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스머프할배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일기 /정성기 지음
최근에 공통점을 가진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아흔 개의 봄>과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둘다 치매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늙은 아들 이야기입니다.
‘혹시, 내가 그 지경이 되었을 때 우리 아들도~~??’
이런 터무니없는 꿈을 꾸는 건 아닐까요?
이 책의 저자는 4남 1녀의 맏이(65세)로 92세 노모를 위해 삼시세끼 밥을 짓습니다.
9년 전 어머니의 수발을 들려고 맘먹었을 때는 ‘이렇게 오래 사실 줄’은 전혀 예측 못했다네요.
의사 말이, 어머니가 몸이 허약해서 반 년 아니면 길어야 2년 정도 사실 거라 말했다는 거예요.
치매로 먼저 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덜어 보려 어머니를 곁에서 모셨는데 9년이란 세월이
흐른 겁니다.
그는 어머니를 ‘징글맘’이라 일컫습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건 참으로 징글징글한 순간의 연속이 아닐수 없다네요.
밥숟갈 놓자마자 배고프다 에미 굶겨 죽일 셈이니?하고 닦달하지를 않나,
다른 자식들이 오면
“제가 밥을 안 주어서 등가죽이 붙을 지경이다.”고 사람잡는 소리를 하지 않나~~
눈이 흐려 밤낮 구분이 안 되니 한밤중 주위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난리 부르스를
하고 지쳐가는 아들을 초주검을 만듭니다.
속도 겉도 다 숯덩어리가 될 지경에 이르러서는
--“나를 사랑하시고 내 어머니를 사랑하신다면 지금 여기에서 두 사람을 같이 거두어주소서.”
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도 있다-는 믿음 아래 자신을 추스르며 자전거를 끌고 나가 두세 시간씩 바람을 쏘이면서
엄마 맘을 찌른 말들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돌아오곤 합니다.
그날 저녁엔 엄마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차려드리곤 하지요.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것은 함께 괴로워할 줄 아는 것입니다“--김수환 추기경
그러나 치매환자라고 노상 넋 나간 모습만 보이지는 않는답니다.
배가 고플 때나 시시때때로 정신이 들면 미안하다, 죽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되니 참고 견뎌라 하십니다.
그러니 아들은 환장할 노릇이지요.
그런데 알고 보면, 1,2년밖에 못 사실 거란 어머니가 9년을 사셨으니 누구 덕이겠습니까.
곁에서 지극 정성으로 영양가 높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봉양하니 그 사랑의 힘이 어머니의 목숨 줄을 굵게 했나 봅니다.
그가 어머니를 위해 개발한 음식메뉴가 500가지가 넘는다니 알만하지 않은가요!
치매어머니를 그토록 오래 모신 일에 대해 애초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라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이 시대 마지막 효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곧 그런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가고 있겠지요.
행간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아들 정성기님의 따사롭고 순하고 신앙으로 다져진 미덕을 보면서 존경의 念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할 비범한 분이십니다.
자칫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는 치매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도 ‘그분을 위한 요리’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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