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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맑은 바람 2021. 1. 28. 21:53

시바타 도요 지음/채숙향 옮김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

 

1911226일 출생.

며칠 있으면 곧 100세가 된다.

그녀에겐 좋은 학벌도 없고 좋은 환경에서 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100년을 살면서 그녀는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매일 떠오르는 아침 해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1>

나이 아흔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보람 있습니다

몸은 여위어

홀쭉해도

눈은 사람의 마음을

보고

귀는 바람의 속삭임을

듣고

입을 열면

말씀이 좋네요. 야무지네요.”

모두가

칭찬을 합니다

그 말이 기뻐

다시 힘을 냅니다

 

<선생님께>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아요

오늘은 무슨 요일이죠?”

“9 더하기 9는 얼마예요?”

바보같은 질문도

사양합니다

 

사이죠 야소의 시를

좋아하나요?”

고이즈미 내각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이라면

환영합니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난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어깨 주무르기 이용권>

먼지투성이

지갑 속에서

나온 것

 

아빠 엄마에게

 

15분 어깨 주무르기 이용권

(3112월까지 쓸 수 있어요)

겐이치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갱지를 작게 잘라

선물한 이용권 한 묶음

 

지금도

쓸 수 있을까

 

<비밀>

,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

 

42편의 시와 아름다운 사진들을 함께 엮은 시집-

두어 시간이면 두세 번 읽어낼 수 있는 짤막한 시들-

나이든 이들은 자신의 삶이 곳곳에서 묻어나므로 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다.

(201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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