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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하는 이집트 여행

맑은 바람 2022. 12. 6. 21:13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1947~ )프랑스/솔본느 철학과 고전문학 전공/고대 이집트학 박사/대표작:소설 '람세스'/김병욱옮김/
문학세계사/318쪽/초판1쇄 2006.11/3쇄 2007.11/읽은 때 2022.11.21~12.6

이집트 지도

('내안의 이집트'를 먼저 읽기를 잘했다. 고대 이집트학 박사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아무래도 싱거울뻔 했겠지?
학력과 경력만 보아도 확 끌리는 이건, 평생 '우수한 자에 대한 선망'의 버릇일진대~ 뭐, 어쩌겠어? 나쁜 건 아니잖아~)
(11) 이집트로 떠난다는 것, 그것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꿈이 아닐까? 먼 고대부터 이 여행은 지혜의 원천을 향해가는 순례로 여겨져 왔다. 신들이 사랑한 이 땅에 잠시나마 머무를 행운을 가진 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사랑을 얘기하고자 할 뿐 다른 목적이 없다. 40년 전부터 내가 찬탄과 열정을 품고서 수시로 드나들고 있는 한 나라에 대한 사랑.그토록 많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낸 한 문명에 대한 사랑, 작은 비석들에서부터 높이 솟아오른 피라미드들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영적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찬란하면서도 신비로운 그 기념물들에 대한 사랑 말이다.

에드푸 신전, 매의 머리를 가진 호루스 신의 조각상 (17쪽)

(38-39)카이로 박물관
여러 시간 동안 지루한 줄 모르고 이동하게 되는 현장에서와는 달리, 의자가 비치된 경우가 드문 박물관에서는 금세 다리가 아프다. 주의력도 곧 둔해지며 그렇게 휙 둘러보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될 수많은 걸작들 앞에서 이내 머리가 멍해지고 만다.(공감, 또 공감!)
고고학 박물관들은 필요악이며 싫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이집트 연구가에게 언제나 사람들은 카이로 박물관에 가 볼 것을 권한다.
과학의 발달로 등장한 인터넷이 우리에게 화면을 통한 박물관 방문을 가능하게 해 줄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작품 자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대신할 수는 없다.
(42)람세스의 미소:
이 파라오의 미소는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권력을 초월하여, 그 얼굴은 자신의 형제들인 신들과 함께 살고 있는 군주의 평온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집트 전체가 그 시선과 미소 속에 나타나 있다.

(43)기자
기자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파라오들의 창조적 힘이 돌 속에 잘 표현되어 있는 곳이다. 기자를 사진으로만 보아서는 그것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스핑크스 앞에 마주 선다는 것, 대피라미드의 발치에서 명상에 잠겨 보고 눈을 들어 그 정상을 바라보고 세기의 거대한 피라미드 주위를 돌아 걸어서 평원을 가로지르고, 사막을 바라보며 일몰을 음미한다는 것은 실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기자를 백 번째 방문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경이로움에 젖을 것이다.
(百聞而不如一見, 크리스티앙 자크도 감각형 인간임에 틀림없다)
(46)기자의 스핑크스
빛의 수호신/세 피라미드를 보호하고 매일 아침 태양을 다시 탄생시키는 것이다./스핑크스의 원래 이름은 호라크흐티-케프리--라-아툼/'케프리'는 떠오르는 태양,''는정오의 태양,'아툼'은 지는 태양을 의미함
(44)기자의 대피라미드

기자의 피라미드 (44쪽)

