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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맑은 바람 2024. 9. 14. 12:05

--인생의 위기를 만났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여전히 막막해하는 독자들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담담히 사유하게 하는 역작이다--편집자

레프 톨스토이 지음/윤우섭 옮김(러시아어 원전 번역본)/현대지성/1판1쇄 2023.3/1판2쇄 2023.4/222쪽/읽은 때 2024.9.13~9.14

레프 톨스토이:1828~1910/향년 82세/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출생/아버지는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했던 퇴역중령 톨스토이 백작,어머니는 볼콘스키 공작 가문의 마리야 니콜라예브나 톨스타야/4남
어린시절 부모의 죽음을 비롯하여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은 작가에게 깊은 심리적 상처를 남겼다./1859년 농민학교를 세우고 아동교육에 전념/1862년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베르스와 결혼/1886년, <이반 일리치의 죽음>탈고/1901년 정교회에서 파문 당함/1906년, 노벨상 수상자로 추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거부의 뜻 전달/1910년, 영지와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순례자가 된다/11월7일 아스타포보 역에서 폐렴으로 죽음.

표지그림:<바보들의 배>네델란드 화가 히로니뮈스 보스(그림 속 배에는 수녀,수사,바보,도박꾼,대식가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온갖 어리석고 죄악된 행동을 일삼고 있지만,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주변의 혼란과 위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앞두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 전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례--
1.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
(1881년 6월2일 심각한 질병(화농성 감염)으로 사망한 툴라 지방법원의 검사 이반 일리치 메치니코프의 죽음[실화]이 반영됨)
--톨스토이야말로 시공을 초월하여 가장 위대한 예술가다--차이코프스키

--프랑스 독자들을 가장 흥분시킨 러시아 문학작품 가운데 하나다--로맹 롤랑

(11)사람들 머릿속에 그의 죽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사 이동과 직무상 변화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 것과는 별개로, 그 부음을 들은사람들은, 가까운 지인이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늘 그렇듯, 죽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동시에 이반 일리치의 가까운 지인들, 이른바 친구들은 매우 지겹지만, 예의상 어쩔 수 없이 추도식에 참석하고 미망인에게 조문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예나 이제나 번하지 않는 건 인간성이다, 이기적인. 나이가 나이니만큼 장례식장 출입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장례식장의 정경들을 보면 가관이다. 거침없이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눈치 저 눈치보며 킬킬거리기까지 한다. 묵묵히 슬픔에 젖어있거나 눈물 흘리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장례비용 미리 마련해 놓고 가족장을 지내는 장례문화가 정착할 때다.)
(27-28)결혼과정과 신혼 시절에는 부부의 애정도 끈끈했고, 새 가구와 식기, 새 옷과 더불어 아내가 임신할 때까지 너무나 흥겹게 흘러갔다.그가 삶의 본질이라고 여겼던, 가볍고 즐겁고 유쾌하고 언제나 고상하여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그런 삶의 방식을 허물어뜨리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강화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 무엇인가 예상치 못하고, 불쾌하고 고통스럽고 범절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뜻밖이었고 거기서 달아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부인은, 이반 일리치가 보기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의 표현대로라면 "변덕스럽게" 삶의 즐거움과 품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아무 이유없이 남편을 질투했고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으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불쾌하고 무례하게 대했다.
(외국 작가의 번역문을 대하면 '아,뭔가 부자연스럽네, 이거 교수가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준 번역문 아냐?'하고 의심할 정도의 어설픈 문장들이 있는가 하면, 이 글은 아주 번역문이 자연스러워 원문이 한국어인듯 느껴지기도 한다.)
(41)몸의 이상 증세:
가족 모두 건강했다.이반 일리치가 이따금 입맛이 이상하다고, 왼쪽 배가 어딘가 불편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건강에 이상신호가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불편함이 점점 심해지더니, 아직 통증이랄 건 아니지만, 옆구리에 늘 묵직한 느낌이 자리잡았고 기분 나쁜 상태로 바뀌기 시작했다.불편한 느낌은 점점 커져서 골로빈 가정에 힘겹게 찾아왔던 안락하고 품위있는 삶의 즐거움을 망쳐놓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내는 더 자주 다투기 시작했고, 그래서 안락함과 즐거움은 사라지고 형식적인 체면치례만 어렵사리 유지되었다.소란도 점점 빈번해졌다.다시금 작은 섬들만 남았고 남편과 아내가 폭발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섬은 거의 없었다.
(42)남편의 성격이 끔찍하고 자기삶이 불행해졌다고 결론짓자 자신이 가엾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자신을 가엾게 여길수록, 남편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졌다. 그녀는 그가 죽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급여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녀의 반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심지어 그가 죽더라도 자기는 구원받을 수 없었기에 자신이 몹시 비참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화가 났으나 그것을 숨겼다.그리고 그녀가 화를 숨기자, 반대로 그의 화가 더욱 끓어올랐다.
(44)이반 일리치는 천천히 나가서 침울하게 썰매에 올라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내내 그는 의사가 한 말을 끊임없이 되짚어 보며, 그 복잡하고 모호한 과학용어를 단순한 언어로  옮기고, 그 안에서 '내 상태가 나쁜 건가, 아주 안 좋은가? 아직은 별일 아닌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의사가 한 말을 모두 되짚어봤을 때 상태가 무척 안 좋게 느껴졌다.거리의 모든 것이 이반 일리치에게는 슬퍼보였다.마부들도 슬펐고, 집들도 슬펐고, 행인, 상점들도 슬펐다.이 통증, 잠시도 멈추지 않는 둔중하고 저린 통증은 의사의 모호한 이야기와 결합하여 이제까지와는 다른, 더 심각한 의미로 다가왔다.이반 일리치는 이제 새로운, 무거운 느낌으로 거기에 주의를 기울였다.---이제 인간의 질병과 건강이 이반 일리치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아픈사람,죽은 사람,완쾌된 사람, 특히 그의 병과 유사한 질병에서 완쾌된 사람이야기를 하면 그는 애써 흥분을 감춘 채 귀 기울여 듣고 질문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았다.
(49-50)카드게임:
마땅히 유쾌하고 활기가 넘쳐야 하는 그 순간에도 갑자기 물어뜯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입에서는 묘한 냄새가 났다.--모두가 그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말한다.
"피곤하면 그만합시다. 쉬세요."
모두가 침울하고 말이 없다.이반 일리치는 그들에게 우울함을 안겨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느끼지만, 분위기를 바꿀 수 없었다.---이반 일리치는 자기의 삶에 독이 스며들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 독을 퍼뜨리고 있으며 이 독이 약해지기는커녕,점점 더 자기 전존재에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는 이 자의식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두려움을 안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고 종종 통증 때문에 거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렇게 자기를 이해하고 불쌍히 여겨주는 사람 하나 없이, 그는 홀로 파멸의 문턱에서 살아가야 했다.
(60)최고의 응접실, 저주의 응접실:
최근에 그는 자기가 꾸민 응접실, 바로 그가 쓰러졌던 곳에 들어가보곤 했다. 그 방을 위해, 그 응접실 장식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자기 병이 그때 떨어지면서 입은 타박상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62)병에 걸린 지 석 달:
그의 아내, 딸,아들,하인들,지인들,의사들,무엇보다 그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결국 그가 얼마나 빨리, 마침내 자리를 비우고, 얼마나 빨리 그가 초래한 속박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인가 그리고 그가 얼마나 빨리 스스로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것인가를 알고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63-65)집사 게라심:
게라심은 깨끗하고 생기 있고, 도시음식을 먹어 살이 찐 젊은 농부였다. 그는 언제나 유쾌하고 밝았다.
변기의 오물을 치울 때 이반 일리치가 말했다.
"내 생각에 자네는 이 일을 하는 게 유쾌하지 않을 거야.미안하네.어쩔 수가 없어"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그리고 게라심의 눈은 빛났고, 그는 반짝이는 하얀 이를 드러냈다.
"어떻게 안 할 수 있겠습니까? 나리께서 편찮으신데."
---다른 사람들이 지닌 건강, 힘, 활기는 이반 일리치에게 모욕을 안겼지만, 게라심의 힘과 활기만큼은 그를 괴롭히기는커녕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67)이반 일리치의 소망: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후 어느 순간 이반 일리치가 가장 원했던 것은 누구라도 자기를 병든 아이처럼 가련하게 여겨주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어루만지고 달래듯, 자기를 어루만지고, 자기에게 입맞추고,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길 원했다.
(79)그는 게라심이 옆방으로 가길 기다렸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자신의 무기력함과 끔찍한 고독, 인간들의 잔인함, 하느님의 무자비함  그리고 하느님의 부재로 서러워 울었다.
'어찌하여 당신은 이 모든 일을 하셨습니까?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왜 나를이토록 끔찍하게 괴롭힙니까? '
딱히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대답도 없거니와, 대답이 있을 수도 없어서 울었다.통증은 다시 심해졌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고 사람을 부르지도 않았다.그는 속으로 말했다.
'그래, 자, 그래 때리시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내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습니까, 무엇 때문에?'
(전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톨스토이의 글은 적당히 긴장감도 있고 술술 잘 읽힌다. 名不虛傳!)

