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장편소설/최수철 옮김
문학동네/301쪽/1판1쇄 1998.1/1판7쇄 2008.11/읽은때 2023.12.14~12.18
--오, 물고기여, 작은 황금 물고기여, 조심하라!
세상에는 너를 노리는 올가미와 그물이 수없이 많으니--
(7)랄라 아스마:예닐곱 살 무렵 유괴범으로부터 나를 산 여자./원래 이름은 아즈마, 에스파니아계 유태인
(8)라일라: 내이름/사고로 한쪽 귀가 멀었다.
(11)랄라에겐 며느리 조라와 아들 아벨이 있다.아들은 건장하게 생겼고 부유했다.
(12)"건강이란 튼튼한 사람들의 머리 위에 놓여진 왕관 같은 것이어서, 오직 병든 자들만이 볼 수 있는 것"--아랍 속담
(32)자밀라 아줌마:
여인숙에 사는 산파/의사 노릇도 한다/랄라 아스마가 죽자 라일라는 자밀라 아줌마에게 의탁한다/자밀라는 여섯 공주(파티마, 주베이다, 아이샤, 셀리마, 후리야, 그리고 타가디르)와 함께 산다./여인숙은 불결하고 무질서하고/자밀라는 그녀를 딸이라 부른다
(34)여인숙에서의 내 삶은 더할 나위없이 안락하게 자리잡혀서 그때가 내 삶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내게는 아무런 속박도 근심도 없었으며 자밀라 아줌마와 공주님들은 그때까지 받아본 적 없는 환대와 애정으로 나를 대해 주었다.
(37)자일라 아줌마는 나를 곁에 붙잡아두려 하거나, 쓰기와 계산과 자연과학에 대한 숙제를 냈다. 그녀는 맘 속으로 생각해 둔 바가 있는 모양인지 내게 아랍어로 쓰는 법을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하려는 말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나는 그동안 너무 오래 갇혀 살아온 데다가, 자유에 취해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붙잡아두려 하면 달아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37)어느날 저녁, 유리창을 검게 착색한 길고 검은 자동차가 앞쪽 양옆에 초록색, 흰색, 붉은색,검은색이 섞인 깃발을 달고 나타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타가디르가 내게 말했다.
"저 사람은 힘도 있고 부자야"
"왕인가요?"
타가디르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왕만큼 중요한 사람이지"
(42)라일라의 고향 이야기:
무엇보다도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고독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때때로 오래 전 유괴당하던 날 일을 다시 겪었다./그럴 때면 나는 후리야의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 그녀에게 몸을 바싹 붙이고서 당장이라도 까무러칠듯 그녀의 등에 매달렸다. 나의 고향에 대해 처음 말해준 사람은 그녀였다. (후리야는 베르베르족 마을 출신인데 돈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도망쳐 나왔다)
조라가 내게서 훔쳐간 귀고리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나의 종족인 힐랄이라는 초승달의 부족에 대해 알고 있으며, 그 부족은 몇 개의 산을 넘어 말라 버린 큰 강 유역에 살고 있다고 말해줬다.
(45)뜻하지 않은 일로 후리야가 떠나고 나서 자밀라 아줌마는 내가 다른 공주님들과 외출하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후리야와 함께 지내며 이미 자유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머릿속 생각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아이샤, 셀리마와 더불어 나는 새로운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도둑질을 시작한 것이다.
(50)나는 많은 사람들이 순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나처럼 일찍 인생의 교훈을 익히지 못했으며, 자기들이 본 것과 남들이 말하는 것과 남들이 믿게 하려는 것을 우선적으로 믿고 있었다. 나는 실제로는 열네 살이었으나 열두 살 정도로 보였으며, 그때 이미 악마만큼이나 교활해져 있었다. 그 말을 한 것은 타가디르였다./그때 이미 나는 절제나 권위 따위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떤 난처한 일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나의 성격을 형성해 나가고 모든 종류의 규율에 불복하여 내 욕망만을 따르는 성향이 되고 그리하여 차가운 눈빛을 얻게 된 것은 내 인생의 바로 이 시기 동안이었다.
(자밀라 아줌마의 성의로 기숙학교에 몇 달 다녔으나 공주언니들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쫒겨나게 된 후 다시 자유롭게 도둑질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얼마 안 되서 그녀는 체포되어 어딘가로 끌려갔다.
