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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채만식

맑은 바람 2021. 2. 24. 15:18

채만식/소담출판사/527쪽/읽은 때:2021.2.13~2.24

채만식(1902~1950) 전북 옥구 출생/중앙고보를 거쳐 와세다대 영문과 중퇴(1923)/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1930년대  한국사실주의 문학의 금자탑/'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등을 통해 사회문제를 다룸/장편 '탁류'를 조선일보에 연재(1937)/장단편, 희곡, 동화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많은 작품을 씀/49세에 폐병으로 죽음

화첩기행 전 5권을 읽으면서 신물이 나도록 필사를 했더니 지금 '탁류'를 읽으면서는 문장필사를 하고싶지 않다. 그런데 눈운동만 하니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꾸벅꾸벅 졸게 된다.
다만 이 책에서 날 올가매는 문제를 발견했다. 아무리 1930년대 씌여진 글이라지만 몇 줄 건너 생소한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길을 막는다.
맞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모르는 단어정리를 해야겠다.
군산말도 아닌 표준어를 이렇게나 모르는 채 살았다니! 그러구두 글쟁이노릇을 해보구 싶어했다니!

금강 하구에 자리잡은 군산.

당시 군산 인구 6만- 대부분의 산동네 조선인들은 끼니를 잇기 어려웠다.

주인공 정주사네 가족 또한 끼니를 거를 정도로 빈한하다.
그런데도 지지궁상으로 흐르지 않고 글이 밝고 유머러스하다.
첫딸 초봉이의 청초한 아름다움도 마음을 끌지만 와일드한 것 같으면서도 심지있는 계봉이, 의사 지망생 승재의 따뜻하고 헌신적인 행동, 전형적인 꽃미남 태수 등이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그 '탁류' 속을 뒤엉켜 흐르는 群像 가운데 오롯이 빛나는 남승재라는 인물--거기에 유머러스하고 파워풀하고 현대적 사고방식을 지닌 계봉이가 감초 역할을 하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초봉이의 기구한 삶은 악의 화신 형보를 죽여버림으로써 일단락  지은 듯 하나 그녀가 딸 송희를 동생 계봉이에게 맡기고 자살하려던 마음이었는데 뜻밖에 승재의 출현으로 갈등을 겪는다.
제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정신적 사랑만으로 승재에게 미련을 두는 초봉이가 딱하기도 하고 염치없어 보이기도 하다. '내가 징역살이를 하고 나오면 승재가 거두어주겠지?'

 

스토리 전개와 묘사의 사실성이 1930년대 '구닥다리같은' 인상이 전혀 없다.
'탁류'는 통속소설인가, 근대소설인가,  풍자소설인가?
신파조이기는 하나 쉽사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이 대단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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