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이야기

손녀들 보러 유치원엘 갔다.

맑은 바람 2022. 7. 11. 23:02

이사 나간 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이들이 문득 보고싶었다.

그래서 어제 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전화를 했다.  아이들 귀가 시간이 어떻게 되느냐고~

오늘, 깜짝 출현을 해서 극적 상봉을 하고 싶어, 지 부모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출발했다.

지하철로 거여역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유치원 앞에서 내렸다.
다행히 정시에 닿았다.
유치원 앞엔 아이들을 기다리는 젊은 엄마들, 더러 아빠도 있고 할머니도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지엄마품으로, 이산가족 상봉하듯 뛰어든다.

교사들마다 해산 방식이 제각기라 흥미로웠다.
어떤 선생은 아이를 한 명씩 제 부모한테 인계를 한다. 무슨 열쇠꾸러미 건네주듯.

하기사 요 꼬마들 속에 얼마나 귀한 열쇠꾸러미들이숨겨 있을까.
어떤 선생은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 머릿수를 확인한 뒤 각자 보호자쪽으로 가게 한다.
한바탕의 이합집산이 끝났는 데도 우리 아가들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께 여쭸더니, 학원 가는 아이들은 제일 나중에 나온단다. 우리 아가들은 바로 태권도 학원엘 간다고 했다.
드디어 반투명 유리현관문 안쪽에 유난히 크고 검은 눈망울의 아이가 보인다.

우리를 보았는지 갑자기 사라지더니 잠시 후 콩알 만한 키에 역시 까만 눈동자가 창에 얼굴을 대고 내다본다.

우리 손녀들이다.
문이 열리자 마자 작은손녀는 할비한테 총알이 날아오듯 튀어오는데 큰눔은 선생한테 잡혔다.
사전에 조부모가 오신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아이엄마한테 통화를 해야겠으니 잠시 기다리란다.

요새 유치원이 아이들 관리를 얼마나 매섭게 하는지 현장 체험했다.

선생님이 가도 좋다고 하니, 묶였다 풀려난 듯 아이는 할머니!하며 내게로 달려온다.
그러나 잠시 뒤 태권도 선생님을 따라 학원으로 갔다.
다섯 살.일곱 살짜리의 하루가 녹록치 않음을 보았다.
잘들 하는 건가?

큰손녀 작품
줄넘기도 잘해요~
세상에서 질루 행복한 할배~
할머니, 우리집에서 자구 가면 좋은데~
지는 해가 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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