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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맑은 바람 2023. 7. 4. 12:53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김화영 옮김/현대문학/초판1쇄1998.10/2판1쇄 2004.4/307쪽/읽은 때2023.6.11~6.16

미셸 투르니에(1924~2016)
파리출생/소설과 산문으로 널리 알려진,70년대 이후 프랑스 최고의 작가/박학하고재치있고 삶의 근원적인 문제와 관련된 구상적 문체가 대표적인 특징/<방드르 디, 태평양의 끝:로빈슨 크루소 재해석>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부문 그랑프리 수상/독신

향년 92세

"짧은 글, 긴 침묵은 철학적. 신화적 교양으로 무장된 이 작가 특유의 사유의 깊이, 매섭고 해학적인 에스프리, 그리고 시적 몽상이 개간해놓는 침묵의 넓이와 자유로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의 글들은 모두 다 씹고 소화하여 입에 넣어주어야 받아 먹는 안이하고 게으른 독서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시적산문은 때로는 의식 속에 도전적인 불을 켜고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때로는 읽던 책을 접어놓고 깊고 멀리 몽상의 길로 접어들며 이미지의 신선함에 참가하기를 독자에게 요구한다.
(중략)
그의 산문은 방만한 수필이 아니다. 그것은 등푸른 생선이다.구워서 밥상에 올려놓은 생선이 아니라 이제 막 아침빛을 받으며 바다 위로 튀어오르는 생선이다."--역자 김화영

--차례--
<집>
(13)비베스코. 공작 이야기:
*비베스코 공작은 파리사교계의 명사들 중의 명사였다*
안목있는 친구가 새 집을 사들여 온갖 가구들로 집안을 아름답게 장식한 것을 둘러보고 비베스코가 하는 말,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게 낫잖아요?"
(14)그 '아무것도 없음'이야말로 내가 볼 때 집의 필수적인 출발점이다.
*미셸은 25년째 옛날에 사제관이었던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정원이 무척 아름다운.
(20)열쇠와 자물쇠
이 세상 전체가 한무더기의 열쇠들과 자물쇠들의 모임이다.
인간의 얼굴, 책, 여자, 저마다의 낯선 고장, 저마다의 예술 작품, 하늘에 가득한 별들 이 모두가 자물쇠들이다. 무기, 돈, 사람, 교통기관, 저마다의 악기, 하나하나의 연장들. 모두가 열쇠들이다.열쇠는 사용할 줄만 알면 된다. 자물쇠를 내것으로 하자면 그것에 봉사할 줄만 알면 된다.
(22)열쇠가 없는 자물쇠는 해명해야 할 비밀이요,밝혀져야 할 어둠이요, 판독해야 할 암호다. 인내와 고집과 칩거가 특징인 자물쇠 같은 인간이 있다. 그들은"완전히 알기 전에는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소!"하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어른들이다. 그러나 자물쇠 없는 열쇠는 여행에의 초대다. 그는손에 자신의 열쇠를 들고 자물쇠를닮은 것이면 무엇이든 다 넣어 돌려보면서 오대양 육대주를 골고루 돌아다녀야 한다.

<도시들>
*아를르
(37-38)아를르에선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대부는 그 아이 어머니에게 한 줌의 소금, 성냥개비 한 개, 달걀 한 개 그리고 작은 빵 한 개를접시에 담아다준다. 그리고 아이에게 프로방스말로 말한다.
"너의 아이가 소금처럼 얌전하고 성냥개비처럼 곧으며 달걀처럼 가득하고 빵처럼 착하기를 비노라."
(39)아를르는 웃음 가득하고 햇빛가득한 소읍이다./빈센트 반 고흐가 머물렀던 도시
*아비뇽
*함마메트


