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버지여서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 세현 강현 승현 명희 대현
이른아침/275쪽/초판1쇄 2021.10.8/읽은 때 2022.8.30~9.1
얼마 전 강현씨로부터 이 책을 받고, 짬내서 부지런히 읽어야지 했는데 이틀만에 다 읽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서문부터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글들을 만났습니다.
운석 정하생님은 자신의 자녀 여섯에다 형님 두 분과 아우의 자식들 6명까지, 12명의 아이들을 능력껏 공부시키고 먹고 살만하게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평생 죽을 힘을 다하신 통 큰 아버지셨습니다.
저는 그 아내인 조옥순 여사의 노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세대 같으면 힘들어서 보따리 싸가지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았을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뼈빠지게' 일만 하시다가 이제 다리 펴고 사실 만하니 야속하게도 훌쩍 떠나셨으니
자식이 아니라도 안타깝고 애통하기 짝이 없습니다.
머리가 비상하시고 책임감 있는 아버지, 회고록을 쓰실 정도로 문학적 소양도 갖추신 듯--
오로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만주행을 선택하신,책임감 강하고 담대한 아버지-
고단한 만주살이 후 일본의 패망에 따른 북만주 탈출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 우리 민족의 수난사입니다.
그 와중에도 북만주에서 돈을 벌어 고향에 땅도 사고 미싱도 사고 농기계도 사서 집안 경제에 큰 보탬이 된 아버지의 이야기는 立志傳的입니다.
아버지는 형편이 닿는 대로 논을 사서 가난한 일가친척들에게 소작을 하게 하여 먹고 살 만하게 하셨으니 그 베푸시는 삶이 가히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노라면 달변인 강현씨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 옛날얘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왜 아니 흥미롭겠습니까.
(퀴즈)말이 더뎠던 강현이는 언제 말문이 터졌나?
72쪽을 보세요, 웃음이 터지고 혼자 읽기 아깝답니다.
(에피소드)형에게 이끌려 강현씨가 처음 서울 상경한 날:
"야 임마! 남대문을 보면 봤지 바보같이 입은 왜 벌리고 보냐? 입 다물어 인마!"
평소 강현씨 모습이 그려지니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막걸리 심부름, 외상값 수금체험 등 곳곳에 깨알 재미가 숨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강현씨는 '남자 박완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수시장에 있었던 <인제한의원>은 일가 친척들의 정류장이자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끓여내오신 김치국밥을 저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그 속 깊고 훈훈한 인정이 담긴 국밥을~
아버지는 1950년대에 벌써 그 귀한 시간을 쪼개어 가족들을 데리고 트럭을 몰고 여행을 다니셨습니다.
강현씨의 여행인자는 바로 아버지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빨치산에 끌려갔다가 탈출한 아버지, 경찰인 외당숙을 살리려다 인민군의 총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월북자 외삼촌 이야기등은 생생한 한국사를 보는 듯합니다.
적에게 총알을 날리는 사람만 독립투사인가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서 가문을 일으키고 그 너른 품에서 자손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사람도 틀림없이 독립투사라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 나라엔 이런 아버지들이 적지 않아 이 나라의 현재를 일구었으리라 믿습니다.
귀한 책을 읽게 해주신 강현씨, 고맙습니다. 힐링 도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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