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氷河期--이가림 시

맑은 바람 2023. 10. 19. 23:29

李嘉林 지음(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쟝 바띠스트 클라망스에게

그 헐벗은 飛行場 옆
낡은 예레미야 병원 가까이
스물아홉 살의 강한 그대가 죽어 있었지.
쟝 바띠스트 클라망스
스토브조차 꺼진 다락방 안 추운 氷壁 밑에서
검은 木炭으로 뎃상한 그대 어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킬리만자로의 눈 속에 묻혀 있는 표범이마.
빛나는 대리석 토르소의 흰 손이 떠오르지.
지금 낡은 예레미야 병원 가까이의지붕에도 눈은 내리고
겨울이 빈 나무허리를 쓸며 있는 때
캄캄한 안개 속
沈沒하며 가는 내 船舶은
이제고달픈닻을 내리어 정박하고서
축축히 꿈의 이슬에 잠자는 영원인것을
짙은 밤 부둣가 한모퉁이로
내 아무렇게나 혼자서 떠나보네
갈색머리 黑人 女子의 서러운 이빨같이
서걱이는 먼 겨울 밤바다 살갗은
유리의말에 부딪혀 바스러지고
죽음보다 고적한 外套 속의
내 사랑은
두 주일이나 그냥 있는 젖빛 葉書
裸木 끝에 마지막 한 장 가랑잎새로 지는 것을
씁쓸히 웃으며 있네.
지난 쌩 마르뗑의 여름 밤 酒幕에서
빨갛게 등불을 켜 달고
여린 별빛들이 우리 잔등에 떨어져와 닿는
들끓는 燒酒를 毒하게 마시며 울었지
쟝 바띠스트 클라망스
그대 건강한 醫師가 되겠다고 여름내
엄청난 야망은 살아
자기 안의 한 무더기 爆藥에 방화도 했지만
참혹하게 파손되어 간 內室이었음을
어느 저녁 食卓에선가 눈물 글썽이게 하는
그대 슬픈 소식을 건네 들었지
지금은
옷고름처럼 나부끼는 달빛에 젖어
마른 갯벌 바닥으로 徘徊하다
무릎까지 빠지는 맨발의 괴로운 밤게(蟹)가
되어서 돌아오는
조금씩 미쳐가는 나는 무서운 醉眼인 채
횡폐한 자갈밭을 건너
흐린 가스燈 그늘이 우울한 市場街에서
눈은 내리고
하얀 囚衣 입은 천사처럼 잠시 죽어봤으면 생각하다가
咆哮의 巨大한 불꽃으로나 멸망하기를 소망하다가
아아 자꾸만 목이 메이고 싶어지는
내 고단한 木管의 노래는 떨려
懊惱의 회리바람에 銀빛 音階들이머리칼마다 흩날리며 있네
그 드빗시 찻집 유리 속의 金髮이 출렁이는 인형은
젖은 눈이 성애 낀 창밖을 보고
수런대는 목소리들 盞 둘레로 넘쳐나 비듬처럼 쌓여 가는데
잊히인 椅子 아래 이랑져오는 음악의 꽃빛 눈부시는
바람결 소리여,
이 沈澱하는 葬送의 파도가에 앉아서 단 한 번
고운 색깔이 아롱진 魚眼의 나는
뜨거운 두 손으로 피곤한 이마를 묻어 보네

**이가림(1943~2015)향년72세
인하대불문과 교수 역임/루게릭 병으로 사망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는 카뮈의 소설 <轉落>의 주인공으로 파리의 이름난 변호사였다.  그러나 어느날 스스로 부조리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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