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이야기

넘어지고 엎지르고

맑은 바람 2020. 2. 13. 23:14

아이들이란 자고 일어나면 '일 저지르는 게 일'이라--

이제 걸음마 시작한 지 겨우 한달 된 작은손녀는 고 작은 발로 바삐 돌아다니느라 엎어지고 자빠지고

부딪고 울고 하는 일이 다반사다.

다행히 울음 끝이 짧아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시시 웃는다.

먹성이 좋아 밥을 먹일 때면 입을 새새끼마냥 짝짝 벌리며 빨리 달라고 재촉한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하헤헤 웃음소리를 내며 달겨든다.

부엌에서 등을 돌리고 일을 하고 있으면 "엄마 엄마"하고 부른다.

아직은 모두가 엄마다.

 

얼마 전 세 돌이 지난 큰손녀는 못하는 말이 없다.

두 개밖에 없는 초코렛을 하나 달랬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난처하자나'라는 말을 써서 깜짝 놀랐다.

걸음마가 불안한 작은애를 쫓아다니다 보면 큰애의 시선이 뒤통수에 꽂히는 걸 느낀다.

"할머니는 날 사랑하지 않나봐. 할머니는 못생긴 늙은이야"

 

지 할아버지도 작은애만 쫓아다니며 큰애에게 눈을 주지 않았더니, 아예 벌러덩 누워 냅다소리를 지른다.

"할아버지! 저도 구여워요!

저도 할아버지손녀란 말이예요~~!"

 

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란 말이있었는데 요샌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선지 '미운 네 살'이란다.

잠시라도 데리고 있어보면 안다.

자아형성의 시기라 제 주장이 뚜렷하다. 양보란 없다.

떼를 써보기도 하고 기회를 엿보기도 하고 고 작은 머리를 굴려 하고싶은 일은 꼭 하고야 만다.

팔십 바라보는 할배도 칠십 넘은 할매한테 뭘 시키려면 눈치를 살피는데, 겨우 네 살밖에 안된 것이 거침이 없다.

"할미, 물 가져와"

"할머니, 나 핫초코 먹을래"

"알았어~"

두말없이 갖다바친다.

여자아이라선지 입은 재면서도 팔과 손의 힘이 약해 걸핏하면 엎지르고 쏟는다.

계속 주의를 주건만 끝내 일을 저지르면 종일 시달린 할미는 폭발하고 만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할미는 기분이 엉망진창이 된다.

부드럽게 나긋나긋하고 살갑게 대해야지 하는 아침의 결심이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어린애라면 다리뻗고 냅다 소리지르며 울어버리겠건만---

 

우유를 쏟아 난장판이 된 방바닥을  닦아내고 있으려니, 어느새 살며시 다가와 어깨를 감싼다.

 "할미, 힘내! 내가 있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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