(61-63)뉘른베르크 1971
1971년 6월14일, 알베르 뒤러 탄생 500주년 기념 전시회를 보러 뉘른베르크에 갔다./알베르 뒤러, 가스파르 하우저, 리하르트 바그너, 히틀러,장난감들---뉘른베르크는 마술의 도시인가?
(69)탕헤르*모로코의 항구도시
에드몽 샤를로와 알베르 카뮈
(71)너무나 오래 전부터 나는 모로코보다 튀니지를 더 좋아했기에 그대조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모로코 튀니지.이 두 가지 이름만큼글자와 정신을 적절하게 결합시킨예는 없을 것이다. 전자는 메마르고 광물적인 간결함에 의하여, 후자는 애무하는 듯하고 관능적인 말놓기에 의하여(Tu[너]-nisie).
(76-77)뉴 델리의 리퍼블릭 데이
델리에 첫발을 딛었을 때:
나는 내가 일생 처음으로 타관에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적합.이것이 이 나라에 어울리는 단 하나의 단어다./출발하기 전에 나는 이 마하라자와 간디의 나라에 대하여 쓴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최근의것을 포함하여 서너 권의 책을 정독해두었다. 실제로 접해본 인도는 이런 독서 내용을 그냥 부정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건 전혀 다른 그 무엇이었다./
(77-79)1월 26일에 았는 리퍼블릭 데이 이야기:
그전날 우리는 어떤 광대한 캠프를 방문했는데 거기에는 500명의 무희들과 그 가족들이 이 거대한 나라의 심층적인 삶을 상징하는 30여 개의 알레고리 수레에 나누어 타고 대행진에 참가하기 위하여 모여 있었다.히말라야와 갠지스강 유역과 말라바르 해안 및 코로만델 해안이 어깨를 스치며 뒤섞이는 이 캠프는 그야말로 인종,종교,예술의 전설적인 대집합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진 모닥불들과 악기들과 의상과 벌거벗은 모습이 플로베르의소설 '살람보' 첫장면에 등장하는 대연회를 연상시켰다.
이것이야말로 6억5천만에 달하는 온갖 피부색의 인간들이 조사된 것만 1652종이나 되는 언어를 사용하며 21개의 주에 분산되어 살고있는 이 나라의 믿기지 않는 다양성의 놀라운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축제는 그러니까 리오의 카니발인 동시에 미국독립기념일이요, 프랑스의  7월14일이다.
(82)카이로(1976년 방문)
어머니의 사촌과 결혼한 이집트 남자 타하 후세인과 그 아들 모에니스:타하 후세인은 품격 있는 아랍어 작가로,모에니스는 모르는 게 없고 아랍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 나의 '대장 몬느'였다.
(85)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카이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집트 사람들의 친절함, 유머, 그리고 손쉬운 인간관계 덕분에 상당량 어려움이 상쇄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가장 파국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미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이 있다.)
(89)예루살렘에서 뉘른베르크로
1985년 5월7일 뉘른베르크의 프랑켄 할레 공연장/7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 장발족과 로커들이 가득한데, 갑자기 진행자의 부름을 받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91-92)나(미셸투르니에)는  현 내무장관이신 유셉 부르그 랍비를 소개받았습니다. 금세기 초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그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나보다는 훨씬 더 유창한 독일어로 말했습니다.
--내가 그에게 뉘른베르크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를 대신해서 독일 젊은이들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그러더군요. 그 부탁을 이제 전한셈이군요(박수소리)
---나는 베를린--프라하--비엔나 이세 개의 도시를 생각했습니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이 세개의 도시들은 유럽의 척추와 같은 것으로 밖의 세계로 저 보편적 천재들을 내보냈습니다.
막스 라이하르트, 아인슈타인, 카프카, 프로이트, 츠바이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물론 유태인들에게는 미국도 필요 없었고 이스라엘도 필요 없었습니다.그들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중부 유럽 전체가 자기네 집이었으니까요. 나치는그 창조와 문화의 싱싱한 샘을 파괴했습니다.
그러니 40년 간의 평화를 축복하기 위하여 오늘 저녁 여기에 모인 뉘른베르크의 젊은이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권하고자 합니다.지중해 저쪽 여러분들의 정신적 아버지들을 만나러 가보십시오. 여러분과 만날 약속을 하겠습니다. 내년에 예루살렘에서!
(위의 글에 크게 공감한다.나는 우수한 종족들을 부러움없이 좋아하니까)
<육체>
(93)늙는다는 것. 겨울을 위하여 선반에 얹어둔 두 개의 사과. 한 개는 퉁퉁 불어서 썪는다. 다른 한 개는 말라서 쪼그라든다. 가능하다면단단하고 가벼운 후자의 늙음을 택하라.
(97-98)아름다움의 '전범'은 일시적 유행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근거:
니체, 릴케, 프로이트를 사로잡은 살로메는 불거진 광대뼈, 넓고 볼록한 이마 그리고 뒤로 잡아당긴 머리털 등 마치 면도날로 조각한 듯단단하고 팽팽한 그 젊은 얼굴의 순정한 모습에 우리는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지금부터 1세기 전 사교계 여인들은 폭신하고 통통한 아름다움으로 사내들의 욕망에 불을질렀었다./프랑스에서는 네 사람의여자 스타들이 차례로 등장했는데 그들을 통해서 일종의 신격화된 예찬 속에서 제 모습을 갖추어 활짝피어났다가 점차 기울어져가는 어떤 표본적 유형의 역사를 쉽게 분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몬 시몽,세실 오브리, 브리지트 바르도, 잔느 모로가 그들이다.

