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반, Alpine 주인아저씨가 우리를 핸머스프링스 Inter City 버스 정류장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방을 깨끗이 써서 고맙다고 한다. 우리도 좋은 곳에 머무를 수 있어서 기쁘고 고마웠다고 했다.
서로의 행운을 빌며 헤어졌다.
우선 와이파이 지역에서 사진과 글을 올리고 2시 5분 버스가 올 때까지 벤치에서 기다린다.
'모두가 이별이예요~ 따뜻한 공간과도 이별, 수많은 시간과도 이별이지요, 이별이지요. 콧날이 시큰해지며 눈이 아파오네요, 그것이 슬픔이란 걸 난 알아요~'
입속으로 가사를 읊조리며 오가는 이들을 바라본다.
시내에 나올 때마다 보게 되는 공원의 터줏대감 꽥꽥이가 오늘도 공원나무그늘에 앉아 있다.
다가가
"잘있어라, 잘있어! "
하니 꽤~액 하고 일어나 내 발등을 쪼더니 양말을 물고 늘어진다.
인사고 뭐고 귀찮으니 어여 가라는 시늉같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심한 꽥꽥이
젊은 부부 두 쌍이 고만고만한 노랑머리 아가들 넷을 하나씩 품에 안고 지나간다.
취직도 어렵고 결혼도 어렵고 출산은 더욱 엄두도 못내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다.
어디까지가 내탓이고, 어디까지가 부모탓, 나라탓일까?
크라이스트처치 가는 길
서부사나이가 말을 몰고 나타날 것 같은~
혼자 물 주는 거대한 스프링클러
저만치서 역마차라도 나타나려나?
오늘 <크라이스트처치>행은 좀 부담스럽다. 나 혼자 같으면야 아무 문제 없는데 대니가 라나의 집 환경과 그녀가 해주는 음식에 얼마나 만족해할지~ 아침 저녁 두 끼를 집에서 먹기로 했는데~
오후 4시 25분, 드디어 온라인상으로만 보았던 라나여사를 만났다.
동양여인처럼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분이다.
피곤하지 않으면 중심가를 둘러보지 않겠냐고 해서 함께 박물관 위치, 보타닉 가든 위치 등을 알아두고
<아시안 마트>에서 장을 봐가지고 들어왔다.
라나여사네 집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하룻밤에 400불 냈던 오클랜드의 그 호텔보다 더 정감있고 분위기도 좋았다.
이곳에 두 주일 머무르기로 한 것이 잘한 일 같다.
다알리아와 사과가 반갑다
꽃을 좋아하고 꽃 가꾸는 게 취미인 라나
라나네 귀염둥이 조지아
대니도 TV 앞에서 자기집처럼 편안하다 , 졸졸 따라다니는 조지아~
아보카도를 수경재배하는 엽렵한 손길
주방 겸 거실
라나가 차린 저녁상- 밥을 곁들인 닭고기 수프
두 할머니(나와 라나)의 수다는 서너 시간만에 만리장성을 쌓아 서로의 신상조사를 끝냈다!
대니가 라나에게 어떤 노래를 좋아하냐니까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단다.
-이럴 수가!
우리는 곧바로 'Love me tender, love me sweet~'을 함께 불렀다.
지상에서 처음보는 사람과 마주앉아~
여러 면에서 대니와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아니, 그랬으면 제발 좋겠다. 일어가 통하고 김치와 라면을 좋아하고~
라나의 수다가 좀 과하긴 하지만 첫날이라 그러려니~~
친화력이 뛰어난 라나 덕에 금방 친구가 됐다.
두 주간 머물게 될 우리 방-뒤뜰이 내다보이는 환한 방이다
양원장!
고마워요. 지구끝에서 맺은 이 인연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되길 바랄게요.
3942보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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