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5일 토
-시네마 클럽 100회 기념일
오늘은 대학로 CGV에서 < 트루 시크릿 Who you think I am>을 보았습니다.
50대 중년의 이혼녀가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찐하고 야한’ 장면들도 보았습니다.
처녀 때 같으면 옆 사람의 시선이 의식되어 똑바로 화면을 바라볼 수도 없었을 그런 장면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자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좀 감이 떨어지나,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돼.
-나두 그래, 오늘은 그래도 생각지도 않은 볼거리(?)가 있었잖아~~
100번째 영화 모임-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이 실버영화관으로 탈바꿈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날도 허리우드에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고 운현궁 건너편에 있었던 ‘삼가연정’이라는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 영화 보는 모임 하나 만들어볼까” 하면서
시작한 것이 시네마클럽입니다. 그때가 2013년 12월 21일이었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들이대는’ 이 못말리는 성격의 소유자가 깃발을 든 건 당연한 일이겠구요.
늘 변함없어 믿을 수 있는 친구 장정숙이가 곁에서 저를 잘 컨트롤해 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4명의 친구들로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30명의 회원이 시네마 카톡방을 즐겨 이용합니다.
시간이 없어 모임에는 잘 나오지 못해도 추천 영화를 시간 날 때 보러가곤 한다고 고마워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회원 사진을 골고루 담으려 했는데 한번도 안 나온 친구도 몇 있고 아무리 찾아도 한 장의 사진도 발견되지 않는
친구도 있어 미안합니다
2013년 12월 21일 삼가연정 三嘉連亭에서 시네마클럽 출발
2014년 10월 4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나이팅게일>을 보고
이화대학교 교정에서
이 학교 출신이 둘이나 있네. 감회가 새롭겠어요.
2015년 6월 20일 <트립 투 이탈리아>를 보고 옛날식 을지다방에서
기정이 오랜만이네
2015년 7월 4일 <심야식당>을 보고 사직공원에서
전에는 김영애와 상조도 자주 나왔는데~
2015년 11월 7일 <오케스트라의 소녀>를 보고 혜화동집에서
키큰 친구들 가운데 동란이만 먼저 가고 상조 김영애 화숙 홍정순 다 모였습니다.
학교 때 같으면 큰애들이 우리 작은애들과 놀아주지도 않았는데--
2017년 8월 5일 <택시운전사>를 보고 카페 오랑주에서
가끔 나오는 희복이도 보이네요.
2018년 10월 20일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고 남산 한옥마을에서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여인들~
2019년 6월 21일 퇴촌 현숙이네서
동창회에서 얼굴보기 힘든 오태희, 황정순이도 보이네요.
2019년 7월 20일 <마리아 칼라스>를 보고
개량한복이 잘 어울리는 박혜원도 보입니다
2019년 10월 5일 100회 기념 케익을 들고 등장하는 장정숙양
능력자 재임이가 모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소감 한 마디 하라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케익커팅
와인으로 축배를!
위의 여러 사진 속에 대부분의 시네마친구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종종 영화를 보러 나왔으면서도 늘 일이 바뻐 부랴부랴 사라진
친구를 위해서 혜자가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글쎄, 누굴까요?
이제 100회까지 왔으니 작은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120세를 소망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시네마클럽도 120회까지는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뒤를 잇는군요.
그렇게 하려면 가화만사성이라고 집안에 아픈 사람 없고 그밖의 일로 고통 받는 사람 없고 뭐니뭐니해도 우리자신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건해야 합니다.
건강나이가 이제 10년도 안 남았습니다.
10년이라면 얼마 안 남은 것 같지만 3650일로 바꾸니까 무척 많이 남았네요.
육신의 늙음은 어쩌지 못해도, 영화도 많이 보고 문화생활도 자주 접하고, 아무리 퍼주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을
길어 올려 이웃과 나누면서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함께 나이 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