(101-107)새로운. 이브는 과거의 연약하고 포근한 판박이 여인상과 동시에 보호자로 지처하며 사내다운 위신에 지극히 예민한 남성상을 산산조각냈다. 파괴일까? 그렇다.그러나 새로운 자유,창조,해학 그리고 아름다움이다. 2000년대의 새로운 이브에게 환영의 인사를!/그 이름은 베루슈카/그녀는 일찍이 서양이 낳은 가운데서도 가장 유별나고 가장 잔혹한 영원한 여성의 화신이다./그의 아버지가 나치에 의해 교수형을 당할 때 베루슈카는 겨우 5살이었다/이 세계의 가장이름난 잡지들이 거대한 칡넝쿨같은 몸, 남녀 양성을 겸한 듯한 까까머리의 그 수수께끼같은 얼굴, 기묘하고 독창적인 에로티시즘을 서로차지하려고 경쟁을 하는 그 베루슈카--

(112-113)두뇌
인간은 거꾸로 세워놓은 나무와 같다/우리 머리 속은 120억 개의 뇌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오늘날 인간의 뇌는그곳의 바다,수많은 섬들,거기에 자라는 식물과 동물, 풍토, 인간 연구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백지 상태로 남아있는 하나의 대륙과도 같아 보인다.
(117)마흔 살에 나는 책들을 쓰기시작했다. 스무 살 때는 다만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책들을 말이다.그래서 나는 말한다.갓난아기의 말짱하게 새것인 뇌가 좋긴 좋지. 그렇지만 일생에 걸친 배움, 경험, 암중 모색의 탐구, 인내 같은 것도 중요하거든. 처음에 천부적으로 받은 게 있고 다음에 그걸 가지고 우리는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린이들>
(141)왜 어린시절에는 권태로울까?
아이의 생명 리듬은 성인의 그것보다 열배백배 더 빠르게 고동친다. 그래서 그의 내면을 가득 채우려면 열배백배 더 풍부한 삶의 질료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지>
(162)자화상
*뒤러의 자화상:르네상스 시기에 자화상을 장차 고전적이 될 한 예술 장르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바로 알베르트 뒤러였다.
그는 6점의 자화상을 남겼고 2점의 나체 자화상이 있다.

그후로 렘브란트,쿠르베, 반 고흐 등이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180)샤를르 프레데릭 드 레페슈발리에:데생전문가/창조자,화가/칼 프레데릭 로이터스마이드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면서 기제의 피라미드를 그린다.
그들의 공통점:신앙심에 불타는 다수 대중이 만들어낸 두 가지 종교적 기념물
(190)그는 사르트르의 초상화도 그렸다.

<풍경>
(219)비,민물.태양으로 증류시킨물,바닷물의 반대, 바다에 내리는 비,끼얹는 작은 버섯들,구름들이 지나가면서 거대한 청록색의 짜디짠 평원에 민물로 키스를 보낸다.
(225)나는 해마다 남쪽으로 가는 길을 떠난다. 나는 저 '그랑드 블루' 머리 위를 건너뛰어 이집트로, 튀니지아로 더 잦게는 남쪽 사하라에 가 있다. 그것이 지중해의 부름에 응답하는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다.
(227)폴 발레리와 앙드레 지드의 지중해:
바스티아 출신의 아버지와 트리에스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 세트에서 태어난 발레리는 아마도 이 나라 작가들 중에서 가장 지중해적인 인물일 터이다. 그러나 이는 물론 '고전적'인 지중해, 아름다운 지중해다.
그와 정반대되는 것이 앙드레 지드의 정신이다. 그는 1893년 10월 처음으로 마르세유에서 배를 탄다. 이 젊은 신교도는 캘빈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도시의 잿빛 장벽들 속에 갇혀 살다 보니 숨이 막혔다. 그는 자유를, 가없는 공간을, 사막의 무한을 갈구했다. 지중해는 그의 앞에 아프리카로 가는 관문인양, 숭고한 풍경의 낭만적 약속인양. 펼쳐져 있었다.그가 거기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현자 발레리의 아폴로적인 명상이 아니라 광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의 디오니소스적인 도취였다.
(지중해the Mediterranean Sea는 단어가 길기도 하고 잘 외지지도 않는 단어였으나 사람들은 그 단어에 매혹된다. '地中海'는 로망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인연으로 지중해 한복판의 섬 몰타에 3개월을 머물게 되어 매일 지중해 해변에 나가, 때로는 일렁이는 파도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 한 점  없는 지중해가 석양에 물드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를 띄워 여기저기로 돌아다니기도 했으니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나날이었던가!

