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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5(2) 김병종

맑은 바람 2021. 1. 2. 09:16

3장 튀니지(150쪽~247쪽)

(152)역마살 낀 사람들:
사하라는 어느새 이불자락처럼 내 발치 가까이 와 있었다.가슴이 두근대며 가끔씩 기가 막힌 행복감 같은 것에 시달리곤 했다. 실제로 이렇게 한두 시간씩 상상을 하고 나면 온몸이 노곤할 정도가 되곤 했다.그후론 대체로 다디단 잠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전혜린은 '먼곳에의 그리움'이라 했고, 장 그르니에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의 열망이라 하지 않았던가
(164)사하라:"인생이란 사하라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끝은 보이지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가 신기루를 좇기도 한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동안에는 언제 건너편에 다다를지 알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도 많은 부분이 그 모습과 닮았다.--스티브 도나휴
두즈로 가는 길:튀니스로부터 차로 10시간 거리/관목-풀--모래--황토길-대추나무그늘--오아시스--가프사--토주르--쇼트 엘 제리드--케빌리--두즈--자프란--사하라

 

사하라 가는 길(168쪽)

(169)사하라사막의 노을:
문득 하늘을 보니 찬란한 색깔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시뻘건 해가 반쯤만 몸을 가리며 모래언덕 저편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었다.
모래언덕은 그 빛을 받아 일제히 붉은 빛을 띠었다. 하나 둘 셋 넷---태양이 남기고 간 노을의 층층색깔은 초록과 노랑과 주황에서 보라에 이르기까지 구름의 띠처럼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황홀한 그 색채들을 바라보느라고 종종 낙타의 끈을 놓치곤 했다. 맹세코 저런 색을 본 적이 없었다.--어느새 모래언덕은 주황빛에서 붉게 타들어가는 색으로 바뀌고 하늘색과 맞닿으며 섞여들고 있다. 그러다 차츰 砂丘의 움푹 팬 곳에 녹색의 짙은 그늘이 내리더니 노을은 점차 옅은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다시 청회색과 암갈색으로 물들더니 이윽고 엷은 검은색 톤으로 바뀌어 갔다. 이 모든 색의 변화는 거의 순간순간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도 타르사막을 낙타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때 나도 노을을  보았다. 그런데 노을의 진면목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놀라울뿐이다)
(174)사막에서  나와 마주치다:
나는 슬며시 일어나 대추야자나무 숲 쪽으로 간다. 그러고 보니 이토록이나 맑고 이토록이나 순수하게 정면으로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눈물은 숫제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양볼을 타고 끝없이 흘러내린다.
그래 대체로 인생은 슬픈 거야.
기쁘지 않아. 즐겁지도 않아. 그냥 지는 꽃처럼 애달프고 슬픈 거야. 남겨지는 것은 없어. 사랑도 인연도 결국엔 사막의 저 모래바람처럼 사라져갈 뿐이야. 신은 그 운명을 아는 것이겠지. 그래서 인간에 대해 그토록 많이 용서하셨을 것이야. 이 연민의 존재를 말이야.
(187)스타워즈와 동굴호텔 시디드리스:
스타워즈의 무대:1977~2005
튀니지의 웅크쥬멜과 시디부헬렐  협곡과 마트마타
(188)마트마타의 베르베르인:
마트마타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 또한 마치 화면으로 본 화성이나 달나라의 표면을 밟고 선 듯한 느낌이었다. 검붉고 울퉁불퉁한 땅에 철저히 문명과 단절된 듯한 기이한 흙집과 동굴집 같은 혈거주택들을 보면서 어느 먼 행성에라도 온 느낌이었다./땅을 파고 토굴처럼 집을 만들어 산 지 천 년이 지났다니 놀랍기도 하다./농사는 물론 지을 수도 없고 양을 먹일 목초지조차 없어 그야말로 관목과 약간의 풀을 찾아다니며 소규모로 염소나  양 몇 마리로 삶을 영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예바르고 밝고 맑은 얼굴이다. 삶의 행복을 소유물로 저울질할 수 없다는 것을 살갗으로 느낀다.
(189)차 한 잔 대접받고: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지하가옥에서 차를 대접받았는데 바닥엔 색동천이 깔려있고 회병엔 노란꽃이 꽂혀 있었다. 문득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한사코 거절하는 그들을 보며 비로소 자본주의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튀니지-물동이를 인 여인((191쪽) 하, 초파리도 이 여인에 반했구나!
튀니지 기행1 환상과 우아함이 영켜있는곳(196쪽)


