안 꿀릴 정도로~~

금발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띄고 피부빛깔이나 이목구비는 아랍과 유럽의 혼형이다.

 

확실한 건 황색 피부와 작은 외까풀 눈을 가진 동양인을 닮은 말티즈는 없다는 것~~

 

우리 학교엔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 콜롬비아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알고보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 결국 그들은 한 나라 사람들인 셈이다.

일본인이나 한국인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철저한 이방인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가까운 일본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여행자의 여유와 너그러움, 방문 국가에 대한 호감~~

 

몰타의 하늘과 구름과 물빛과 함께

점점 좋아지는 말티즈-나는 그들이 뒤늦게 찾은 평화를 사랑한다, 이 건국 기념일에.


 몰타의 공용버스-가고싶은 어디든지 다 데려다준다.

 

                                                                   요한기사단 단장 발레타 동상 

 언제나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는 야옹이

 말티즈들과~

 라임스톤이 주류를 이루는 몰타의 주택들

몰타의 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