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그 목적지가 분명해도 긴장감을 준다.
여늬 때와 달리 6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진다.
대니는 한밤중에 부시럭거려가며 짐을 다 챙겼는데 나는 아침에서야 짐 꾸리느라 들락날락 부산을 떤다.
8시가 넘자 짐을 가지고 체크아웃하러 사무실로 갔다.
어제 한국인 오너를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 숙소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몇 걸음 옮기는데 고즈요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멋지다, 부럽다!
고즈요는 같은 숙소에서 만난 일본여성인데 친화력이 지나칠 정도로 좋다.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날 줄 모른다.
'걸리면 죽는다!'다.
대니도, 한국인 오너도 아마 빠져나오느라 호~ㄴ 났을 거다.
그녀는 우리말로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고는 눈앞에서 멀어져갔다.
버스터미널로 향하는데 사거리에 내걸린 광고판의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Life is short'
그래, 오늘 이거 하나만 가지고 묵상해도 의미있는 하루가 될 거야~
<Inter City>버스는 정확히 10시 15분에 터미널을 출발했다.
뉴질랜드 광역버스 <인터씨티>
시내를 벗어나자 드넓은 목장과 푸른 밭이 번갈아 나타났다.
짐승도 태어나려거든 이런 땅에서 태어나야 하는 건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충북 보은의 축산농가의 구제역 소식이 자꾸 맘에 걸리기 때문이다.
버스는 두 시간만에 낯선 도시 <로토루아>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인구 120만의 도시 <오클랜드>에서, 인구 13만의 도시 <해밀턴>으로, 다시 69,000이 살고 있다는, 그러나 최대의 관광도시 로토루아에 온 것이다.
짐이 무거워 숙소까지 버스를 탔다.
바로 정류장 앞이 숙소다.
트렁크가 없었다면 천천히 걸어와도 좋았을 거리다.
숙소는 사진으로 보았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다. 우리방은 트윈룸의 Lodge다.
방 밖이 바로 뒤뜰이고 담장 너머는 운동장같이 넓은 공원이다.
방만 좀 옹색하지 않으면 그런대로 일주일 지낼 만하겠다.
'인생은 짧다.'
감사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좀 일찍 도착한 까닭에 체크인까지 시간이 있어 뒷문으로 나가 공원으로 갔다.
<Kuirau Park>다.
여기저기서 김을 뿜어내고 있다. 간헐천이 많아 공원으로 조성해 놓았나 보다.
유황냄새를 피우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 공원을 지나 장을 보러갈 셈이었는데 저쪽에서 슈퍼봉투를 든 청년이 온다.
어디쯤 슈퍼가 있느냐고 대니가 물었다.
청년은 손가락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나는 다짜고짜
-How long?(얼마나 먼데?)
청년은 무슨 소린지 얼른 알아채지 못하고 의아한 표정이다.
나는 다시 한번
-How long? 했다.
청년은 얼굴까지 벌개지며 대답을 못한다.
옆에서
-How long does it take to get there?
하니까 그제서야 웃으며 한 이십 분 걸린다고 한다.
이러구두 流浪을 다니니 어찌보면 나도 참 무모하기 짝이 없다.
대니가 옆에 없다면 난 '꽝'이다!
14858보 걷다.
광고판의 젊은이들 짱!! 멋져~
원주민 주거양식의 안내소
며칠간 묵을 숙소
유황냄새를 뿜어내는 地熱지대 <쿠이라우 공원>
溫泉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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