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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대륙횡단(밴프에서 위니펙까지)

맑은 바람 2017. 9. 26. 14:10

밤새 차를 달려 11시간 35분만에  리자이나에 도착했다.

그런데 한 30분 쉬고 다시 위니펙을 향해 출발해야 한다.

앞으로 10시간 25분을 더 버스를 타야 했다.

 

벤쿠버에서 버스 예약시 이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고 집에 와서야 알았다.

부랴부랴 서울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리자이나 호텔 예약을 취소하게 했다.

 

20여 시간을 기사와 동행하다 보니 캐나다 '버스기사는 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게 그러하듯. 기사들에게도 어떤 절대적 권위를 부여한 것 같다.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험한 인상의 남자 둘이 앉아 있다가 기사가 다가와 아무말없이 그들을 툭툭치며 

뒤로가라는 손짓을 하자 두말없이 일어나 자리를 옮긴다.

 

어떤이가 플라스틱병을 구기느라 뿌지직 소리를 내자 바로

-Don't do that!

한다.

 

또 어떤 노인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느라 발이 통로쪽으로 삐져 나와 있으니까 역시 툭툭치며 일어나라고 한다.

대체로 무뚝뚝한 기사의 행동이었지만 누구하나 토 다는 사람이 없다.

 

허기사 그들의 통솔(?)에 순응하지 않으면 어찌 세계에서 가장 긴 하이웨이를, 밤낮으로 차를 몰 수 있겠는가?

 

 어느덧 목적지는 가까워오고

들에서 먹이를 구하던 새떼들이 어딘가를 향해 줄지어 날아간다.

저 말없는 새들은 어떤 신호로 앞장서기도 하고 맨 뒤를 따르기도 하는 걸까?

 

종착지 위니펙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이곳 시계는 8시 40분을 가리키니

한 시간이 어디로 달아나버린 셈이다.

 

이제 캐나다 서부 벤쿠버에서 중부 위니펙까지 36시간을 달려왔으니 캐나다 횡단의 절반을 해낸 셈이다.

 

-70대 노인들이 과연 큰탈없이 20시간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한걱정을 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 고난의 코스를 무사히 통과했다.

 

장하다, 대니와 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