(55)카프레 왕의 신전들:
파괴되지 않고 그 전모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화강암과 이집트 백대리석이 주요 소재/카프레 왕의 빼어난 조각상 하나가 헌재 카이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58-61)멘카우레 왕의 피라미드:
멘카우레는 '신성한 빛의 권능은 안정되어 있다'는 뜻/왕궁의 정면이 장식된 현무암 석관은 유럽으로 그것을 운송하던 배가 침몰했을 때 사라져버렸다.
(68)발굴이 계속되는 사카라:
길이가 8km에 달하는 방대한 지하분묘가 있다./제1왕조의 파라오들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지금도 계속 발굴 중/이 넓은 유적지의 정신적 지주는 제3왕조의 파라오 제세르/제세르는 '신성한 자'라는 뜻/지하28m가 넘는 수직갱도
(모르니까 재미없다, 지루하다. 이걸 언제 끝내지? 걱정이다)
(90-91)스네프루(BC2613~2589경)
이집트 역사상 가장 훌륭한 건설가/나라 전체를 복되게 한 왕/세 基의 피라미드에서 스네프루의 미라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피라미드가 죽음의 장소로 간주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이곳은 오히려 천상의 에너지를 지상의 조화로 탈바꿈시키는 데 꼭 필요한 기념물이며 태초의 창조가 살아있는 모든 種들에 동화될 수 있도록 걸러지는 운하다.
(98)파라오 세소스트리스 2세(BC1895~1878)의 파윰:동식물의 낙원
(128)테베의 영광과 부는 신왕국 때 확고해진다. 침략자 힉소스를 물리친 이는 바로 아호테프 여왕의 의도에 따라 움직인 테베의 파라오들이다. 그들은 그 공을 아몬신에게 돌리고, 아몬 신전은 이집트의 심장이 된다. 그후 5세기가 넘도록 파라오들은 끊임없이 테베를 단장했다. 그리하여 테베는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131)동테베 카르나크, 신전 중의 신전
카르나크는 이집트어로 '이페트 수트', 즉 '장소들을 열거하는 것'이란뜻이다. 달리 말하면 신성한 장소들을 전부 확인하고 명명하는 신전을 말한다. 또한 카르나크는 '선택된 장소'였다. '南헬리오폴리스'요, '지상의 하늘'이요, 창조자가 발을구르는 빛의 도시, 태초부터 존재하는 위대한 신의 도시들의 이머니, 신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부르짖는 자의 신전>이었다!/카르나크 신전은 고대 이집트의 신성한 건물들 가운데 가장 넖은 면적이다./이 신전은 왕이 일단의 대사제들에게 경영을 위임한 엄청난 사업들의 핵심이었다.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다가 출발도하기 전에 시들해져버리면 어쩌지? 약간의 궁금증을 남겨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실 내가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를 하나라도 더 찾으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크리스티앙 자크의 글이 하두 자세하고 꼼꼼해서 신물이 날 지경이다. 대충대충 넘기려 한다. 다녀와서 다시 보는 한이 있더라도--)
(195)西테베:테베의 지하분묘
**왕들의 계곡
'계곡'이란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공간을 기대했다가는 당황하게 될 것이다.태양에 그을린 돌들의 세계를, 가파른 절벽 사이에 갈색과 황적색 돌들로 된 성소를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그런 준엄한 풍경을 고독과 메마름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곳을 보호하는 여신, '서방의 尖峰'인 바위산 위를 새매들이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202)어떤 무덤들을 방문할 것인가? 가능하면 모두 방문해야 한다.무덤 하나하나가 모두 독창적이며 '계곡'이라는 큰 책의 여러 쪽을 내포하고 있다.
아멘호테프 2세의 무덤과 투트모시스 3세의 무덤은 중요한 문자기록인 '숨은 방의 서'의 두 가지 판본을 제공한다. 투트모시스 3세의 무덤에 이르려면 체력이 좋아야 하지만 힘들여 도착하면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203)최근에 복원된 호렘헤브의 무덤에는 아누비스라든가 부드럽게 미소짓는 '서방의 여신'과 같은 신들을 표현한 기막힌 그림들이 있다.람세스1세의 무덤 역시 매혹적이다.최초로 '문들의 書'가 기록되었던 진정한 보석이라 할 수 있다.

