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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플라워(1)

맑은 바람 2020. 10. 5. 13:39

--아프리카의 별이 된 존 루트의 들꽃 같은 인생
마크 실 지음/이영아 옮김/랜덤하우스/309쪽
**마크 실:베테랑 저널리스트, <배니티페어>객원편집자.
**존 웰스 소프:(1936~2006)나이로비에서 출생/아버지는 영국 귀족가문 출신으로 은행을 그만두고 캐냐로 옴/어머니는 남아공 거주 백인인 릴리언 워커

 

(24)존 루트의 삶을  사로잡은 앨런 루트:2006년 현재 68세로 두툼한 안경을 끼고 턱수염이 희끗희끗했지만 여전히 건장한 체격에 검은 바지와 편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앨런은 헬리콥터를 돌려 야생동물들로 가득찬 평원 위를 고속으로 비행했다. 내려다보이는 국립공원에 얼룩말, 들소, 가젤들이 뛰놀았고 앨런이 스로틀 밸브를 뒤로 당기자 헬리곱터는 아프리카의 맑은 하늘 속으로 총알처럼  튀어올랐다. 그가 인생과 영화에서 그토록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원천, 비범한 창조적 생명력이 느껴졌다. 앨런 루트는 위험하고 무모하고 완벽하게 삶을 누렸다.
야생동물들에게 찔리고, 불시착 사고를 내고, 차를 망가뜨리고,  거친 강으로 뛰어들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주당이고, 여성 편력에 휘말렸다. 그가 아는 모든 여인들 중 젊은 시절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여인은 얌전하고 아름다운  존이었고 그는 내[마크 실]가 그녀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을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날 그가 헬리곱터로 데려다준 다른 세상에서 나는 내 저널리스트 인생 최고의 이야깃거리를  만나게 되었다.
(27)다른 사람들이 생전의 존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들도 아주 흥미로웠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그녀가 어머니, 남편, 친구들에게 보낸 수천 장의 편지들과 아주 꼼꼼하게 기록한 수십 년간의 일기들, 그리고 세상을 뜨기 얼마 전에  쓴 일기 속에  밝혀놓은 내용들이었다.
모험 가득한 젊은 시절부터 죽음 직전의 위험한 나날들까지 존 루트가 쓴 글들을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아프리카와 야생, 그리고 그만큼이나 야생적이고 자유로운, 그녀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남자인 앨런, 이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깨닫게 될 것이다.
(32)키쿠유족 지도자 조모 케냐타:1963년 캐냐의 독립을 이루어내고 새로운 국가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가 한 말--선교사들이 이곳에 왔을 때 아프리카인들은 땅을, 선교사들은 성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눈을 감고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다. 우리가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땅을, 우리는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 만난 이야기꾼들-찰스 디킨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드라이빙 미스 노마의 팀과 라미--못지 않게 베테랑 저널리트 마크 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존 루트를  사로잡은 앨런 루트는 또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36)(사냥을 다니던 에드먼드-존의 아버지-는 총대신 카메라를 들고 관광사업을 시작, 아내와 딸이 전적으로 매달릴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39)앨런이 존을 만날 무렵:앨런은 10살에 식육가공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캐냐 땅을 밟았다. 재치와 지성을 겸비했으며 코미디적 감각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헤밍웨이의 황무지에도 그의 이야기가 실릴 정도였다.
'구제불능의 괴짜, 어릿광대, 모험가, 익살꾼, 염세주의자, 파티광, 못말리는 자연이상주의자인 그는 친구들에게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런 반면, 앨런은 살아있는 동물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일찌감치 마음먹고 벌레, 파충류, 새 같은 작은 동물부터 시작해 야생동물들을  차근차근 공부해 나갔다.
그는 영리하고 강인한 금발미남으로  성장해서 야생동물 촬영의 길로 나아갔다.
그가 촬영한 <세렝게티는 죽지 않으리라>는 195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그후 앨런은 야생동물을 잡아 동물원에 파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48)사랑이 찾아오다:존은 좌중을 압도하고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는 앨런의 화려함을 사랑했다. 후에 존은 앨런만큼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굳이 사랑을 입밖으로 꺼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동물들이 말없이 마음을 주고받듯, 그들의 사랑은 깊고도 원시적이었다.
"두 사람은 꼭 쌍둥이 같았어요. 둘다 키가 크고, 금발에, 푸른 눈이었고, 안경을 꼈죠."
(51)캐냐식 결혼식:피로연장 밖에 세워진 랜드로버와 트레일러에는 몇 달 동안 생활하기에 충분한 음식, 장비, 옷, 카메라.텐트 등 모든 것이 실려 있었다.
신혼부부는 안전하고 억제된 모든 것을 버리고 도시를 떠나 걱정스럽게도 그들의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아프리카를 필름에 담을 생각이었다. 이 신랑신부의 진정한 축하객들인 야생동물들이 곧 멋진 행렬을 지으며 나타나, 2월의 그날엔 생각지도 못했던 미래로 루트부부를 이끌었다.
(54)존은 겨우 한 시간밖에 못 잤고 전갈에게 물린 통증은 나흘간 계속됐다. 그래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 "정말 행복해요"라고 썼다.

