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에세이/샘터/1판1쇄 1997.11/2판4쇄1998.3/255쪽/읽은 때 2022.12.27~12.29
(60)군산 해망동 옥선언니:
그녀들은 생존을 위해 미군한테 몸을 팔았다. 중풍 걸린 아버지, 집 나간 엄마, 모자라는 오빠, 어린 남동생들/이를 본 천사표 수미는 집의 온갖 밑반찬이 될 만한 것을 퍼 날랐습니다.아버지한테 들킬 때까지--/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언니를 평택에서 다시 만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119-120)불탄 집에서
그런데요, 참 이상해요.속이 시원하더라구요.전생에 불을 좋아했었나 봐요.어렸을 때 방앗간에 불났을 때도 신이 났었는데 폐허가 된 거실,주방, 그을린 2층을 보면서도 속이 시원했어요./외국 가서 너무 예뻐 안고 온 작은 스탠드, 곗돈 타서 장만했던 그림, 너무나 좋았던 선물받은 그림들, 액자 속에 넣어두었던 잘 나온 우리 애들 사진, 모든 것이 흔적도 없는데 이걸 움켜쥐려고 그리 추운 밤 꼴딱꼴딱 날밤을새우고 아귀다툼을 했을까/이까짓 게 뭔 데. 갖고 갈 수도 없는 것들, 나도 분명히 저 그림처럼 한줌의 재가 되고 말 텐데---누가 저 벽에 그런 그림이 걸렸었다는 걸 기억할까, 저도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말입니다
(171~255)남도를 아시나요
--여행은 좌우지간 전라도랑께유-
(뒷부분 85쪽은, '전라도 가 볼 만한 곳과 그곳의 먹거리'를 소상하게 일러준 '관광안내서'다. 그녀의 내 나라 중에서도 '내 땅 사랑'이 징허게 전해지는 글이다. 뒷부분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어 좀 황당하긴 했지만---
제목이 전해주는 느낌은 별로 실감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48세에 낸 책이다. 60세에 낸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못지 않게 솔직하고 흥미를 끌 건만 웃음과 감동이 덜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1997년 판을 먼저 읽고, 2009년 판을 나중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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