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서늘한 아침바람과 함께 들어오는 손님이 있다.
한떼의 파리들~~
음식냄새라도 풍기면 떼거리로 몰려들어 윙윙거리며 정신을 뺀다.
어쩐지 청정국가 뉴질랜드엔 파리나 모기도 없을 것 같은 '제멋대로 상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다.
모긴지 초파린지 모르는 놈이 피부에 닿으면 따끔하고 금세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위키백과를 보면 '파리는 바퀴벌레 모기와 함께 삼두마차를 끄는 인류의 숙적'이라 정의했다.
'宿敵'이라고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몹시 성가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무슨 재주로 '인류의 숙적'을 퇴치하겠는가, 함께 사는 수밖에~
집을 나서려는데 대니의 열쇠가 안 보인다.
---내 열쇠 어디 있지?
---내참, 그렇잖아도 오늘은 너무 늑장을 부려 벌써 12시가 다 됐는데~~
궁시렁거리며 같이 찾는다.
피차 깜빡깜빡하는 일이 茶飯事라, 늘 그랬듯이 뭐가 안보이면 우선 주머니마다 뒤진다.
이부자리를 들춰본다. 트렁크 속도 열어본다.
다닌 경로를 거슬러 돌아보며 살핀다.
---뭐, 별일 있을라구? 그냥 나갈까?
그래도 꺼림칙해서 다시 한번 더듬는다.
상상을 불허하는 곳에서 열쇠를 찾았다.
찾을 확률 0.1%인 그런 데서~~(화장실 변기통)
개운한 맘으로 집을 나섰다.
맨발에 샌들을 신고 풀밭을 걷는 촉감이 싱그럽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자연이 고맙다.
작은 풀꽃들과 각가지 버섯들과도 교감한다.
벌이 좋아하는 꿀풀
숲이 키워내는 버섯들
독버섯?
값 나가는 송이버섯?
오늘도 이틀치 스파를 끊었다.
<핸머스프링스>에 와서 꼭 해봐야하는 일이 스파일 거라 믿으니까~
Pool에 앉아 있으려니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들고 난다.
백발에 코발트색 썬그래스를 쓴 할머니, 그 옆에 벙거지를 쓴, 양볼이 발간 할아버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뚱뚱해서 기우뚱거리며 풀로 들어서는 부인,
엄마 품에서 방글거리며 눈을 맞추는 천사같은 애기~~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에 물도 묻히지 않고 풀로 들어선다.
그러구 보니 샤워하고 들어가라는 문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우 없는 사람'이나 하는 행동인 것을~~
참새들이 제일 좋아하는 풀은 42도까지 올라가는 고온 풀장 앞이다.
여러 마리가 떼지어 와서 물도 먹고 날개를 푸덕이며 샤워를 한다.
사람이 옆에 가도 피하는 기색이 없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참새목욕
훗날 이길은 핸머스프링스와 함께 떠오를 거다
10204보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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