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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2)

맑은 바람 2020. 3. 27. 08:53

스티븐 킹의 창작론/김영사


글쓰기와 연장통

목수였던 할아버지의 연장통은 이모부에게 대물림한 귀한 유물이다.

무게가35~55kg나가는 무거운 것이다.그런데 모기장 하나 고치는데도 그 무거운 연장통을 갖고다니는 이모부에게 질문을 던졌다.이모부는 말했다.

--연장은 전부 다 갖고 다니는게 좋단다. 안 그러면 뜻밖의 일이 생겼을 때 김이 빠져버리거든.

(137쪽)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다닐 수 있도록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그런 짓은 애완동물에게 야회복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쉬운 낱말을 쓰라.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

수동태를 피하라.

부사를 피하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근심과 허위의식을 벗어던져야 한다.

 

소설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이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좋은 말솜씨도 역시 유혹의 일부분이다.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주장하고 싶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창작론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

여러분이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하기가 귀찮다면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라.

좋은 책은 작가들에게 문체와 우아한 서술과 짜임새있는 플롯을 가르쳐주며 언제나 생생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한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 없다.

텔레비전에 대한 덧없는 욕구를 벗어던진 사람들은 대개 책읽는 시간이 즐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마련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이르게 된다.

날마다 꼬박꼬박 써라.

글을 쓸 때에는 문을 닫고 써라.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92쪽)마음과 상상력으로 아는 것에 대해 써라.

자기가 잘알고 좋아하는 소재를 회피하고 친구나 친척이나 문단동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소재를 택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큰 잘못이다.

소설의 소임은 거짓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지 돈벌이를 위해 지적인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다.

문학적 우수성에 끌려 소설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그들이 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플롯을 염두에 두거나 얽매이지 마라.

스토리는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반면, 플롯은 교활한 것이므로 가둬 놓아야 마땅하다.

등장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에 대하여 솔직하게 써야 한다.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체의 수많은 결점들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

 

(212쪽)묘사에 대하여

묘사는 독자들을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인다.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인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한다.

묘사에 매달리지 마라. 중요한것은 스토리니까.

직유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비유적인 표현은 소설의 주된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러나 케케묵은 비유를 쓰거나 작가자신도 모르는 말들을 쓰는 작가의 책은 미련없이 덮어버리자.

묘사를 잘하는 비결은 명료한 관찰력과 명료한 글쓰기인데 여기서 명료한 글쓰기란 신선한 이미지와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221쪽)대화에 대하여

대화는 인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말해주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좋은 소설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라(대화로써)는 것이다.

좋은 대화문의 비결도 진실이다.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솔직하게 써야 한다.

(스티븐은 그 솔직함 덕분에 무수히 팬들로부터 욕설편지를 받는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무리카미 하루키가 떠오른 이유는? 그가 조국을 떠나 외국을 떠도는 것도 독자들로부터 받는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그럴 일도 없겠지만

내가 어느 아침에 유명해져 당장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면? 차라리 이름없이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는게 낫지~)

(229쪽)21세기에 접어드는 오늘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지적인 겁쟁이들이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는 검열관 지망생이 너무도 많다.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각기 다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한결같다. 그들은 여러분이 자기들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하고 설령 뭔가 다른 것을 보았더라도 침묵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정신적 자유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위험한 족속이 아닐 수 없다.(전적으로 공감하는 내용. 글 때문에 친구의 공격을 받은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진실을 말할 용기도 없으면서 작가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큰문제다.

좋은 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믿는다.

(240쪽) 정리하면, 좋은소설을 쓰기 위해선 꾸준히 연습하고 진실되게 쓰라는 것이다.

묘사와 대화는 명료하게!

언제나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니, 일부 독자도 언제나 만족시킬 수는 없다.그러나 적어도 가끔은 일부 독자라도 만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초임교사 시절, 수업에 모든 학생들이 만족하길 원했다.

퇴임 무렵, 한두 놈만 재미있게 들어도 성공이다 라고생각했다.)

주제와 상징성에 주목하라.

(248쪽)스티븐의 《미래의 묵시록》은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휩쓸어 인류의 99%가 몰살당하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문화가 완전히 파괴되는 이야기도 나온다(2020년 3월 현재 코로나 19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있는 상황에서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이 책은 전업작가지망생은 꼼꼼히 읽어볼 만하겠다)

 

(309쪽)인생론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이런 말에 공감이 될까? 호러물은 끔찍하고 뇌리에서 살아지지 않아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연결이 되지를 않으니~)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