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371쪽/- 2015년5월1일 발행
읽은 때:20200404~0412
이오덕1925~2003
경북청송/42년간 교직생활/아동문학평론
권정생1937~2007
일본도쿄출생/경북안동 일직 조탑마을(부모의고향)에서 살았다.
<강아지 똥>
'무명저고리와 엄마'-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탱자나무 울타리>
<몽실언니>
이 책은 두 분선생이 1973년부터 2002년까지 근 3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것임
<귄정생>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잘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
나 자신이 어린이가 되어 어린이와 함께 살다 죽겠습니다.
**돈이면 다아 되는 세상이 싫어 나는 돈조차 싫었습니다. 내게 남은 건 맑게 맑게 트인 푸른빛 하늘 한조각.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서점에 가서 이상선집을 사와서 읽었습니다.결핵환자의 절규,그는 과연 천재였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는 --은 윤동주보다 그가 먼저 쓴 구절임을 알수 있었습니다.
**5천원(지금돈 5만여원)만 보내주세요. 선생님께 빚진 것 아무래도 갚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독하게도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절대 남 보는 데서는 울지 않습니다.아픈 척도 않습니다. 아픈 척, 슬픈 척,해 봤댔자 알아주는 이 없으니까요. 도리어 업신여김 받기가 십상이랍니다. 행복한 척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런 사람들이니까요.
**그리스도는 한알의 밀알이 되라고 설교했지만 저는 한덩어리의 거름이 되라고 가르치고 싶어요.
각자가 자기자신을 돌아보라고 해보세요.
'강아지똥'만큼한 가치라도 지니고 있는지요?
(권정생은 찢어지게 가난한 데다 폐병까지 앓고 있어 생활이 말이 아니었다.
이오덕선생의 보살핌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살았을까 싶었다.
게다가 잡지에 글은 실어놓고 차일피일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사들 때문에 이오덕선생께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권선생의 처지라니~)
**이원수선생에게서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옴
그 후로 원고료가 어느 정도 들어오면서 생활이 안정된다.
--발표된 것으로 저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꼭 영원히 남을 수 있는 동화를 쓰겠습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권선생의 증세로 요도관협착증을 앓고 있나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을 알고 있는 작가였습니다.자신이 간질환자였기에 지나치게 병적인 인간을 묘사하는 데만 치중한 것 같지만
따지고보면 병들지 않은 인간이 지금 세상에 어디 있답니까?
--강소천, 마해송의 작품이 일본작가 오가와 미메이의 模作 정도?
제가 여태까지 죽지 않았던 것은 쌀밥을 먹지 않고 고기를 먹지 않았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누구한테라도 채식을 적극 권해야겠어요. 잡념을 없애고 깨끗한 머리를 가질 수 있고 쉽게 피로하지 않게 하는 비결은 채식입니다.
--몇 해 동안 구상해오던 동화의 서두가 열려서 이젠 정말 죽음을 무릎쓰고 써야겠습니다.
(소소한, 사는 이야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권정생, 그리고 용기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출판과 원고 게재를 직접 주선해주며 문학선배로서 애정을 베푸는 이오덕--권선생에게 이오덕은 포숙아같고 고흐의 아우 테오같은 사람-세상에 태어나서 더도 덜도 말고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얻는다면 그 삶은 성공한 거라 말하고 싶다.)
(두 분 다 아프다는 이야기가 편지에서 자주 나오는데 70을 넘기도록 사셨다.)
--이곳 요양원에서 제가 가장 깊이 느낀 것은 인간은 누구나 다 한 형제라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는 길, 그리고 인간이 고루고루 잘 살려면 많이 벌어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나자신이 적게 가지는 길이 가장 현명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211)요즘 '관계'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상대가 선할 땐 나도 선한 것이고 상대가 악할 땐 나도 악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간 자체가 악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선한 것도 아니나 다만 인간은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지나친 지혜로움은 사악을 유발시키고 지나치게 착한 것은 어리석음의 원인이 됩니다.
(217)작고하신 이원수선생에 대한 이오덕의 말: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불태우면서 어린이와 아동문학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런 순수한 동심의 사람,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 고결한 지조를 지킨 사람은 지금까지의 우리 아동문단에서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좀처럼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220)어느 농부의 고백:
"나는 새북에 일나서 점두룩 삐 빠지게 일해야 먹고사니더.내가 하리만 놀아도 우리아들은 굶어 죽니더. 주일도 일해야 되고 놀아서는 못사니더. 누가 내대신 꼬치밭 한고랑 매 줄 이가 있니꺼? 기도를 백분천분해도 하나님은 안 들어주니더.속이 상허만 술먹고 고래고래 소리 질르고 나면 쪼매는 풀리니더. 우리 긑은 거 이루구루 살다가 죽는 거지 어야니꺼---"
제가 고통스러운 것은 이런 가난한 이들의 슬픈사연 때문이 아닙니다. 이런 버림받은 사람들을 착취하며 이용해 먹는 상대방 족속들에 대한 분노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억울하게 서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치하는 이들, 종교지도자라는 이들, 학자라는 이들, 애국자라는 이들은 모이면 돼먹지 않은 비현실적 농지거리만 하는지 화가 안 날 수 없는 것입니다.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라 1981년 4월 30일의 기록이라니!)