투탕카멘 왕과 왕비가 새겨진 황금의자의 등판 부분, 카이로 박물관(204쪽)

(205-207)많은 이들은 '계곡'의 걸작으로 길이가 100여 미터에 달하는 세티1세의 무덤을 꼽는다. 수직갱의 홀에 이르는 내리막길이 하나 있다.벽들에는 깨달음의 비결을 담은 텍스트들과 재생 과정에 있는 태양의 여러 형상들이 표현되어 있다.계단 하나가 여섯 개의 기둥이 있는 넓은 홀로 이어지는데, 이 홀 가장자리에 있는 제실들 가운데 하나는 천상의 암소를 보여주고 있다. 암소 아래에는 낮과 밤의 나룻배들이 항해하고 있다.
--왕정복고 시대에 박물관장을 지낸 포르벵은 왕들의 계곡을 방문하고 느낀 감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는데, 아마 많은 방문객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이, 인간이란 오직 영혼이 있기에 뭔가 의미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었다.왕도 그 사상이 있기에 왕이요, 그의 껍질로만 본다면 덧없는 원자일뿐이다. 다른 생에 대한 희망만이, 현재의 비참함과 자신의 기원에 대한 감정 사이의 그 끊임없는 투쟁에서 그를 승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이 어둠의 장소에서 나는 어떤마법의 힘, 알라딘의 힘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신기한 램프의 빛에 이끌려와 어떤 거대한 신비를 접하는 순간에 있는 것 같았다."

여왕들의 계곡에 있는 네페르타리 여왕의 무덤벽화,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여왕. 람세스 2세의 첫번째 왕비(209쪽)

(211)놀라울 만큼 잘 복원되어 다시금 방문객들에게 개방된 네페르타리 여왕의 무덤--많은 이들이 이 무덤을 테베의 지하 분묘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묘로 여긴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책은 이집트 연구가가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세세하게 기록했다. 웬만큼은 알고 싶지만 너무 자세한 건 부담스러운, 이 까다로운 독자에게는 좀 버거운 책이다)

네페르타리의 영혼--새인 '바'도 보인다. 그녀는보이지 않는 이와 체스를 두어, 빛의 끊임없는 변화이자 이행의 신인 신성갑충의 머리를 한 케프리 같은 여러 신들에 대한 깨달음과 저승의 문들을 여는 결정적인승리를 거둔다(212쪽)
귀족들의 무덤 중에서 보존상태가 좋은 나크트의 무덤 벽화(216쪽)
토지관리 서기일을 맡던 멘나는 오시리스제에 참석하기 위해 아비도스로 가는 배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220쪽)
라모세의 무덤벽화. 라모세는아멘호테프 4세가 아크나톤이 되기로 결심한 시기에 테베의 재상 겸 총독을 지냈다(224쪽)
라모세의 무덤벽화, 눈물을 흘리는 여사제들이 등장하는 유명한 장례 행렬(225쪽)
메디네흐 유적지의 세네젬 무덤 벽화(229쪽)