내 생애 잘 한 일 중의 하나였음에 틀림없다)
(246)생 모리츠 부근에 있는 실스 마리아 호수:
실스의 정령은 그를 섬기는 사원을 따로 가지고 있다. 그것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1881년과 1888년 사이에 규칙적으로 잦아와 머물렀던, 그러나 오늘날에는 두 곳의 호텔 사이에 납작하게 눌려 있는, 조그만 집 마리아다. 바로 여기, '인간들의 머리 위 6천 피트 되는 곳'에서 그는 자신의 두 분신인 자라투스트라와 디오니소스를 만났다.
바로 여기서 그는 7년 동안 병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고통에 허리가 휘고 반은 장님이 되어 관자놀이를 후려치는 잔혹한 신경통에 시달리면서 '위대한 건강'의 새로운 복음을 공포했다. 자신의 그림자가 던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 여행자는 인간들을 향하여 지칠 줄 모른 채 즐거운 앎의 계율을 쏟아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나는 기막힌 발견을,  게다가 즐거운 발견을 해냈노라!

오직 가볍고 노래하는  진리만이 존재한다.  

무거움은 악마다.

신이 있다면 오직 알프스의 거대한 호수들의 표면 위에서 춤추고 웃는 신이 있을 뿐이다."--
빛과 고통에 취한 그는 머릿속이 섬광같은 자명함으로 불타오르는가운데 그 호숫가에서 더듬거리며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눈물을 흘린다 해도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책>
(255)글을 왜 쓰십니까?
이 질문에 대하여 발자크는 부자가되고 유명해지기 위해서 쓴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내 심리적인 균형에 꼭 필요한 행위니까, 그래서 심지어 발표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글을 쓰겠다 라고 말이다.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소위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책을 내면 몰라도, 갑남을녀가 내는 책은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책을 내려고 글을 쓰고 다듬고 정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몇 권만 내서 가족들과,아주 가깝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에게만 돌리는 게 맞다. 몇백 부씩 펴내서 울며 겨자먹기로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사진 속의 자신의 얼굴만 들여다보듯 남의 책을 감탄하며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리리 그 출판 비용으로 내가 즐기는 다른 일에 쓰는 게 훨씬 낫다.)
그런데 나라면 다른사람들에게 읽혀지기 위해서 쓴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자신은 책이라고하는시장에 내놓을 이제품을 방안에들어앉아서만들고있는 수공업자라고생각하고있는 터이다.책은 창조물이다.
모든 창조 행위란 어느 것이나 다 즐거움을 가져오듯이, 내게는 이중의 즐거움이 있다. 창조하는 즐거움과 나의 독자의 공동 창조를 촉발시키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내가 마음속에 불을 댕기고 그 불이 내게 열과 빛을 준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또한 그 불을 널리 퍼뜨리면서 내가 쓴 책들이 온세상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 속에 만들어내는 수천수백만 개의 작은 불빚들이 떨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257)나는 한권의 책에는 늘 그 책을 쓴 이와 그것을 읽는 이, 이렇게 두 사람의 저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씌어지기만 했을뿐 읽혀지지 않은 책은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독자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잠재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땅의 오목한 한 구석에 내려앉아 마침내 진정한 존재, 다시 말해서 잎과 꽃과 열매로 변할 때만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바람 부는 대로 끝없이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씨앗과도 같은 것이다.

<죽음>
(284)미셸 투르니에의 미래의 묘비명: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그보다 백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미셸 투르니에와 번역가의 만남--1997년 11월 28일--
(297)"얼마 전에 어떤 기자가 날 보고 당신에겐 어떤 것이 행복이냐고 묻기에 좋아하는 한 권의 책을들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저기가 바로 내 행복의 구석이지요."
저 오래된 침대에 누워서 그는 저 가벼운 새들에게 자신의 환상과 꿈과 피를 공급하여 저 어둠 속으로 멀리 날려보내면서 마냥 행복해 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