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미셸 투르니에 <예찬>(1)1쪽~174쪽

맑은 바람 2023. 6. 25. 11:26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김화영 역/현대문학/초판1쇄 2000년10월/446쪽/읽은때 2023년 6월 17일~

미셸 투르니에(1924~2016) 파리 출생,솔본느대학에서 철학,법학 전공/43세에 '방드르디,태평양의 끝'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부문 그랑프리 수상/1970년 '마왕'으로 콩쿠르상 수상

--차례--
예찬
(5-6)여기서는 시간보다 공간이 더 중요하다.눈이 왕이다. 눈이 마음보다 더 중요하다. 존재와 사물의 아름다움과 이상함, 묘한 생김새나 맛은 행복하고도 만족을 모르는 사냥꾼에게 충분한 보람과 보상을 가져다준다.인간의 근원적인 열정은 다름아닌 호기심이다.호기심은 곧 발견하고 보고 알려는 욕구, 그리고 예찬하고자 하는 욕구다.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어떤아름다운 음악가, 한 마리 우아한 말, 어떤 장엄한 풍경, 심지어 지옥처럼 웅장한 공포 앞에서 완전히 손들어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그와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정은 함께 예찬하는 가운데서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우리들의 한계, 모자람. 왜소함은 눈앞으로 밀어닥치는 숭고함 속에서 치유될 수 있다.
우리의 하찮음은 성서를 읽는 가운데 사라지고 우리의 외설스러움은 바티칸궁전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몸들을 보면 육체적 사랑으로 변모한다.그리고 폴 발레리의 '노트'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빛나는 지성으로 바꿔놓는다.

자연에 대하여
(17)나무이야기
나무는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거의 무한대의 공간을 주위에 확보해 딱 한 그루만 따로 심어놓았을 때만 멋지게 자란다. 빽빽한 나무들은 서로를 증오한다. 나무는 좋은 의미에서 개체주의적이고 고독하고 에고이스트다. 이렇게 하여 나는 밀림이 방사하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숲이야말로 집단수용소의 강제적인 혼잡 그 자체다.밀집해 자라는 나무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서로를 미워한다. 숲속의 공기는 그 식물적 증오로 가득차 있다. 산책자들의 폐에 달라붙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증오다.
(18)나무는 숲을 견디지 못한다.바람과 햇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나무는 바람과 태양이라는 우주의 두 젖꼭지에서 직접 생명을 빨아들인다. 그것은 바람과 태양을 기다리며 뻗어있는 엄청나게 많은 이피리들의 거대한 망에 지나지 않는다.나무가 사방으로 빛의 화살들을 날리며 노호하는 잎새들의 갈기를 흔드는 것은 바람과 태양이라는 그 두 마리의 굵은 물고기가 지나가다가 그가 쳐놓은 엽록소의 어망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30)潮水.
우리들에게 그 신비스러운 현상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선생님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그는 탁자 위에 수건을 한 장 펼쳐놓았다.  
"'조수' 란 이런 게 아냐." 하고 그는 말했다.그러면서 수건을 탁자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으로 밀었다.'조수'란 이런 거야. 그리고 그는 수건의 한가운데를 꼬집어 위로 쳐들었다. 이렇게 해서 밀물과 썰물이 칼레에서 두브르까지 모든 해변에 동시에 들고나는 거야. 그런데 이 바닷물 수건을 위로 쳐드는 내 손이 뭔지 알아? 달이야, 달! 바닷물을 잡아당겨서 썰물이 생기게 하는 게 바로 달이거든. 그랬다가 달은 다시 바다를 놓아주는 거야. 그게 밀물이야. 그러면 우리는 눈이뚱그레진 채 탁자 위에서 그 장엄한 요술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자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나는 한사코 대양 쪽을 택하는 편이다.내겐 조수가 있어야 한다. 나는 썰물이 필요하다.나는 매일같이 --매번 다른 시각에, 그러나 얼마나 감미롭게 세련된 방식인가--물에 젖어 번쩍거리는,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때로는 위험을 숨기고 있는, 별들이 빛나고 해초에 뒤덮인 저 광대하고 물기 젖은 공간을 밟고다니고 싶은 것이다. 나는 벗은 맨발로 저 수초들을, 저 모래와 자갈의 갯벌을, 저 부드러운 수렁을, 저 떨리는 물웅덩이를 느끼고 싶고 바위를 뒤덮고 있는 미역의 가발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뜯어보고 싶고 돌을 떠들고서 마치 검객이 단검과 장검을 휘두르듯 짝짝인 두 집게발을 벌리면서 도망치는 작은 게들을 쫓아가고 싶다.