2.주인과 일꾼(1895) 단편
--신과 인간--
(95)*바실리 안드레이치 브레후노프:여관주인/교회장로
*니키타:50세 가량의 농부/정직하고 근면하며 친절하고 유쾌한 성격/동물을 사랑함/일년에 두어 번 고주망태가 되어 난장판을 만듦
*마르파:니키타와 별거 중인 아내/아이 셋을 키움

삼림을 사고자 말 썰매를 타고 니키타와 함께 출발한 바실리는 강풍과 눈보라 속에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눈 속에서 동사한다. 다행히 바실리는 니키타가 얼어죽는 것을 막기 위해 니키타를 자기 몸으로 감싸서 살아나게 한다.바실리의 神性이 니키타를 살렸나 보다. 그가 욕심을 내려놓기만 했어도 자신도 말도 죽음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3.세 죽음(1859) 단편
1)병든 어느 귀부인---병에 걸렸는 데도 무리하게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남편과 의사와 하녀를 대동하고.
2)마부 표도르---가족은 이미 모두 죽고 병든 마부는 기침을 해대는 중에 젊은 마부 세료가는 표도르의 새 장화를 자기에게 달라고 조른다. 표도르는 장화를 주는 대신 묘비나 세워달라고 교환 조건을 내놓는다. 그리고 밤새 숨이 멎는다.
3)귀부인은 이탈리아를 향해 출발했으나 병이 깊어 다시 집으로 톨아와 죽는다.
4)귀부인은 석조 사당에 안치되었고. 마부는 아직 묘비가 세워지지 않은 채로 흙무덤에 묻혀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세료가에게 사람들은 서두르라고 채근한다.
세료가는 나무 십자가를 만들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 나무 한 그루를 도끼로 잘라낸다.
(189)새들은 숲속에서 쉬지 않고 떼지어 다니고, 마치 길잃은 듯 즐겁게 조용히 속삭였다. 싱싱한 이파리들은 우듬지에서 즐겁게 조용히 속삭이고, 살아있는 나무들에 달린 가지들이 천천히 위엄있게 쓰러진 죽은나무 위에서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뒤의 두 편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한 구색 갖추기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