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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 5 (1)

맑은 바람 2020. 12. 30. 22:42

김병종/문학동네/323쪽/초판2014.1/읽은 때 2020.12.26~ 2021.1.1

-북아프리카 사막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
김병종:(1953~  )서울미대 동양화과 전공/서울 파리 도쿄 등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 개최/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 각종 상 수상/대영박물관, 온타리오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 소장/대학시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철학박사/서울미대학장 역임/현 서울미대 교수/대표작 '화첩기행'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 내는 '천재작가'인가 보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이름도 작품명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그러나 푹 빠져 읽을것만 같은 예감. 최근에 읽은 <독일-내면의 여백이 아름다운 나라> 덕분에 이제라도 만나니 이리 좋을 수가!)

(6쪽)화첩기행 全 5권은 20년간의 대작이다.

 

1장 알제리(16쪽~113쪽)
카뮈의 고향, 갓 부임한 32세의 철학교사 장 그르니에 덕에  열일곱 카뮈는 방황을 끝내고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사제 간에 주고받은 편지가 200통이 넘는다.
(홀로 북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오리라던 야무진 꿈이, 아내와 큰아이 때문에  산산조각 나서 허탈해하는 작가의 민낯이 솔직하고 유머러스해서 재미있다.)
(21)삶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고민과 가난, 질병과 고통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는 아주 공평한 느낌 같은 것이 나를 위로하고 혹은 되돌아보게 한다.
(<왜 스페인은 끌리는가?> 를 읽다가 이 책을 대하니, 빡시게! 시험공부 하다가 잠시 재밌는 만화책을 집어든 듯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

 

<이방인>의 현장 알제리 알레 해변-멀리 보이는 산동네가 카뮈가 살던 곳이다(37쪽)

(47)티파사 부근 모리타니 왕릉에서, 무슬림처녀들과의 만남:
그 웃음소리는 햇빛에 반짝이며 구슬처럼 사방으로 튕기고 부딪치며 떠올라 퍼져나간다. 오, 이 아름다운 시간이여. 삶의 기쁨과  황홀함이여.
**티파사:고대로마 유적지 중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부유층과 지배층의 휴양도시/카뮈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함

 

바다의 문-옛유적지 티파사(68쪽)


(82)카스바의 소년:
가난하기 짝이 없는 동네 카스바에서 성장한 카뮈/훗날 그는 지중해의 인간,저항문학의 상징,이념의 방랑자로 불린다./
44세에 노벨문학상을 받고/ 1960년 1월 4일 자동차여행 중 사고로 죽는다./알제리 사람이 분명했지만 카뮈는 생전에 자신이 프랑스 사람임을 한사코 내세웠다고 한다(티파사 유적지 벌판에 돌보는 이 없는 비석 하나로 남은 이유를 알겠다)
(82)가난과 청결:가난과 불결을 연결하기 쉽지만 카스바는 온동네가 청결하기 그지없다
(인도 여행 중, 사람 한둘이 지나기도 좁은 골목에 돌로 만든 평상이 하도 쓸고 닦아서 반질반질한데 그위에 옹기종기 앉은 아낙네들이 그 큰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쳐다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84)문득  C.S.루이스의 말이 생각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인생에서는 가진 것보다는 안 가진 쪽이 더 낫다" 이 동네 사람들이야말로 안 가졌기 때문에 아침바다에 떠오르는 장엄한 태양빛을 볼 수 있으리라. 저녁이면 저렇게 푸른색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가라앉는 그 태양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그러므로 행복했으리라.(이 무슨 괘변인가?, 부유한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과 황홀한 일몰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전망좋은 곳에 집들을 짓고 살지 않는가!)

(71)20세기 프랑스 시적 산문의 걸작 세 편:장그르니에<섬>, 카뮈<결혼, 여름>,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96)흑인예수상:
쿠크 마운틴이라는 달동네에 있는 알제리 노트르담 사원에 있다/대우건설이 성당 보수공사 중
(이 흑인상 앞에서 저자는 C. S. 루이스의  말을 떠올리며  깨달음을 얻는다.)
(101)C.S.루이스는 누구인가?:(1898년 11월 29일 - 1963년 11월 22일)

영국의 소설가, 잉글랜드 성공회의 평신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과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쳤다./'나니아 연대기(환타지 아동문학시리즈)'가 있다

"내가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그리고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루이스)처럼 뛰어난 인간을 다시 볼 수는 없으리라"-성공회 사제 월터 후퍼의 말
(103)그래 바로 그것이다. 알제의 달동네 성당의 흑인예수상 앞에서 비로소 나는 그 자연법의 메아리가 바로 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도 돌아가고 싶다.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드나들던 고향의 그 작은 교회, 고요한 기쁨과 안식이 고여 있던 그 공간으로. 눈물이 핑 돈다.
(야곰야곰 새로 읽을거리를 내놓는 작가가 밉지 않다. 카뮈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알제리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106)바닷가의  미니스테르 드 라 컬처르(작은 박물관): 원래는 富豪의 집/전통 모자이크와 아치형문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건물/사람의 삶이 담기는 공간이 얼마만큼이나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아름답고 우아한 건축물은 영성을 고양시키는 그 무엇이라고 했다.