(동심을 사로잡는, 한폭의 아름다운 세밀화, 미셸 투르니에다!)
(48-49)고슴도치 이야기
볼바시옹volvation:고슴도치가 위험에 닥쳤을 때 몸을 둥글게 움츠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작은 강직경련을 일으키면서 그의 근육들이 더욱 더 수축된다.그 어떤 구두쇠도 돈주머니의 주둥이를 이보다 더 바싹 비끄러매지는 못할 것이다."--소설가 모리스 주느브와/사람들과 접촉하기를 꺼리고 마음을 터놓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의 반사적행동을 비난할 때 쓰이기도 하는 말/여우는 아는 것이 많다.고슴도치는 아는 것이 한 가지밖에 없다.고슴도치는 싸우지 않고도 자기를 방어할 줄 알고 공격하지 않고도 상처를 입하는 것이다.-뷔퐁
(56-57)닭과 오리
닭과 오리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두 가지 날짐승의 대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거만하고 편집광적인 암탉은 세심하게 선택한 드문 입자들을 까다로운 표정으로 쪼아먹는다. 그는 자신의 이웃이 벌레, 음식찌꺼기, 과일 껍질, 혹은 생선 내장 등 뭐든지 닥치는 대로 꿀떡꿀떡 삼켜대고 맑은 물그릇을 순식간에 시궁창으로 바꾸어놓는 꼴을 깔보듯이 내려다본다. 오리는 더러 굵은 사과나무 가랑이에 알을 낳기도 하지만 물갈퀴 때문에 나뭇가지에는 올라가 앉지 못한다.오리는 저지에서 미끄럼타는 새다. 이 닭과 오리의 쌍은 몇가지 '사건들'이 그 구경거리를 보여준 바 있는 대질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한쪽에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법관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높은 가지에는 올라가지 못한 채 구정물 속에서 좋아라고 질벅거리는 피의자가 있는 것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우스운 주둥이에 음정이 안 맞는 소리로 짖어대며 진창에서 질벅거리는 저 쾌활한 오리에 대하여 우리는 호감을 느낀다. 희극배우 루이 드 퓌네스에게 무대와 스크린에서 당신의 스승과모범은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가 내뱉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도날드 덕!" 이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그보다 더 나은 답은 없다.

몸과 재산1
(63)무릎:우리가 그 몸의 결정적인 포인트, 즉 살아있으며 유동적인 바탕이 어디인지를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무릎 부위에서 시선을 멈추어야 할 것 같다.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단단하면서도 연약하고 공격적이면서도 상처받기 쉬운 구동축인 무릎은 노력과 탄력과 충동이 발원하는 핵심적 관절 부위다.
(81)폴리네시아인의 문신:
폴리네시아인의 문신은 서구사람들의 낙인과는 다르다/거의 다 벗다시피한 몸 전체를 보라는 듯 뒤덮고 있다./옷을 대신하기도 한다/폴리네시아의 문신은 일차적이고 근원적이며 원초적 언어다. 문신에의하여 폴리네시아인의 몸은 육체기호가 된다.그것은 난해한 책,지식, 오의의 터득이다.
**그들은 몸에 개인사, 소속 부족의 역사를 새기기도 했다
(101)계피 예찬
십자군이 동방으로 간 까닭은 聖墓를 구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계피를 구하기 위해서였다./조미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것이 코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입을 위한 것인가에 따라 향료와 양념으로 나눠진다. 향료는 냄새로 인해 가치가 있고 양념은 맛으로 인해 가치가 있다. 이러한 구별은 어떤 등급을 만든다. 냄새에는 더 많은 정신이 담겨 있고 맛에는 더 많은 육체가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그 등급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 후추인데 이것은 입을 강하게 사로잡는 반면 코에까지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다. 반대로 박하, 시트로넬, 정향은 모두 향료이지만 그것들은 동시에 혀와 입천장의 묵직한 기초를 갖지 못한다. 그것들은 그저 증발해 버린 미녀들에 불과하다.
계피는 이 두가지 영역을 완벽하게 지배한다. 그것은 양념의 여왕인 동시에 향료의 황후다. 옅은 갈색의 그 얇은 지저깨비(잔 조각)는 세일론이나 중국에서 온 것으로 겨울밤의 축제와 주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잼,정과,과일파이, 데운 포도주,펀치 등에 정신적인 동시에 육체적인 이중의 차원을 부여한다.
(102)아르망 살라크루와 소금:
나는 그가 소금을 놀라울 만큼 많이 사용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자기 앞에 내오는 음식접시를 소금으로 뒤덮었고 입에 넣는 빵에도 소금을 잔뜩 쳐서 신나게 먹어댔다. 그때는 영양학자들이 소금을 그리 좋지 않게 여기던 시기였다.
(107)나와 아스피린
나는 지난 시절의  그 구체적인 약방(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약방)덕분에 오하려 식이요법과 이상적인 절식 쪽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나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터이다./약에 관한 한 나는 단 한 가지만은 예외로 취급한다.약제 일람표 중에서도 세계 제일의 약인  아스피린--정말이지 이건 내가 철통같이 믿는 약이다.내가 이 약을 먹고 낫지 않는 병은 별로 없다!