(노마식 표현, 전갈에 물린 이야기는 부모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니까~ 이제까지 있는 그대로를 쓴다는 식으로 기록했는데 그건 불가능할뿐더러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다. 어떻게 표현해도 사실과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일이 불가능하므로~ 진이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그동안 못마땅해했는데 어리석은 건 나였구나!)
(54)존과 앨런의 신혼 생활:
우리는 거의 매일밤 별들 아래에서 촛불을 켜놓고 식사하고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들에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지켜봤지요.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동물들 사이에서 오롯이 우리 둘만 함께 있었습니다.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탐험하고 소풍을 즐기고 새들을 관찰하고 강 교차점이나 앞으로 머물 야영지를 찾거나 아니면 그저 오지를 걸어다니면서 나만큼이나 상대도 즐겁고 들떠 있다는 걸 느끼며 함께 있는 것을 즐겼죠.
(58)우리는 최고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일 때문에 가야 했던 곳들과  그 과정에서 함께 겪은 모든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사실 우리의 인생은 모험과 발견으로 가득 차 있어 그 자체로 위대한 로맨스였습니다.
(68)앨런에 대한 벅스턴의 평가:나는 그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혁신적인 촬영 기사가 되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74)앨런부부는 마침내 BBC TV와 계약을 맺으면서 자연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최고 위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81)나이바샤 호숫가에 집을 마련하다,1963년에.
그 신록의 땅은 내리막으로  비탈지다가 에메랄드빛  푸른호수로 이어졌다. 순박하면서도 거친 호수의 이소박한 집에서 존 루트는 마침내 안식을 얻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문명의 요람이라면 나이바샤 호수는 천국의 낙원이다.
(101)존과 앨런이 만든 <서바이벌> 시리즈는 금세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거의 100개국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1961년부터 1971년까지 정규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영국 텔레비젼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된 자연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앨런은 이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촬영한 작품 <매혹의 군도>로  더욱 인기가 치솟았다.
(108)앨런의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의견: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 마지막 5분 동안 이런저런 말들을 더해서 망치는 건 안됩니다. 난 우리 환경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할 만큼 똑똑하지 않아요.그리고 아프리카는 그 무엇보다 빨리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냉정하게 미래를 내다보고있었다, 인간의 속성을 아니까. 그에 비해 존 루트는 얼마나 순진한가! 그는 마침내 자신의 신념과 목숨을 바꾸지 않았는가)
(113)BBC를 위한 첫번째 작품 제작 :차보웨스트 국립공원의 음지마샘-비단뱀, 악어, 하마가 득실거림
아프리카의 초식동물들 중에서  하마가 살인을 가장 많이 하며, 육식동물들 중에서는 악어가 일등이다.
그가 낸 히트작은 <음지마:샘의 초상>이었다.
다음으로 <바오밥나무:나무의 초상>이었고 이 또한 세인을 놀라게 했다.
(115)앵글리아 텔레비젼은 간절한 구애 끝에 루트 부부를 다시 영입한다.
(121)열기구에 대한 루트 부부의 애정의 결과:<열기구로 떠나는 사파리>라는 영화를 만듦
(126)열기구로 킬리만자로를 넘다.

(드라이빙 미스노마에서 열기구를 타는 노마의 감격적인 모습과 킬리만자로를 열기구로 넘은 루트 부부의 이야기는, 터키 괴뢰메 계곡에서 열기구를 타본 써니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 감흥의 1/10도 공감하지 못했으리라)
(133)흰개미의 생활 촬영:<신비의 흙성>이라는 영화로 탄생/1978년 아카데미영화제의 장편 다큐부문 후보에 오름
(137)루트 부부의 삶을 담은 영화:<오지의 두 사람(조명!액션! 아프리카)>
(143)그들이 함께 소유한 것은 사랑보다 더 깊은 소리없는 음악이었다. 두 사람은 단 하나의 목표, 즉 그들이 필름에 담을 동물에게 전념하며  완전한 침묵 속에서 호흡을 맞추었다.
(146)앨런의 운명:가끔 앨런이 방황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늘 존에게로 돌아왔다.
1982년의 어느 여름 날 전까지는 그랬다. 존과 앨런은 절친한 친구인 이언 파커의 딸을 위해 나이바샤 호수집에서 결혼식을 열어주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 여인에게서 앨런은 쉽게 헤어나지 못했고 나중에는 그럴 수도 없었다.
(147)앨런이 빠진 여자가 제니가 아닌 다른 여자였다면 그를 되찾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존은 제니를 이기지 못했다. 제니는 앨런을 손에 넣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존을 그의 인생에서 왼전히 쫓아내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155)존의 일기:1987년 6월 13일
나이바샤 호수로 나갔다. 젠장, 제니는 요즘 건강하다. 나이바샤로 차를 몰고 가는데 얼마나 외롭던지.
(164)존의 이혼:1990년 9월 6일
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훨씬 더 우울해졌다. 도자기 같은 피부에 완벽한 금발을 휘날리던 그 아름다운 젊은 여인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한 친구는 쉰 살의 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외진 해변에 버려진 부목처럼 메말라 쓸쓸하고 창백해 보이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66)카롄의 집으로 찾아온 제니는 소리 지르고 때려부수고 온갖 행패를 저질렀다. 존은 카렌의 집을 작별하고 그녀가 생각하는 유일한 진짜 집, 앨런과 함께 28년 동안 더없이 행복하게 모험을 즐겼던 그곳,  나이바샤로 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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