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41일째 <다시 고조섬에>

맑은 바람 2016. 12. 11. 13:06

 

 

 

 

 

 

 

 

 

 

 

 

 

 

 

 

 

아래층에 들러, 오늘 더블린으로 떠나는 제니에게 인사 나누고 우린 고조섬으로 향했다.

 

오늘은 221번을 타고 몰타 최북단으로 가서 치케와 항구에서 여객선을 탔다.

고조까지 20분안팎의 짧은 거리로 왕복 4.65유로.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아 하늘빛 물빛 만점이다.

 

고조의 엘임자르 항구에서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에 가서 다시 308번을 탔다.

<타 피누 바실리카성당>으로 가는 유일한 노선이다.

 

들판에 우뚝 서있는 성당 앞에서 달랑 우리 부부만 내렸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리는데 어느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단체손님을 태우고 온 미니버스가 눈에 띈다.

 

이 성당은 기도의 은총을 받은 이 이야기가 전해 내려와서 너도나도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영세도 받지 않은 대니지만 성당에서는 나보다 더 경건해지고 기도도 열심히 한다.

그 옛날 명동성당 바로 아래 카톨릭성모병원이 있었던 때,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아내를 병실에 두고 성모상 앞에 꿇어 엎드려 기도하던 그때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나 보다.

 

성당을 나온 대니는 여기서 <아주르 윈도우>까지 걸어서 45분 정도 걸리는데 어떻게 할까 묻는다.

"그 정도면 걸어가보지 뭐~~"

대꾸하고는 잘 포장된 도로,

인가도 없는 들판,

한 50m 간격으로 유리장 속에 성화를 모셔놓은 기도처가 이어진 길을 타박타박 저벅저벅 걷는다.

갑자기 산티아고 길 위에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 좋은 길, 드넓은 벌판 위로 구름과 미풍만이 스치고 지나가는, 평생 다시 서기 어려운 이 길 위에서 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속으로 끌탕을 한다.

 

<아주르 윈도우>는 가봤으니 생략하고, 고조 장인들이 만든 물건들을 판다는 큰 시장 <Fontana Cottage>엘 가보고 싶은데~~

그런데 시간을 가늠해 보니 아주르까지 걸어갔다가 거길 가면 이미 파장할 시간이 될 게 뻔하잖은가~~

 

한 시간 남짓 걸어 아주르 윈도우가 가장 돋보이는 위치에 다시 서서 인증샷하고 돌아서는데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문득 내안의 소리가 들린다.

'써니야, 네게 천국을 주면 무얼하니?

고마워할 줄도 누릴 줄도 모르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