몸과 재산2
(114--115)맹물 처방:
날이 갈수록 기운이 쇠하여 가지가지로 삐걱거리는 몸뚱이--현기증,가려움증, 늑골간 격통, 한쪽 눈의 시럭장애, 기억력상실, 비장의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수돗물 두 잔을 받아다가 내밀며 말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한 잔씩 드세요.
--광천수를요?
--천만에요! 그냥 수돗물이면 됩니다.
--그렇지만 이 물 두 잔으로 내 병에 효과가 있을까요?
--내 전임자들이 선생님께 강요했던 캡슐, 알약, 주사 및 그밖의 각종 장난과 속임수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효과죠. 맹물이라구요?맹물의 장점이 뭔지 아세요?
맹물의 싱거움은 존재의 본질입니다. 그 나머지는 우연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오늘날의 인간들은 포도주,맥주,차,커피, 소다,과일주스, 그밖에 별의별 것들을 다 마셔댑니다. 그들이 처음으로 마셔보는 맹물 한 잔이 얼마나 큰 충격일지를 한번 상상해 보세요! 그때 그들은 한 잔의 맹물 속에 담긴 숭고하고 본질적인 싱거움의 진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는 내게 물 한 잔을 주었다.
-자. 선생님, 건배를 하시고 치유적이고 몸에 좋은 이 강장제의 충격을 맛보십시오!
(맹물을 처방 받은 환자는 얼마나 어안이 벙벙했을까? 그리곤 무릎을 탁 쳤겠지? 명의로군!?)
(138)어느 도박꾼의 철학:
도박꾼들은 아무도 깨트릴 수 없는 희망의 노예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실패 속에는 그것을 만회한다는 약속이 담겨있고 모든 파산 속에는 일확천금의 확신이 담겨 있기때문이죠.
세상이란 가끔 원인과 결과로 직조된 천이 가차없이 펼쳐지는 형국으로 보이는 때가 있지요. 그 촘촘한그물망 속에 노름꾼이 카드나 룰렛에 의해서 억지로 끌어넣는 우연, 그게 그에겐 일종의 산소와도 같은 것이거든요. '언제나 우연에게 기회를 주라' 이것이 노름꾼의 법칙입니다./노름에 대한 정열은 모든정열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게 정신적인 정열입니다/.도박은 건강을 해치지 않습니다./ 우리들에게 돈은 꿈의 연료이며 마법의 영약이고 우리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전능한 권화, 바로 그것입니다.
(146)사라짐에의 유혹:
적어도 한 번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진정한 사라짐, 혹은 증발을 꿈꾸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이런 수수께끼 같은 작별의 우아함과 유머에 매혹을 느낀다./ 엠페도클레스는  에트나 화산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침대 머리맡이나 욕조 옆처럼 분화구의 가장 자리에 벗어놓은 그의 샌들이 그의 사라짐을 노출시켰다.
**엠페도클레스:(BC.490년경~BC430년경) 그리스의 철학자,시인 극작가,의사,연설가
(148--150)작가들의 사라짐:
작가들의 경우 사라짐의 유혹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작가는 그의 작품을 위해서는 떠들썩한 영예를,본인 자신을 위해서는 익명에 가까울 만큼 세상으로부터 비켜 있기를 바랄 수가 있다./그렇다면 그대M.T.(미셸 투르니에)는?  엠페도클레스가 샌들을 남겼듯이 한두 권의 책을 남겨놓고 그대는 언제쯤 마음을 정하여 사라질 것인가? 내가 사라지면 너무나도 좋아할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아, 인간의 사악함이여! 아무런 해를 끼친 적이 없건만, 자신의 질투심 때문에 미워하고 언어적 살인의 칼날을 마구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나는 마르셸 주앙도가 자신의 마지막 초상화 옆에 적어놓은 다음과 같은 말로 대답을 대신할까 한다.
---늙으면 얼굴에 가면이 생기는데 우리는 그 가면 뒤로 조금씩 조금씩 숨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지워진다--