(202)물의 성지, 카이로우안:
'군사 주둔지'라는 뜻
그랑 모스크-7세기 후반 건설  당시 아프리카 최대규모/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300여 개의 사원이 있다/적절한 노동과 휴식이 있을 뿐 일체의 소란함과 번다함이 제거된, 말하자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수도원이라 할 만했다./이 수도원의 지하저수조는 9세기에 40여km나 떨어진 산에서 물을  끌어와 만든 것이라는데 깊이 5m정도에 지름이 130m(저수량 6000만L)나 된다고 한다.
(209)석양의 엘젬, 아프리카의 콜로세움:
수용인원 3만(당시 엘젬 주민 수)/전쟁이 적고 기후가 좋은 데다가 관광객도 적어 일부분을 제외, 거의 원형 그대로임
(215)역사의 등뼈, 카르타고의 비르사 언덕:
카르타고--북아프리카 富의  창고/수도 튀니스에서 20km반경에 있는 연안도시/튀니지 사람들의 자긍심/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어가 로마를 점령했지만 후에 로마장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게 패배한다.
(216)로마의 복수:로마는 카르타고를 점령한 뒤 무려 17일에 걸쳐 도시를 불태웠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검은 잿더미 위에 산처럼 소금을 뿌려 풀 한 포기 나지 못하도록 했다니 말하자면 삼족을 멸하는 것과 같은 형을 도시에 가한 것이다.(한니발이 그토록 무섭고 미웠을까? 전쟁은 승리자의 입장에서는 기고만장할 일이지만 인간의 추악함의 총체다. 그래서 어떤 전쟁 영웅도 대단해보이지 않는다. 지상에 참평화는 없는 것인가!)
(222)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견해: 말하자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결코 여행의 필수코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물관은 뭐랄까  '시간의 무덤'같은 느낌이 들고 미술관은 '단절된 작품들의 창고'같은 인상이 든다. 예컨대 발랄하고 생동감 있는 기의 흐름 같은 것이 단절되어 버리는 느낌이며 어둑신한 실내에 희미하게 떨어지는 조명하며 전시품에서 막  꺼낸 부장품같은 인상을 받을 때도 있다. 더구나 옷깃을 여미고 과도하게 조심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땐 아주 김이 새는 것이다. 안도 다다오 미술관이 그랬다.(공감만세!)
(223)바르도 박물관:'튀니지의 루브르'/18세기 이슬람의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층마다 40여 개에 이른다는 전시실이 제각기 달라 그것 자체가 전시품/한때 궁정으로 사용/상큼하고 신선했다/수수덤덤한 분위기/진열방식이  어수룩해서 정겨웠다/모자이크 박물관/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로마시대 모자이크 전시--돌조각들로 빚어낸 화려한 색채조합과 세밀한 테크닉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튀니지 기행 2 정열과 장엄의 나라(224쪽)


(228)시디브사이드:'聖人 사이드씨의 집'이란 뜻/색의 원석을 캐내는 탄광지대/튀니지의 산토리니/카페 시디샤반이 있는 동네는 프랑스 부호들의 별장지대 같다. 하얀 담들과 푸른 대문  그리고 붉은 부겐빌레아의 집들은 그대로 인상파 화가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많은 이들이 튀니지언 블루의 신비를 찾아 이곳에 온다
**튀니지언 블루--청옥색의 터키시 블루나 코발트 불루에 가까운 것도 같지만 블루에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녹아들어 튀니지언 블루를 만든다
(이 책은 그림구경이나 하면서 설렁설렁 읽으려 했는데 어느새 열심히 필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필사 중독자가 되었나?)

 

시디부사이드1-카페 시디샤반 아래로 한폭의 푸른 명화가 펼쳐져 있다(231쪽)

(245)카페 데 나트:'돗자리'라는 뜻/시디부사이드 한가운데 위치한 오래된 카페/앙드레 지드,모파상, 알베르 카뮈,시몬 드 보부아르 등이 쉬어가거나 글을 썼다는 곳/이곳 카페 주변은 예술인 마을

