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데카메론 이야기

맑은 바람 2020. 3. 14. 22:37

          공감만세 3월모임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카톡과 함께 심회장이 한마디 덧붙인다.

우리도 이 사태가 진정되면 '우리들만의 <데카메론>'을 이야기하자고~

마음 속에 필독독서로 남겨둔 채 미뤘던 책이름을 들으니 갑자기 구미가 당긴다.

알라딘문고에 주문한 책이 밤늦게 택배로 왔다.

마루에서 뛰놀던 손녀가

"할머니 책 왔어요 "하며 들고 들어온다.

뭐냐고 묻길래 알라딘에서 왔다니까 '알라딘 램프'를 떠올렸는지 빨리 풀어보란다.

아무 생각없이 뜯어보는 순간, 아뿔싸!

알록달록한 표지에 짙은 화장을 한 여인들이 보란듯이 젖가슴을 내밀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

다섯살배기 손녀는 그 표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제 무릎을 쳐가며 깔깔거린다.

오히려 할미가 무안하고 민망해서

"그만 봐, 어여 가서 자!"

해도 막무가내로 더 보자고 부득부득 페이지를 넘긴다.

세상에~

우리가 젊어서도 드러내놓고 보지 못했던 포르노 잡지 수준의 그림들이 실려있다.

'에궁, 기왕 엎질러진 물!

그래 성교육 한번 제대로 시킨 셈 치자."

 

그래도 맘이 편치 않아 장롱 깊숙이 감춰 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손녀가 와서 또 찾길래,

"으응, 그 책 할머니 친구가 보자고 해서 택배로 보냈어."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갸우뚱하다가 할머니고집을 아는지 더 이상 떼를 쓰지 않고 물러난다.

 

잘 숨겨놓고 손녀가 잠든 밤, 몰래 꺼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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