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언어의 온도

맑은 바람 2020. 11. 1. 07:34

이기주/306쪽/말글터/2016년8월11일 초판, 1년만에 29쇄까지 발행했으니 인기가 대단했던 책인 모양이다.

(어디를 봐도 작가 소개가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기자출신으로 전직 이대통령의 연설문을 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밑에는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들의 야유성 댓글이 주르륵~
언제쯤 우리의 민도가 성숙해지는 날이 올까?
어쨌든 그럼에도  이기주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글쓰기 강연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책엔 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거리에서, 회사에서, 아파트에서 눈에 띄는 많은 사람들이 글감이다.
취재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그들을 살피고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한 권의 책은 수십만 개의 활자로 이루어진 숲인지도 모릅니다. '언어의 온도'라는 숲을 단숨에 내달리기보다 이른 아침에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듯이 천천히 거닐었으면 합니다-일러두기에서
(글자크기 3mm, 쪽당 글씨가  많지 않아 읽을만~. 하지만 이 잔글씨는 노인층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브런치나 카톡방용?)
(28)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수백 년 된 석탑 앞에서
(토막글이라서 좋다. 무감동하게 넘어가는 이야기도 많지만-- 그래서 작가가 천천히 읽으라 했나 보다.)
(69)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98)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낙원을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낙원에 도달하려면 일단 떠나야 한다. 어떻게? 호기심이라는 배에 올라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수밖에.
--삶의 진보는, 대개  사소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오래도록 스테디 셀러로 남을 똑똑한 책이나 한 권 쓰지  했는데, 책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이들은, 빵집에서 곰보빵, 단팥빵, 크림빵  등 다양한 빵을 팔듯, 독자의 취향이 제각각이니 이것저것 내놓는 모양이다.
누구를 탓하랴, 제 입맛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고 제목만 보고 덜컥 미끼에 물리듯 걸려든걸!)
(158)우리가 '프로'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도 끝까지 해내는 경향이 있다. 그냥 끝까지 하는 게 아니다. 하기 싫은 업무를 맡아도 겉으로는 하기 싫은 티를 잘 내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마무리한다. 왜? 프로니까.
--아마추어는 어떤 일이나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 같은 요소가 사라지면 더는 하지 않는다.아마추어의 입장에선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난 아마추어 독서가? 명작이다, 고전이다 해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책장을 덮는다. 플루타크영웅전, 삼국지, 신곡, 시의 진실, 동키호테 등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255)순순히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시오.
본노하고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해--시인 딜런 토머스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또다른 책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뒷부분에 속도를 낸다. 내용은 아무런 감동없이 자극도 없이 볼을 스치는 공기 같다. 왜 이런 책을 골랐을까?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그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306)"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아, 난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와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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