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개의 봄>
저자는 아들 셋을 이렇게 표현했다.
큰아들은 사치품, 둘째는 기호품, 세째는 필수품!
나이든 이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담박에 알아차리고 한바탕 웃거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떠올린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2년여 侍病하면서 병이 쾌차하는 모습을 자세히 기록한 글이다.
대책없게 된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는 정경이 더없이 아름답다.
등장인물은 어머니와 侍病하는 아들, 그리고 병원사람들과 親知들이 전부인데 얼마나 열중해서 읽었던지~~~
아마도 읽는 내내 난 내 어머니를 떠올렸으리라.
말기암 진단을 받고 병상에 누워계신 한 달 동안이 그분 생애 육신이 가장 편한 때였다.
병원에서 더 해 줄 게 없다며 퇴원을 종용해서 집으로 모시고 온 마지막 일주일~~
그때가 생생하게 오버랩되어 이 시병일기가 내게는 엄마와 다시 함께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 김기협'이란 인물이 궁금해졌다.
우연찮게 그의 아버지는 김성칠 교수로, 6.25의 기록일기인 <역사 앞에서>를 쓰신 분인데 그 책도 오래 전에 읽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읽어보려구 서가를 뒤졌으나, 알라딘 중고 가게에 넘겼는지 안 읽는 책 정리할 때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유시민-노무현-이정희-김기협은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 책을 선뜻 구입했을까?
사진은 못보았어도 그의 위상이 어떤지는 짐작이 간다.
이즈음 읽은 일련의 여행기들과 김기협의 매일매일의 기록을 읽으며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든 '꼼꼼히' 기록하거나 그 속에 사랑이 녹아 있으면 그 또한 좋은 읽을거리가 된다고~
그러기 위해선 지적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지식이 밑바탕에 깔려야 되고
거기에 약간의 유머와 눈물 한 방울을 얹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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