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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를 보고 읽다/ 장 코르미에 지음

맑은 바람 2019. 6. 29. 00:31





<체 게바라>를 보고 읽다

    

체 게바라(Che Guevara) 영화 두 편이 나왔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대강의 줄거리라도 알고 싶어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2001년에 발간한 책을 언제 사두었는지 기억이 흐리지만 빨간 책표지가 생각나 책장을 뒤져 찾아냈다.

이번에 책 읽는 동안, 나의 시력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부쩍 들었다.

시야가 자꾸 흐릿해져 활자가 잘 안 보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도 났다.

활자가 작은데다 글씨간격도 좁고 오래된 책이라 글씨가 흐릿해진 것도 원인이 될 수는 있겠다.

안과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시력은 아직 나이에 비해 좋은데 요새 좀 사물이 뿌예 보이지 않느냐고, 점쟁이처럼 말한다. 좀 개선되는 약을 지어 달랬더니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처방을 하지 않겠느냐고 의사가 말한다

맞는 말 같아 백내장 검사 예약을 하고 왔다.

 

100쪽 정도 읽고 영화를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영화가 한층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본 영화라선지 아니면 쿠바혁명의 열기가 식은 지 오래돼서 그런지 극장은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그 크고 시설 좋은(대한극장)데서 여남은 명만 앉아서 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언제 상영종료가 될지 몰라 서둘러 제 2편도 마저 보고, 오늘에서야 66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읽기를 끝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체 게바라

 

1967109,

희망도 사라지고 부대원(혁명군 바르부도)도 거의 잃고 자신은 누더기 옷 속에서 굶주림과 지병인 천식으로 여윌 대로 여윈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볼리비아 정부군의 총에 사살되었다.

마지막까지 그를 생포해서 재판정에 세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정부지도자와 미국의 하부조직은 골머리를 앓다가,

싸우다 죽었다고 발표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볼리비아 산중에서 그를 죽인 것이다.

 

쿠바혁명의 삼인방-피델 카스트로,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그리고 체 게바라

카밀로는 혁명이 성공(19591)9개월 후 비행기 추락으로 실종된다. 그의 나이 27.

체 게바라는 라틴아메리카의 통일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품은 채 타국 볼리비아에서 39세로 숨을 거둔다.

중남미 공산주의 혁명의 상징이 된 피델 카스트로는 19592월 총리가 되고 후에 최고통치자가 되어 52년간 쿠바를 지배한다.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 동생에게 정권을 넘겨준다.

2016, 그의 나이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처음 목표는 같았으나 말로는 제각기 다른 이 세 사람-

카밀로는 쿠바 20페소 지페에 남아있고, 체 게바라는 쿠바의 곳곳에 그 초상이 걸려있어서 젊은이들이 가슴에 불을 지핀다.

 

총을 든 그리스도, 돈키호테

체게바라를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

공산주의가 더 이상 각광을 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도 그가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수의 게릴라들과 숫자적으로 상대도 안 되는 정부군과 밀고 밀리는 싸움일색인 이 책이 흥미진진하고 책에서 손을 떼기 싫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한마디로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기묘한 매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저히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인정스런 사람

 

-그는 언제 어디서든지 아픈 자를 치료해주었을 뿐더러 배고픈 이들과 어려움을 해결하기에 힘썼다.

-그는 혁명을 완수한 후에도 권좌를 물리치고 노동자와 혁명가의 삶을 이어갔다.

-게릴라의 힘든 하루를 끝내고 모두가 곯아떨어진 시간에도 체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꽉 찬 시간을 살았다.

-부대원들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규율이 지극히 엄격했어도 그의 무릎엔 곧잘 땟물이 흐르는 아이들이 앉아있었던 걸로 보아 그가 얼마나 따뜻한 인간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그러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체 게바라에게도 일다 가데아에 관한 이야기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아니었을까?

(2019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