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뉴질랜드 유랑기

뉴질랜드유랑기(22일째)성바울성당/마우푸이아 공원

맑은 바람 2017. 2. 24. 20:20

아침을 먹고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자다 깬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듯 화재경보가 요란하게 울린다.

뭐, 가스렌지가 있는 주방이 멀쩡한데 무슨일 있을라구 하며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더니 직원이 성급한 걸음으로

들어와서 얼른 나가라고 한다.

 

우리는 하던 것들을 그대로 놔두고 직원을 따라 현관으로 나갔다.

늦은 아침이라 벌써 반 이상은 숙소를 떠났을 텐데도 계단으로 줄지어 사람들이 내려온다.

현관 앞으로 몰려든 사람을 문밖으로 다시 내보낸다.

 

맨발로 나온 사람,

목욕하다 허겁지겁 수건 든 채 나온 사람,

무슨 영문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람,

체크인 하러 들어가다가 제지 당해 도로 나오는 사람,

먹던 밥그릇 채 들고 나온 사람,

그런 중에도 10kg도 더 될 것 같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나온 사람도 여럿 있었다.

우리는 민방위훈련이다 뭐다 해서 눈치로 금방 '훈련'임을 알았는데 실제 상황인 줄 알고 놀라서 나온 사람도 있는 듯하다.

 

만리 밖까지 와서 이런 훈련을 받는다는 게 코믹하다.

역시 <호텔 워터루>는 여러 면에서 Qual Mark (관광품질인증)를 받을 만하다.

 

오늘은 호텔주변의 명소들을 둘러 보고 장거리 노선 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가기로 했다.

 

시내 중심에 우람하게 서있어 어디서나 눈에 띄는 정부청사와 국회건물을 겉만 보고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생략했다.

바로 이웃에 국회도서관도 있고 <성바울 대성당>도 있다.

Beehive라 불리는 정부청사

 국회의사당

 네오 고딕 양식의 국회도서관

 웰링턴 주요 건물이 나란히 한눈에~


성당은 항시 개방한다고 적혀있고, 안으로 들어가니 전자오르간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특별한 때만 빼고 꼭꼭 닫아둔 몰타의 성당들과 비교되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 묵상하다 곳곳을 둘러본다. 

성당은 언제나 고항집에 온듯한 편안함을 준다.

성공회 <웰링턴 성바울 주교좌성당>

 

 은은히 울리는 오르갠 소리

 

 

 

  

잠시 뒤 성당을 뒤로하고 2번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목적지가 뚜렷이 있는 게 아니고 버스로 한 바퀴 돌아보려고 긴 노선을 택한 것이다.

 

가는 곳마다 낯설고 약간의 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Centennial Reserve Maupuia > 팻말을 따라 숲길로 들어섰을 때는

밝은 낮인데도 불구하고 정글에 발을 들여놓은 듯 섬뜩했다.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듯, 풀과 나무가 한데 얽혀 축축 늘어져 있고 간신히 혼자 빠져나갈 만큼의 길만 보였다.

그때 들려온 기괴한 동물의 울음소리는 앞을 가로막았다.

--여보, 모험심도 좋지만 돌아 나가자.

우리는 두말없이 돌아나와 학교앞 벤치에서 점심을 먹었다.

알고보니 그곳은 백 년간 자연보존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백 년간 자연보존 구역으로 지정된 곳

숲의 요정이라도 나올듯

 

중도 포기한 그 길에 대한 미련을 못버려 혼자 중얼거린다.

--친구 서너 명이 함께 왔더라면 뚫고 들어갔을 텐데~~

 무섬증에서 벗어나니 거리의 집들이 편안하고 멋스러워 보였다

 여기서 동굴 탐사를 한다

 초등학교 담장에 붙은 홍보물

아이들의 솜씨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