(223)시골사람 열 명이면 열 명 모두가 농촌이 싫다고 합니다.그들은 혹심한 노동과 농약품의 공해를 더이상 이겨내지 못할 것입니다. 잃어버린 농촌을 되찾는 것은 농민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231)얼마나 아픔이 심했는지 삶이 두려워집니다.
--이불을 한아름 껴안고 뒹굴었다가 벽을 손톱으로 바득바득 긁었다가 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뛰쳐나가기도 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마당을 서성대다가 다시 방에 들어와 쓰러지고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세상이 온통 흔들려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45세 때.동네병원에서는 병명을 찾아내지 못한 콩팥의 문제?)
--인간은 최악의 고통에서만이 진실할 수 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질병으로 인한 극도의 신체적 고통 속에선, 점잖을 수도 성스러울 수도 거룩할 수도 인자할 수도 위엄이나 용기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뭐 싱겁다면 싱거운 이야기-중년의 골골이 사내 둘이 문학에 뜻이 맞아 서로 작품 독려를 해가며 아동문학의 길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걸 편지라는 매체로 주고받는 내용, 글속에 웬 아픈 사람 얘기가 그리 많은지, 다들 경제적 여유가 없어 병을 길러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 --종이편지를 써 본 지가 언제였던가)
(247)제게 남은 즐거움은 책을 사는 것, 그리고 읽는 것뿐입니다.
성서보다 자연이 더 많이 가르쳐주고 마음의 평안을 줍니다.
(290)실수없이, 실패없이 산다는 것은 더 큰 실수이고, 실패인지도 모릅니다.
(291)선생님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 하셨는데, 저도 세상을 그만두었으면 싶어질 때가 있답니다. 무엇을 성취한다기보다, 그냥 버티는 데까지 버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습니다.
(그의 나이 48세-그는 그후로도 23년을 더 살았다.)
--선생님, 어머니께서 생전에 하시는 말씀이 항상 '사는 데까지 살자'하셨던 게 많은 위로가 됩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귄정생은 이오덕의 신세를 지고 있건만 그의 여러가지 실수를 그때그때 꼭 집어서 지적하고 충고하곤 한다.
그 점을 이오덕은 높이 평가했는지도--)
(306)아이어른 할 것 없이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남보다 유리하고 편한 인생을 사느냐는 마음뿐입니다.
정말 인간에게 고등교육이 필요한지 교육에 대한 회의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307)어떻게 하면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넘치지 않게 필요한 만큼 고루 나누어 쓰는 인간세상은 오지 않는 것일까요?
제가 그토록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래도 잃지 않는 한 가지 오기는 자신의 값어치를 지키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노력보다 결과에만 마음을 쓰다보니 출세라는 저속한 계산을 하고 인간은 매몰되고 마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입니다.그것은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보다 어렵고 고달픈 길입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건, 감상인지. 교만인지, 멍텅구리인지, 미친 짓인지, 그래서 그것을 버리지 못합니다.
(350)갈수록 사람의 일은 절망입니다.--사람들을 모아서 무슨 일을 한다는 짓이 다 허황한 노릇임을 깨닫습니다.
(이오덕선생의 의욕과 열정을 주위에서 뒷받침해 주지 않아 몹시 실망하셨나 보다)
(352)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집니다. 어디서 무엇부터 해 나갈지 아무도 방법이 없는가 봅니다.
결국 제가 바라던 그런 세상은 오지 않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아무 데도 마음 붙이고 살 수 있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권정생)
(두 분은 아동문학 부분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작품활동도 꾸준히 하시지만,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주위에 없음을 한탄하는 것 같다.)
(352)참 서글픈 세월:과수원에서 농사짓던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떴다.이를 농약해독으로 보고 있다.
도시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그들이 수확한 채소와 과일들을 먹는다.(옛날이야기가 아니다. 1993년의 기록임)
(356)그저께부터 뻐꾸기와 꾀꼬리가 웁니다.누군가가 새들이 농약에도 익숙해져서 아주 잘 살아간다고 합니다.
메추라기와 노고지리와 물총새는 아무리 살펴도 없습니다.(1996년5월)
이오덕은 무너미마을에서 2003년 8월 25일 죽음에 이르기까지 병원에 가지 않고 고통을 견디다 죽었다.
권정생은 콩팥병이 악화되어 2007년 5월 17일 눈을 감았다. 그는 저작물 인세를 온전히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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