그녀는 재판을 받고 조라에게로 돌아온다. 조라는 전처럼 라일라를 학대하고 감금했다. 그러던 어느날 라일라는 드디어 조라의 집을 탈출한다. 여인숙이 해체되어 사람들이 온데간데 없어졌으나 겨우 타가디르의 거처(천막촌)를 알아내어 거기 머물게 된다.)
(74)타가디르는 당뇨병을 앓고 있고 다리는 썪어가고 있었다. 생활은 후리야가 허드레 일을 하며 꾸려 나갔다.
"내게도 일자리를 찾아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네게 어울리지 않아. 너는 다른 걸 해야 해. 학교에 가야지."
그녀는 내게 프랑스어와 에스파니아어, 영어로 된 책과 공책들을 사주었다.타가디르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너는 우리처럼 되서는 안돼. 변호사나 의사 같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우리 같은 허드렛일이나 해서는 안된단 말이야"
나는 그녀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하튼 내가 누군가와 결혼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처음이었다.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
(라일라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동네 조용한 도서관을 찾아가서.)
(76)도서관에서 나는 한때 고등학교 프랑스어 선생이었던 루시디 씨를 알게 되었다./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아마도 내가 엄청난 양의 책을 읽는 것을 보고 호기심을 느낀 것 같았다. 그는 내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루시디 씨는 가난하기는 했어도 항상 다림질 잘된 밤색 양복에 흰색 셔츠와 진한 청색 넥타이차림의 우아한 사람이었다.
(루시디와 독일문화원에서 만난 쉔씨는 둘다 라일라를 사랑했다. 쉔씨는 뒤셸도르프 대학의 교수였다)
(84)쉔 씨의 돌발적인 행동:
갑자기 쉔 씨가 몸을 숙여서 내 목에 살짝, 아주 가볍게 입맞추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어서 나는 사태를 이해할 틈도 채 없었으며 마치 파리 한 마리가 앉았다 날아간 듯했다./그토록 슬프고 차가운 인상을 주는 남자가 난데없이 어린 소년처럼 행동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우습기까지 했다./이 대단한 거물인 남자, 뒤셀도르프 대학의 독일어 교수인 그가 타브리케트 천막촌의 한 흑인 소녀의 목에 입맞출 생각을 했다는 것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황금물고기>가 오래도록 스테디 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이 소설, 진짜 재미 있다)
*탕헤르:모로코의 항구도시/아랍어 사용
(89)어느 날 저녁 후리야와 라일라는 말라가 행 배를 타고(밀항) 아프리카를 떠났다 *말라가:스페인 항구 도시
(102)스페인을 거쳐 파리로 밀입국하는 데 성공:
마침내 우리는 파리에 발을 디뎠다. 우리는 후리야의 접는 우산 아래 몸을 웅크리고서 가방과 그물 주머니에 든 오렌지와 그 고물 라디오 '리얼리스틱'을 들고 빗속을 걸었다. 우리는 철로를 따라 역 주변을 돌며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장-부통 가에 있는 마예르 부인의 하숙집에서 가구 딸린 방을 하나 얻게 되었다. 아마도 그 건물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임신으로 몸이 무거운 후리야를 위해 병원에서 잡역부로 일하다 어느 여의사의 눈에 띄어 그 집 가정부로 들어간다. 아이가 없는 독신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일라는 여의사의 집에 남기로 한다. 후리야를 떠난 것이다.)
(119)프로메제아 부인의 집:
라일라, 내 곁에서 나를 보살펴 주겠지. 그렇지? 내게는 아이가 없으니, 네가 내 딸이 되는 거야. 너라면 이 집을 잘 꾸려 나갈 수 있을 거야./나는 프로메제아 부인의 집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웠다.
(122-123)노노:
나는 노노에 대해서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그 역시 나를 자신의 그물에 가두려 하였다. 그는 나와 데이트하기를 원했고 내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여주기를 바랐다. 그는 마음이 착하고 웃는 모습이 보기좋았으며 그와 보내는 시간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나 항상 걱정이 되었는데 카메룬 출신인 그에게는 신분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조만간 그가 체포될 것 같은 예감에 시달렸다. 나도 그와 함께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123-124)삶에 찾아온 휴식:
부인의 집(파시에 있다)에서는 삶은 휴식이나 다름없었다./이 부촌에 경찰이 날 찾으러 다닐 일은 없을 테고 나는 아홉 시나 열 시까지 잤다./부인은 말했다.
