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둘째날) 죽변항으로

맑은 바람 2021. 7. 10. 15:52

아침은 대니가 누룽지를 끓여 주었다. 대니가 꼼꼼하게 챙겨온 북어무침에 오이와 고추장, 마늘종장아찌를 반찬으로.

어제 매표시간을 놓쳐서 보지 못한 <수로부인공원>을 가 보기로 했다. 공원입구로 들어서니 해무가 짙게 일어 온천장을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칠월의 햇살보다는 한결 견딜 만했다. 50m가량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는데도 거기서부터도 계단과 비탈길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이 길을 지금 가 보지 않으면 언제 또 오겠는가 하면서 올랐다. 땀이 밴 채로 정상에 있는 카페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이란!

시내버스로 초산(원덕)까지 가서 죽변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초산에 와보니 오후8시에나 차가 있단다.
아직 12시도 안됐는데.
택시를 불렀다. 15분 정도 걸린다면서 요금은 27000원 가량 한다고 했다.

죽변항에 닿아 숙소에 짐을 풀고 얼마 전 개통됐다는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을 타러 갔다.
허망하게도, 안전진단이 더 필요해서 월말까지 연기한다고 써붙였다.
많은 차량들이 들어왔다가 돌아나가고 있었다.

공중레일 아래로 깔아놓은 해안길로 내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
나직히 소리치며 달려오는 파도에 마음을 얹고 무념 무상--
넋 놓고 한참을 있다가 일어서려는데 둘다 다리는 뻣뻣하게 굳어 있지, 엉덩이는 무겁지--벌벌거리다가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터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정경을 연출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트해변과 등대, '폭풍 속으로' 드라마 촬영지를 보러가는데 부슬비가 뿌렸다.

우산이 없는 데도 신경쓰지 않고 다녔다. 온전한 자유스러움을 느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대니는 오늘도 <생대구탕>이다. 나도 딱이 선택의 여지가 마땅치 않아 같은 걸로 시켰다.
멀건 국물에 국자를 휘저어 봐야 대구는 큰바다로 나갔는지 잘 걸려들지 않고 콩나물만 올라왔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어제 임원항에서 먹던 대구탕 생각이 났다. 거기엔 건더기라도 많았지.
한동안 생대구탕을 떠올릴 때면 죽변항이 생각날 게다

16884보 걸었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여행2일 선교장 /초당두부마을  (0) 2021.11.19
18일째)귀경  (0) 2021.07.26
첫날) 임원--임원항  (0) 2021.07.09
원주 <뮤지엄 산Museum SAN>에 가다  (0) 2021.03.01
설악동에서  (0)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