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출발장소를 답사하러 갔다.
중심가에서 불과 3km인데 이건 아주 깡촌에 와 있는 듯하고, 사방이 고가도로이고 인도와 건널목이 보이지 않는다.
보행자는 그림자도 없고 차들만 쌩쌩 내달릴 뿐이다.
남북을 잇는 페리항이 두 군데 뿐인데 이렇게 접근성이 떨어지는게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 숙소 가까이에서 페리항까지 가는 셔틀 버스 시간을 일아냈다.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된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대니 덕분에 난 완전히 신경 끄고 산다.
차도 인적도 없는 깡촌에 페리항이 있다
시내로 들어와 오늘의 목적지 <Mt.Victoria>를 가기 위해 20번 버스를 탔다.
20번 버스만 빅토리아산 정상까지 간다.
'빅토리아'
몰타에서도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도시마다 '빅토리아'라는 도로명이나 지명이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든 여왕답게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도처에서 빛난다.
버스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두 사람만 태우고 달린다.
전세 낸 기분~~
--뭐하러 렌트카를 해?
다시 한번 차를 빌리지 않은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버스들
우리나라 남산 높이 정도 되는 산에 올라 웰링턴 항구와 시가지를 내려다보았다.
언제 보았다고 이 광경이 이리도 정겨울까! 눈물이 핑 돈다.
<Mt.Victoria>에서-웰링턴 시가지와 항구가 보인다
頂上의 조형물
이왕이면 산 아래 풍경이 잘 내려다보이는 산책로를 택한다
이정표-어디로 갈까?
점심 먹을 자리를 찾다보니 하산길로 들어섰다. 조망하기 좋은 잔디에 자리잡고 도시락을 푼다.
잘 닦인 흙길을 따라 한 시간 남짓, 산 아래 풍경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서늘한 바람이 옷섶으로 스며들어 열기를 식혀준다.
오늘 나는 맨발에 샌들만으로 산길을 걸어다닌 것이다.
전에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산행이었다.
10749보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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