"귀여운 것, 일어나지 마. 그러고 있어. 여기는 네 집이야. 내가 널 재워줄게. 넌 내 어린 딸이니까. 나는 너같은 아이를 기다렸어. 내가 널 보살펴 줄 거야. 나하고라면 걱정할 게 없어. 내가 모든 걸 알아서 해 줄게. 너는 내 딸이야. 내 작은 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일라의 도둑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프로메제아 부인은 라일라를 애완용 장난감 취급을 한 것이었다.)
(134)비로소 나는 랄라 아스마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네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차는 마시지 마라. 원하지 않는 것을 마시게 될 수도 있으니까"
(라일라는 많은 사람을 매혹시켰다. 그녀의 외모로, 그녀의 총명함으로. 그러나 나를 매혹시켰던 건 그녀의 자존감이었다. 온갖 고약한 환경이 그녀를 뒤흔들어놓아도 오뚜기처럼 뒤뚱거리다 다시 제자리를 찾는 그 자존감!)
(137)파리의 자블로 거리:
노노가 살고 있는 동네/프로메제아의 집을 도망 나온 라일라는 노노의 집에 숨어 지낸다./그러다 후리야를 되찾아와 노노의 집에 거한다/축제날 밤 그들은 33층 건물 꼭대기에 올라 밤의 파리를 내려다본다.
(146)파리에서는 어둠이 완전히 내리는 법이 없었다. 도시 위에는 마치 기포처럼 붉은 빛이 떠 있었다. 하킴과 노노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우리는 자갈이 깔린 곳을 골라 환기구 옆에 앉았다. 노노는 북을 치기 시작하고 하킴은 산자를 탔다.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젊었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었다. 우리는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지붕과 붉은 하늘과 도시의 웅웅거리는 소음과 하시시와 같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 모든 것이 바로 우리의 것이었다.
(152-155)노노의 단짝 하킴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엘 하즈 할아버지는 두 손을 내 얼굴에 대고 뺨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미끌어뜨리며 손가락으로 눈썹과 코와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가 중얼거렸다.
"마리마를 닮았구나. 넌 누구냐?"
(*마리마는 하킴의 누이동생)
나는 속삭이듯 내 이름을 말했다. 목이 메었다.이처럼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아주 잘생겼고 피부는 검은 돌과 같은 색에 주름살로 덮여 있었으며 흰 고수머리가 후광처럼 그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뭐가 가장 중요한 건가요, 할아버지?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신의 눈에는 보석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지.
---
우리가 떠나려 할 때, 그는 다시 나의 얼굴을 만지고 내 눈과 입술을 쓰다듬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라일라야, 너는 아직 어리니까 조금씩 세상을 알아나가기 시작할 거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도처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테고 멀리까지 그것들을 찾아 나서게 될 거야."
마치 그가 내게 축복을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 대한 경의와 사랑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162)가수 시몬느:
아프리카 인들은 주로 바스티유나 생 폴 역에 있었고 서인도제도 인들은 레오뮈르-세바스토폴 역에 모였다. 그러나 간간이 시몬느 같은 여자도 있었다. 그녀에 대해 말해준 사람은 노노였다. 그녀는 키가 크고 피부가 아주 까맸으며 얼굴은 약간 길고 눈은 활처럼 휜 모양이었다. 머리에는 붉은 헝겊으로 만든 터번 모양의 모자를 썼고, 진한 붉은 색의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나는 그녀가 이집트인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노노가 말했다.
"저 여자는 시몬느야. 아이티 인이지."
그녀의 낮고 울림이 풍부하고 뜨거운 목소리는 내 속으로, 내 뱃속까지 스며들었다.
(라일라는 시몬느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에게 과거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들은 항상 타인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180-182)시몬느2
시몬느의 애인은 마르시알 주와예, 그는 파리 시립병원 정신과 의사다./가끔 시몬느를 심하게 패기도 했다/나는 그녀에게서 음악을 배웠다./그녀는 전자피아노를 쳤고 나는 노래를 배웠다./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가 반쯤 귀가 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내게 음악을 가르칠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내 속에 음악이 깃들여 있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우리는 비트-오-카유의 집에서 오후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수다를 떨었다. 나는 여태까지 시몬느같은 친구를 한번도 가져본 적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어느 날 집안은 아수라장을 해놓고 음악에 취해 있는데 주와예가 퇴근을 했다 그는 몹시 화가나 보였다.
(185)그녀는 내 손에 돈을 쥐어 주었다.
"어서 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 날이 추워"
왠지 모르지만 그때 나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으며, 그녀가 노예처럼 지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면 그녀는 마르시알도, 혼자가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거나 그의 학대를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유를 얻었을 것이다.