4장  모로코(248쪽~322쪽)
(253)카사 블랑카:스페인어로 '하얀집'이라는 뜻/베르베르인의 漁港/15세기 포르투갈 인에 의해 건설/모로코 제1의 항구도시/아프리카 북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 /상공업의 중심지/하산 2세 사원이 있다--높이 200m, 동시에 10만 명이 예배를 볼 수 있다.모로코 전통문양의 화려함을  뽐냄/모하메드5세 광장이 있다
**모하메드 5세--프랑스에 항거, 독립운동을 이끌어 1956년 독립을 쟁취, 국왕이 됨, 모로코 인의 國父
(279)제마 엘프나 광장:
모로코 관광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마라케시의 중심지에 있는 큰 광장/예전에 공개처형장이었던 곳/크투비아 사원이 있다/연중무휴의 장터이며 축제장/노천시장의 100% 순수 오렌지맛이 일품
(280)마조렐 정원:'자르댕 마조렐'
프랑스화가 자크 마조렐이 만든 호수정원/평생 그림을 팔아서 모은 돈으로 마라케시에 땅을 사고 최고의 수종들을 골라 심었다고 한다/모로코는 그의 이상형이었기에/두 번째 주인은 이브 생로랑(알제리 출생)/그의 묘소도 이곳에 있다/물길따라 노란색과 붉은 색과 짙푸른색과 황토색의 커다란 토분들이 나타나고 숨는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색채의 박물관이다.
아니 정원은 숫제 하나의 커다란 팔레트에 함부로 짜놓은 원색들처럼 온통 색채의 향연이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정기와 함께 햇빛에 반사된 그 색채의 무리들은 황홀경을 연출한다.바라보고 걷는 사이 가벼운 현기가 온다.
"만물에는 지성이 있다. 꽃과 나무는 더더욱"이라는 디팩  초프라의 글이 주문처럼 나를 맴돈다./유럽 어느 왕궁의 정원처럼 우아하면서도 그 면적이 방대하고 식물 및 생물자원의 종도 다양하다

생명이야기- 마조렐정원. 온갖나무와 꽃 생명체들로 오케스트라를 이룬다(281쪽)


(289)페스의 미로시장:
골목의 숫자는 대략  8천 개에서 9천 개 사이~
골목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가이드가 말했다.
"지금 막 중세로 들어오셨습니다."
--3층 건물도 보기 드물게 나지막한데다 사람들이며 짐을 싣고 가는 나귀 등으로 붐비는데도 전혀 소란하지 않았다.--같은 업종을 나란히 하고 있는데도 이리 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다. 그저 눈이 마주치면 살짝 웃으며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는 정도다.
가게는 그야말로 만화경.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현란하고 아름다운 향신료집이며 수공예 색채품들이었다. 압도적인 것은 화려하고 세련된 그리고 정교하기 그지없는 모로코식 모자이크 타일 젤리지와 도자기, 아랍 신발과 거울이었다. 기하학적 모양과 아라베스크 문양, 꽃과 식물 무늬 등 모자이크타일의 아름다움은 거의 숨을 죽이게 할 정도였다.
(292)색채 웅덩이: 가죽염색을  위한 곳/1000년이나 됨/저 아름답게 보이는 색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말하자면 색채 지옥/뙤약볕에 웃통을 벗어젖힌  사내들이 하루 종일 각색의 염색 웅덩이에 가죽을 넣어 비벼밟고 널어 말리는 고생을 계속하는데, 그들이 숙식하는 공장 옆 벌집들도 지옥이긴 마찬가지로 보였던 것이다. 한두 평이 될까말까한 벌집들에 박혀 웅크려 잠을 자고 대충 끓여 먹으며 기약도 없이 그 독한 냄새 속에서 고행을 계속한 끝에 저토록 현란한 가죽신발이며 장신구들이 나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한 우리들의 시각으로 볼 때 그들은 비참하고 가엾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불행하냐고 물으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모로코기행- 아라비안나이트의 나라, 건축과 음악, 종교와 자연으로 황홀한 곳(293쪽)


(296)모로코 커피:커피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금방 들들들들 원두를 갈아 내오는데 한 모금 들이마시면서  '아' 싶었다. "그러고 보면---" 한 모금을 아끼듯 머금어 삼키며 말했다.
"서울의 길거리 무슨무슨 체인 같은 데서 마시는 커피는 커피도 아니야. 그냥 담배꽁초에 물 부은 거지"라고 했더니 아내가 눈을 흘긴다.
(304)페스의 재래시장 사람들:
시장에서 스치고  만난 그 많은 얼굴들은 한결같이 밝고 생동감 있었다. 대체로 시장이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더 특별했다. 더구나 누구나 멈춰 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靜中動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고요함, 부지런한 움직임, 친절함, 따뜻함--그러면서도 눈에 보이는 삶에 대한 어떤 단호함이나 견고함 같은 것이 있었다.

(카뮈의 번뇌, 붉은 사하라사막의 일몰, 마조렐 정원의 아름다움, 북아프리카 커피의 맛, 페스의 재래시장에서 문득 길을 잃는다면--이런 단상들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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