(241)에드푸 신전, 호루스의 전능
룩소르 남쪽 110km/프톨레마이오스 3세 에우에르게테스 통치 때인 BC 237.8.23에 착공되어 57년에 완공됨/그리스인들이 '아폴론의 도시'라 일컬음/건축가는 임호테프
(252)에드푸 신전 건물 벽에 새겨진 규칙:
"신들 곁에 온 여러분,
하늘의 영주인 위대한 신 호루스의 신전에서 매 달 예배를 올리는 여러분,
모두 고개를 돌려 이 위대한 신께서 여러분에게 말해준 이 거처를 바라보라.
그분은 하늘을 여행하시지만 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신다.
그분은 만사가 공정할 때 여러분에게 만족하신다.
*함부로 비의에 입문하지 말라.
*불순한 상태로 신전에 들어서지 말라.
*이 성소에서 거짓을 말하지 말라.
*재물을 탐하지 말라.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하지 말라.
*부패를 용납하지 말라.
*가난한 자와 힘센 자를 차별하지 말라
*무게와 크기를 부풀리지 말라
*신전의 신비들 속에서 본 것을 폭로하지 말라
*신의 재산을 감히 훔치려 들지 말라
*마음속에 생기는 속된 생각을 멀리하라
*부유한 일생보다는 신께 봉사하며 보낸 한 순간이 더욱 풍요롭다."
(253)콤 옴보 신전, 매와 악어의 결합
아스완 북쪽 50km 에 위치/투트모시스 3세 때 건설/모래더미 속에 숨겨졌던 건축물/'신들의 살'이라는 황금을 제련한 누비트 시의 심장/매와 악어에 바쳐진 신전이라 문이 두 개/이 두 신은 태양과 달이요, 창조주 얼굴의 두 눈동자다/아스완은 방대한 채석장들로 유명/미완성 오벨리스크가 남아 있다./아스완 맞은편, 나일강 왼쪽 언덕엔 고왕국 말~중왕국 시대의 명사들의 무덤이 있다/탐험가 히르쿠프는 피그미족을 발견, 왕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264)영적 체험을 한 어느 亡者의 문자 기록:
"나는기뻤다
사람들이 내게 하늘을 건드리게 해주었고
나의 머리가 창공을 꿰뚫었고
내가 별들의 배[船]를 긁었기 때문이다.
나는 환희를 느꼈고
별처럼 반짝였으며
별무리처럼 춤추었다"
(265)필레, 이시스의 성소
이집트의 진주/마법의 섬/필레는 여마법사 이시스의 신전이 있던 곳/550년, 유스티니아누스황제가 신전을 폐쇄함/1974년 수몰 위기의 신전을, 근처의 작은 섬 아길키아로 이전했다/24개국, 4만5천 개의 벽돌이 옮겨졌다./1980년 3월 10일 준공식을 마침

아스완의 필레 신전(268쪽)

(274)누비아 여행, 아스완에서 아부심벨까지
1960년 3월,나세르와 후르시초프는 아스완에 새 댐을 건설하기로 결정,누비아는 물에 잠기고 신전들은 해외 여기저기로 이사 갔다.
(281)아부심벨, 신성한 결혼의 축복
아스완 남쪽 300km지점/1813년 스위스 탐험가 J.L.부르크하르트가 모래더미 속에서 발견/람세스 2세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누비아의 심장과 같은 것/람세스 통치 때 이룬 최고의 걸작/이집트인들과 히타이트 족 간의 대결의 모습이 가장 분명하게 표현됨
(295)어느날 저녁 나일강에서

나일강 가에서

어느 겨울 막바지, 해가 저물고 있을 때였다.룩소르 신전의 원기둥들이 부드러운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나는 뭔가 있는 듯한 느낌에 나일강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수평선 저 아래로 저녁 해가 수천의 색깔로 쪼개지고 있었고, 하늘과 강이 서로 뒤엉키고 있었다.
시간은 흐름을 멈춘 채 아툼의 선경이 펼쳐지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다.
태양은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 악마들이 그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어느 위험한 세계 속으로 잠겨들 참이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태어나려면 싸워야 할 것이다.
그 거대한 투쟁을 앞두고 빛은 고요히 잦아들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경배뿐,
인간의 능력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진 어떤 始原에 대한 인식을 창조주 아툼은 나의 눈길에 제공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집트인들이 말하는 '호테프' 즉 '일몰'이자 '봉헌'이요, '충만'인 그런 의식상태였다.
밤을 목전에 둔 이 마지막 광채 속에서 파라오 문명은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어째서 이집트가 신들의 사랑을 받은 땅이었으며, 어째서 이집트 여행이 영원을 향한 여행인지를---.
(이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은 畵龍點睛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