(187)엘 하즈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
마리마는 하킴의 누이동생이었다. 백혈병으로 죽은. 그녀는 공부를 썩 잘했다. 엘 하즈는 내가 그녀인 것 같다고, 새로운 마리마 같다고 말했다.
"내가 죽으면 네가 나를 내집(세네갈?)에 데려다주었으면 좋겠구나. 팔레메 강가의 얌바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곁에 묻힐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가 주겠다고 약속했다./나는 어둠이 내릴 때까지 엘 하즈와 함께 있었다. 나는 그에게 차를 끓여주고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정리했다. 아마도 나는 마음 속으로 그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랄라 아스마가 주방에서 넘어졌던 무렵에, 그녀가 세상을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197)(라일라는 늘 기차에 무임승차했었나 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넋이 나가 있는 바람에 검표원들에게 발각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내가 오늘 붙잡힌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하여 그들을 착잡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그들이 내게 동정심을 가지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들로부터 호의를 받겠다고 엘 하즈 할아버지를 들먹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아, 이 못말리는 자존감! 라일라 넌 진짜 '황금물고기'구나!)
(210)하킴에게서 죽은 동생 마리마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여권이 왔다. 이제 그녀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216-217)주아니코와 함께 니스로:(*주아니코-루마니아에서 파리로 온 집시 소년)
떠난다는 것은 내게 큰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나는 실로 오랫동안 파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나는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있었고 그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심지어 욕을 할 수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눈에서 그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간파하고, 그들이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대답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이 짖어댈 수도 있었다.(나는 18세가 되었다)
(220)니스로:
니스는 내가 상상하던 대로였다. 둥근 지붕들과 구근 식물들이 많고 비둘기와 노인들이 눈에 자주 띄는 아름다운 하얀 도시였다. 특히 플라타너스가 늘어서 있고 인도까지 자동차로 넘쳐나는 넓은 대로가 인상적이었다. 아랍인들이 많긴 했지만 이프리카와는 닮은 데가 없었다. 그곳은 웃음과 꿈의 도시였고 산책하기에 좋은 도시였다. 주아니코와 나, 우리 둘은 누나와 남동생처럼 손을 잡고 산책했다.
(222)우리는 오월 한 달을 니스에서 보냈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아침에는 구제소에 나가고, 오후에는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구시가의 거리를 어슬렁거렸다./(주아니코의 라몽 외삼촌은 공사판 노동자로 일하면서 야산에 지어진 구제소에 살고 있었다.)
(229-231)콩코르드 호텔에서 노래 부르는 흑인 가수 새라:
라일라에게 호감을 보이자 라일라는 매일 저녁 노래를 들으러 호텔 바에 갔다.
(232)자주 벌어지는 그런 일들:
이 세상에는 그 어디에도 평화로운 장소가 없었다.한적한 곳이나 시야가 가려진 곳이나 동굴이나 사람들 발길이 뜸한 공원 같은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는 어김없이 외설적인 행동을 일삼는 자들, 한마디로 너절한 녀석들, 관음증 환자들이 나타나곤 했다.
(232)크레마 수용소의 두 사내아이들: 다니와 위그 형제/마리화나를 피웠고 자동차를 타고 로데오를 했다/우리는 그들의 자동차에 동승했다(다니의 입맞춤을 거절하자 그는 라일라 몸에 불을 붙였다/라일라는 그들을 떠나야했다.다시 파리로)
(237-241)(대학입학 자격시험에 낙방하자 미국행을 결심한다/전에 알고 지냈던 이들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46)보스턴의 여름:
새라 립캡(콩코르드 호텔에서 만난 가수)의 집에 얹혀 살면서 돈이 줄어들자 대책도 없는 채로 초조한 나날을 보낸다./
(새라의 동거인 저프의 추태 때문에 집을 나온다/낮에 카페에서 만난 장 빌랑이 시카고로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라일라도 시카고로 떠났다)
(253)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내게는 세상과 대면할 용기가 있었다. 도착한 지 이틀 후에 나는 캐널 스트리트의 한 호텔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바의 주인의 알선으로 라일라는 음반을 내고 독점 계약까지 하게 된다. 라일라는 장 빌랑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임신을 한 것이다.한편 벨라라는 에콰도르 출신가수도 그녀의 교제 대상이었다.)