이런 곳 저런 곳1
(153~159)돈조반니 탄생의 현장:
1786년 1월 26일 프라하의 카페 '알크론'에서/로렌조 다 폰테와 모짜르트와 카사노바가 만남
---그 베네치아식의 돈 조반니, 그건바로 나예요!하고 모차르트가 소리쳤다.오도르 디. 페미나! 안디아모! 다 폰테, 축제를 열기로 해요. 미칠듯한 춤을 곁들인 농부들의 결혼식을 말예요.축제의 주인인 돈 조반니는 그 촌뜨기들 속에서 사치스런향수와 포도주와 초콜릿을 뿌리는겁니다. 그리고 암소와 돼지와 어린애들 사이에서 가난뱅이 삶을 살아야 할 팔자였던 예쁜 신부도 잊지 말구요. 돈조반니는 그 한심한운명 속에 영원한 빛을 비추어 줄꿈과 관능의 괄호를 열어줄 거예요! 안디아모, 다 폰테, 자 일을 합시다. 베네치아 식으로!
(159-166)프랑크푸르트 총독 토렝크 백작(1719~1794):남프랑스 그라스 출생/1759년1월2일 루이15세에 의해 프랑크푸르트 함락,토렝크 백작이 총독으로 임명됨/열살 된 괴테를 조언자로 받아들임/1794년 8월15일 신성로마제국의 백작이며 전 왕군 중위요 생 도멩그와  루시용의 전 총독인 프랑스와 드 테아스(토렝크)는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채 그의 전기에서 피에르 본네가 썼듯이 '신 앞에나아가 차려 자세를 취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보다20년 전인1774년 괴테에게 명성을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토렝크는어쩌면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또 독일어로 글을 쓴 가장 위대한 그 작가의 형성에 자신이 매우 중요한 방식으로 공헌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사망하지 않았나 싶다.
(166-169)바이마르 혹은 천재들의 도시:18세기 독일 문화와 서구 문명에서 가장 위대한 두 창조자들 즉, 바흐와 괴테를 배출한 도시/
바흐는 바이마르에서 처음으로 종교 음악과 세속 음악 사이의 종합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바이마르에서 위대한 예술가의 진정한 자유를 누렸고 장차 그의 정신의 변함없고 강력한 요소로 자리잡게 될 신념, 즉 종교적이건 세속적이건 음악은 하나라는 사실, 그리고 그 어떤 음악이건 신앙에서 영감을 얻고 신에게 바쳐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고 한다./바흐는 또한 바이마르에서 그의 칸타타의 많은 텍스트를 쓰게 될 시인 살로몬 프랑크를 만나게 된다. 이 두 작가들 덕분에 바흐는 아직 이탈리아어만이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던 시기에 처음으로 독일어를 성악에 도입하게 된다.
(170-172)바이마르에 도착한 괴테:
바이마르의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의 간곡한 초청으로 1775년 11월 괴테는 바이마르에 도착한다./프랑크푸르트의 번잡한 활기와는 대조적인 이 작은 도시의 고요함에 그 아닌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도 실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외부의 요란한 자극이 전혀 필요없을 만큼 충분한 내면의 풍요를 느끼고 있는 인물이었다. 반대로 그는 이 평온한 장소가 긴 호흡을 요구하는 작품의 느린 완성에 어울리며 어떤 강한 지배력을 가진 개성이 정신적으로 장악해 주기를 그 장소가 은근히 기다리며 개방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그곳은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찾아올 수 있도록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온 것 같은 인상이었다. 바이마르의 통치자였던 안나 아말리아(카를 대공의 어머니)는 물질적인 힘과 부가 부족한 자기 나라 수도를 문화와 정신으로 명성높은 곳이 되도록 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괴테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젊은 통치자가 그에게 보여준 우정과 더불어 섬광처럼 시작되었다. 카를 아우구스트에게 그는 곧 형이자 인도자가 되었다./카를아우그스트는 아직도 여러 가지 진로를 두고 주저하는 이 혜성을 바이마르에 붙들어 두기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1776년 6월 괴테는 추밀고문관으로 임명되어 그때부터 공국의 통치에 참가한다.
(강원도 양구에는 '인문학박물관'이 있다. 그곳에는 우리 시대의 정신적 스승 김형석(1920~), 안병욱(1920~2013) 선생의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두 분 다 고향이 평안남도인데, 양구군청이 그 두 분의 제2의 고향을 양구로 받아들이도록 모신 것 같다. 바흐와 괴테를 바이마르가 끌어들인 것처럼)
(174)괴테는 바이마르의 문화 창달을 위해 저명한 인사들을 불러들였다 /철학자이며 문헌학자인 J.G.헤르더(1776년)와  쉴러(1799년)가 바로 그들이다./실러는 괴테를 사랑했고 유감없이 칭찬하면서도 어딘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괴테가 무서운 힘을 지닌 천재이며 자신은 그에 비하면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 그는 괴테의 터무니없는 자기중심주의를 나무라고 있었다. 그러나 실러는 괴테의 강권에못이겨 마침내 바이마르로 와서 정착한다/만년의 실러는 바렌슈타인, 오를레앙의 처녀, 메시네의 약혼녀, 빌헬름 텔 등을 쓰고 상연한다/실러는 그곳에서 1805년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