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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슬픈 외국어(1)

맑은 바람 2020. 3. 19. 15:24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초판 1996년 3월

 

**이 책은 약 삼 년간의 미국 체류기다. 요새 너도나도 하는 '외국에서 몇 달 살아보기'의 원조격이 아닌가 싶다.**

<상실의 시대>, <먼북소리>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 추천받은 책이기는 하나 사야할지 망설이다가

어떤이의 독후감을 읽어보니 '생각하게 하는 좋은 문장들'이 많다고 해서 구입했다.

읽어보니 그 부분에서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내용은 16편의 수필로 된 책이다.

 

저자 서문에서--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읽으면 미국을 술술 알 수 있다 " 라고 할 도움되는 책은 아니다.


*우메보시 도시락 반입금지

*대학가 스노비즘의 흥망

*미국판 단카이 세대

*미국에서 달리기, 일본에서 달리기

*스티븐 킹과 교외의 악몽

*누가 재즈를 죽였는가

*버클리에서 돌아오는 길

*황금분할과 토요타 코롤라

*건강한 여성들에 대한 고찰

*이윽고슬픈 외국어

*운동화를 신고 이발소로 가자

*'카버 컨트리를 그린 로버트 올트먼의 수수께끼 같은 영화

*롤 캐비지를 멀리 떠나보내고

*브룩스브라더스에서 파워북 까지

*히에라르키 풍경

*안녕, 프린스턴

 

제목 16편을 베껴보니 호기심과 궁금증이 절로 생겨 어서 읽고 싶어진다.

삽화가 재밌다. 노란지면 전체에 가로세로 1cm 크기의 하루키 얼굴 그림 하나 달랑!

 

(1)우메보시 도시락 반입금지

내용을 읽어보니 제목이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미국인들의 대일감정을 드러낸 스티커(Stop Japan 일본접근 금지:흰바탕에 작고 빨간 동그라미가 있고 사선으로 작대기가 그어져 있음)를 보고 떠오른 제목인가 보다.

 

--미국에 살면서 지내기 힘들지 않습니까?

--하지만 도쿄에서 살면서 지내기도 꽤 힘들었어요.

--문제라는 것은 뜻밖의 곳에서 풀리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몸살을 앓는 때에 코로나치료제가 모제약회사에서 나왔단다. 덕분에 바닥을 친 우리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았다. 그 주식을 사들인 모씨도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그 치료제가 병에 걸린 이들을 구제해 주고 세계의 닫혔던 문들이 열리고 경제가 좋아졌음 좋겠다. 모씨도 덩달아 주머니 용돈이 두둑해지겠지?)

 

(2)대학가 스노비즘의 흥망

**스노비즘:속물근성,신사인 체하기**

어떤 신문을 보느냐, 무슨 맥주를 마시느냐, 주로 보는 책의 종류가 무엇이냐 등등에 따라 얼굴을 찌푸릴 수도 호감을 살 수도 있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계급적이고 신분적인 사회라는 말이다.

(46쪽) keep a low profile'어떤 일에도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이것이 프린스턴 생활에 딱 맞는 말이다.

메디치가의 가훈과 비슷하네

돈이야기:프린스턴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 이외에는 거의 돈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일본과 대조되는 점.

이렇게 프린스턴을 비롯한 유명대학가의 학구적, 지적분위기는 과연 얼마나 더 지속할 것인가? 부정적인 예상이다.

 

(3)미국판 단카이 세대

**단카이세대:團境? 베비붐 시기에 태어난 세대

 

피츠제랄드의 손녀부부의 삶의 모습:도시에서 잘나가는 미국인이 아니라 농촌역사의 현장을 지키려는 꼼꼼한 노력을 기울이나 어디까지나 백인중심 사회의 한 단면일 뿐이다.

*미국의 인종문제는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

(68쪽)미국은 도시에 사는 남미계열과 교외에 사는 백인이라는 두 개의 사회로 나뉜다.

그리고 마약과 총이라는 두 가지 병폐가 이 나라를 토대부터 갉아먹고 있다.(미국땅에 살지만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고 어느정도 거리두기를 하며 미국을 이야기하는 점이 좋다.)

 

(3)미국에서 달리기, 일본에서 달리기

달리기를 좋아하는 무라카미--

5, 10km를 달려도 한 달 전에 예약하고 식전행사다 뭐다 복잡한데, 미국은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당일 신청이 가능한 나라-

나라도 단거리는 미국에서 하겠다.

그럼 우리는?

가끔 동네소식지에 날짜가 공고되고 당일 어디로 나와라 하는 걸 보면 미국 수준이다.

나도 세 번이나 5km,10km 달리기를 해봤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무라카미는 말한다.

짧은 생을 어떻게든 충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린다고.

 

(5)스티븐 킹과 교외의 악몽

*스티븐 킹:<미저리> 작가

유명인은 알게 모르게 유명세를 탄다. 작가의 경우 표절시비가 가장 흔한 일이고 스티븐 킹의 경우도 마찬가지~무라카미도 비슷한 체험을 했기 때문에 공감이 가서 스티븐 킹과 표절이야기를 소상하게 소개했나 보다. 범죄의 도시를 피해 교외로 나왔으나 여기저기 한 채씩 떨어져 있는 집 속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 산다는 것 자체가 두려울 수도 있겠다.

두려움은 걱정과 비슷하게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다.

어쩌랴? 두려움을 품건 안 품건 악연 있으면 닥치고야 마는 것을!

Don't worry, be happy!

 

(6)누가 재즈를 죽였는가

무라카미는 중고레코드 가게에서 오래된 재즈레코드를 수집하는 게 큰 즐거움이라 했다.

그는 젊어 한때 재즈카페를 경영한 적이 있다.

재즈로 날이 밝고 재즈로 해가 저무는 생활을 했다.

 

재즈는 들어야지, 글로 읽으니 무색무취무미하다.

 

(7) 버클리에서 돌아오는 길

동부의 프린스턴과 서부의 버클리는 우리식 표현을 쓰자면 프린스턴은 지루한 천국, 버클리는 즐거운 지옥?

 

추수감사절에 공항에서 집까지 리무진을 끄는 흑인운전사와 나눈 이야기들이 한 편의 글이 된다.

재즈와 재즈뮤지션 이야기가 중심이고 흑인에 대한 미국의 인종차별, 일본인의 재즈뮤지션에 대한 경의와 이해 등등--

미국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수준의 저자이니 운전사와의 대화도 맛깔스러웠겠다.

더구나 공통의 취미인 재즈에 관한 이야기이니~

무라카미가 말하는 일본인:무엇인가를 제것으로 만드는데 뛰어난 인종이고, 대단히 세련된 도입시스템을 수천 년에 걸쳐 진화시켜온 인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의 기본 자질은 무엇이든 정확하게 보고 정확하게 기억해야 한다.난 그 점이 결여되어 있다.)

 

(8)황금분할과 토요타 코롤라

BMW회장의 자회사차 광고 중에 한 말--우리의 2천년, 3천년 역사의 근원은 그리스이자 로마다.

그리스 신전을 보라. 이른바 황금분할이다.

BMW에 문제가 많이 생기니까 미국인의 운전기술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BMW는 물 건너깄다.)

토요타 코롤라:시동을 걸면 벌써 몇 년 전부터 길들인 차같다는 느낌이 온다. 위화감이라는 게 거의 없다.이 차에는 일종의 완결성이라고도 할 만한 깔끔함과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게 있는 듯하다.-일본인이 말하는 일본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