(이쯤에서 갑자기 이 흑인요정과 루 살로메가 그 歷程이 비슷한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손만 내밀면 여기저기서 잡아주는 손이 있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라일라는 벨라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탈출(?)하는 중에 병을 얻었다(뇌척수 계통의 열병) 벨라는 그녀를 병원 앞에 내려놓고 달아나 버렸다./그녀는 샌버너디노 병원에서 장 빌랑의 아이를 유산하고 또한 사랑의 천사를 만난다. 샤베즈라는 인디언 여인이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라일라가 병원을 떠날 때 그녀는 딸라 뭉치를 그녀에게 건네줬다.
(280)비벌리에서:
(상점안에 전시된 검은 피아노를 보고 라일라는 연주 충동을 느낀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녀는 沒我의 경지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281-287)나는 의자에 앉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손가락이 건반 위로 미끄러졌고, 화음과 가락을 되찾을 수 있었으며 몇몇 곡의 부분들을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나는 빌리와 지미 핸드릭스를 연주했다./
나는 생각 나는 모든 것을 어떤 순서에도 따르지 않고 도중에 멈추지도 않으면서 연주해 나갔다./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피아노 안에 들어있었다.입술은 벌어졌고 배와 목과 다리에서 울림이 느껴졌으며 마치 바깥에서 햇빛을 받으며 걷고 있는 것 같은,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는 음악을 귀가 아니라 내 온몸으로 듣고 있었으며 전율이 나를 감싸고, 살갗을 자극하고, 신경과 뼈까지 아프도록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들을 수 없는 음들이 내 손가락 속으로 거슬러올라가, 나의 피와 나의 숨결, 그리고 얼굴과 등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함께 섞였다./
이제 나는 나 혼자만을 위하여 연주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깨달았다.
나의 연주는 나와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 지하 거주자들, 자블로 거리의 차고에서 살던 사람들, 나와 함께 배를 탔고 발레 드 아랑 도로를 자동차로 달렸던 이주자들, 더 멀리로는 강 어귀에서 배를 기다리며 조만간 무엇인가가 자기들의 삶을 바꿔 주리라고 믿는 것처럼 하염없이 수평선을 바라보던 수이카와 타브리케트 천막촌의 주민들, 그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 모두를 위하여.
갑자기 나는 열병이 앗아간 내 아기를 생각했다. 그래, 그 아기를 위하여, 나의 음악이 지금 그 아기가 있는 비밀스런 장소로 찾아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지금 나는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음악에 사로잡혔으며 따사로운 햇살과 바다의 느린 물결 소리를 듣는 맹인처럼 내 얼굴의 살갗 위로 줄달음질치는 음악의 감촉을 느꼈다.
실로 오랜만에, 에브리-쿠르쿠론느에서 얌마 엘 하즈 마포바가 자신의 침대에 누워 싸늘하게 식어버린 후로 처음으로 가져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식으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 경비원들의 손이 나를 잡아 천천히 일으켜 세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트럭에 태워져 어딘가로 가고 그녀를 보살피는 나이든 남자 에드워드 클라인을 만난다. 그는 철학자였다.)
(상점의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할 때, 부르지도 않았는데 청중이 둘러싸고, 그후 샌버너디노의 간호원 샤베즈가 오고, 시카고의 들로이가 나타나서 니스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의 초대장을 주었다. 곧 장 빌랑도 올 예정이다)
**내가 있는 곳-비벌리의 마운트 자이언
(287)내가 누구에게든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神이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가 아닌가 싶다. 라일라의 자존감이 최고조에 이른!)
(288)니스 페스티벌에 참석하러 왔다가 마음을 바꾸고 그곳을 떠난다./그녀의 목적지는?
(294-295 )귀향-그녀는아프리카로 돌아온다
더 이상 멀리 갈 필요가 없다.이제 나는 마침내 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돌, 까마귀 울음소리.십오 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 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 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장은 내일 도착한다. 나는 카사호텔에서 그의 전보를 받았다. 이제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름을 떨친 나의 조상 빌랄처럼, 노예였다가 예언자 마호메트가 속박에서 풀어주고 세상으로 내보낸 그 사람처럼, 드디어 나는 또 하나의 빌랄 족이 되어 부족의 시대에서 벗어나 사랑의 시대로 들어선다.
떠나기 전에 나는 바닷속의 돌처럼 매끄럽고 단단한 노파의 손을 만졌다. 단 한 번만, 살짝, 잊지 않기 위하여
(마지막 부분이 좀 아리송하다. 그리고 그 누구의 낚싯줄에도 걸리지 않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황금물고기>를 기대했는데 '장의 전보'는 또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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