中庭, 식당, 차 마시는 공간, 목욕탕, 계단, 손님접대실, 회랑 등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갈 데까지, 미의 극점에까지 가보자며 작심하고 지은 집 같았다.
3층 전시실에는 회화와 함께 정교한 공예품과 조각들이 있었다.
그중 파리다 함자의 작품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공책크기보다 작은 데에 그린 세밀화였는데, 그 안에 온갖 것들이 들어있어 단편소설 하나를 읽는 느낌이었다.
(110)이슬람 세밀화: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은 한 이슬람 세밀화가의 이야기를 그린 회화소설이다.

2장 이집트(114쪽~149쪽)
(120쪽)이집트에 오면 이상하게도 내 가슴을 파고드는 것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나일강이었다. 강을 제외한 그 모든 것들은 그것이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금빛 칠과 휘장을 한 것이면  한 것일수록 욕망의 포화와 그것의 덧없음만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강은 달랐다. 3천 년 제국의 진정한 부장품같기도 했고, 시간이 응고된 희고 말랑말랑한 그 액체만이 영혼을 가진 것 같았다.
(121)"이집트의 거위에 쪼이다":
나일강의 거위에 쪼이면 그 맹독이 순식간에 퍼져 평생 이집트광으로 살게 된다는 뜻
(126)이집트가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세기 초:비밀의 코드같은 신성문자가 해독되고 하나둘 땅속으로부터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세상은 경악했다. 그 유니크하고 일사불란하며 정교한 형태의 조각과 회화들은 현대문명과 예술 자체를 주눅들게하기에 충분했다.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과 뛰어난 테크닉, 그리고 하루처럼 이어온 삼천 년의 전통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합법적 비합법적 경로들을 통해  유물의 반출이 이어졌다.

 

룩소르에서  아부심벨까지:
(136)람세스 2세가 세웠다는 거대한 오벨리스크와 석상들. 태양숭배의 상징으로 세워졌다는 오벨리스크는 그 미니멀한 형태만으로도 현대미술의 교범이 됨 직할만큼 더하거나 뺄 수도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한 절대미다.
카르나크 신전:람세스 2세 때가 최전성기/1895년 프랑스의 이집트학자에 의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냄
(137)아몬신전의 대광장은 그 넓이만 9000여 제곱미터에 달하는 데다가 제2탑문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열주들의 낭하 또한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과 런던의 성바울 성당을 합친 것보다  더 넓다 하니 기원 전 20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그 위용과 규모를 후세 역사는 종내 따라잡지 못했던 셈이다.
(141)아부심벨 신전:람세스2세 때 지어진 건축물/아스완에서 280km 떨어진 돌산의 벽면을 깎아 만듦/신전의 정면은 람세스2세의 모습을 닮은 네 개의 거상이 장식하고 있는데 각 조상은 높이가 20m에 이르고 귀에서 귀까지의 거리가 4m, 입술의 폭이 1m에 달한다./1813년,1817년 두 차례에 걸친 발굴작업 끝에 드러났다.
(146)이집트  미술은 아름답다. 모든 덧없음과 허무와 슬픔을 이겨내게하는 혹은 잊어버리게 히는 아름다움이다.

보라. 신전의 벽화들마다 원근법과 공간감이 얼마나 과감히 무시되고 있는지.
(148)영혼의 불멸과 순식간에 소멸하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정지 형태 속에 결합시키고자  한 의도, 조각과 회화에서 감지되는 영성, 힘과 권위를 그 규모와 완성도로 과시하려한 의도 등은 이집트 미술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들이다

(다리가 떨리기 전,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 했다. 이집트여행 스케줄을 다 잡아놓았는데 카이로에서 폭탄테러사건이 일어나 주저앉았었다. 어쩌랴, 지금도 이집트이야기만 나오면 이리 가슴이 뛰는걸!)

화첩기행5(2)편에~

3장 튀니지
4장 모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