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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맑은 바람 2024. 9. 16. 00:34

아서밀러 지음/강유나 옮김/민음사/188쪽/1판1쇄 2009.8/1판31쇄 2021.5/읽은 때 2024.9.14~9.16

*번역자 강유나는 서울대영어교육과를 나와 '미국현대극의 멜로드라마적 전통'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음

아서 밀러(1915~2005)향년 90세/뉴욕 출생/가정이 어려워 빵집배달부,자동차부품회사 점원을 함/미시건대 언론학 전공, 대학 신문기자 및 야간 편집자 생활/<악당은 없다>로 홉우드 드라마상 수상/영문과로 옮김/<악당은 없다>를 개작한 <다시 일어서는 그들>로 신인 작가상 수상/25세에 메리 그레이스 슬래터리와 결혼/1948년 <세일즈맨의 죽음> 탈고, 퓰리처상, 뉴욕 연극비평가 상 수상/1949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됨과 동시에 전세계에 알려짐/현대희곡을 대표하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평가/1956년 부인과 이혼, 메릴린  먼로와 결혼/1961년 먼로와 이혼/1962년 사진작가 잉게 모라스와 결혼/1965년 국제문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됨/2005년 심장마비로 숨짐

1956~1961

 

**아서 밀러는 성공한 세일즈맨이었던 친척아저씨에게서 모티프를 따왔다.
1막
(10-11)윌리 로먼과 린다:
윌리는 예순 살이 넘었고 옷차림이 점잖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아내 린다가 침대에서 기척을 내더니 일어나 가운을 입고 바깥의 기색을 살핀다. 린다는 대체로 명랑하지만, 윌리의 행동을 봐주면서 꾹 참는 버릇이 있다. 그녀는 남편을 몹시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에게 성마른 기질과 성질, 황당한 꿈과 자잘한 심술궂음이 있다 해도 그것이 남편의 내면에 있는 격한 바람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성마르다--도량이 좁고 느긋한 데가 없이 신경질적이다.(narrow minded and hot tempered)
(16)서른넷에 농장머슴 노릇하는 맏아들 비프:
윌리-비프 로먼이 길을 잃고 방황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서 그렇게, 그렇게 매력있는 젊은이가 길을 잃고 헤맨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청년인데. 한 가지 분명한 건, 비프는 게으르지 않다는 거야.
(17)아파트로 둘러싸인 집에 대한 불만:
윌리-길가엔 자동차가 줄지어 섰어. 동네에 신선한 공기라고는 한 점도 없어. 잔디는 더 이상 자라지도 않고, 뒤뜰에 당근도 키울 수가 없어. 아파트를 짓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해. 저기 있던 멋진 느릅나무 두 그루 기억나? 나와 비프가 그 사이에 그네를 매었던?

----그런 나무들을 잘라내다니 건설업자들을 잡아 가두어야 해. 동네를 다 망쳐놨어. 여보, 점점 더 옛날 생각을 하게 되는군. 이맘때 쯤이면 라일락과 등나무가 한창이었지. 그 다음엔 작약이고, 그러고 나면 수선화지. 이 방에 향기가 가득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이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고! 인구가 통제 불가능이야. 경쟁 때문에 사람이 미칠 지경이지! 아파트에서 나오는 악취 좀 맡아 봐!
(19)두 아들 비프와 해피:
비프는 동생 해피보다 두 살 많고 몸매가 다부지지만 최근 지치고 자신감이 줄어들었다.해피에 비해 되는 일이 별로 없으나, 꿈은 더 크고 덜 현실적이다.해피는 키가 크고 힘 좋게 생겼다. 그의 성적 매력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색깔과 냄새처럼 여자들을 끌어들인다. 그 또한 형처럼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으나 다른 방식이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만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패배와 맞대면하기를 한사코 거부한 채 더 혼란스럽고 완고한 상태에 빠져 있다.
(23)비프--해피, 난 전쟁 전에 집을 떠나 이삼십 개의 온갖 직장을 전전했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았어. 그걸 최근에야 깨달았어. 네브래스카에서 소를 치던 때였지. 그 다음엔 다코타, 애리조나, 그리고 이제는 텍사스. 그걸 깨달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 내가 일하는 농장은 지금 봄이거든. 새로 태어난 망아지가 열다섯 마리 있어. 어미 말과 갓 태어난 망아지 모습보다 더 가슴이 뭉클한 장면은 없어. 그리고 거긴 지금 서늘하다는 것 알아? 농장에 봄이 올 때면 나는 갑자기 아아. 젠장,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주당 28달러에 말이나 데리고 놀면서! 서른네 살인데 미래를 설계해야지. 그래서 집으로 뛰어온 거야.---난 언제나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집에 와서 보면 내가 한 일이라곤 인생을 허비한 것밖에 없다고.
해피-형은 시인이야, 그거 알아,형? 형은---이상주의자야!
(47)다이아몬드 광산으로 스물한 살에 갑부가 된 큰아버지:
해피--와, 언제 그 비결 좀 알았으면 좋겠네.
윌리--비결이 어디 있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가서 쟁취한 거지! 정글로 걸어들어가 다시 나왔을 때는 이미 부자가 되어 있었어! 세상은 굴 껍질이야. 침대 위에서는 그걸 깨서 속살을 먹을 수가 없어!
(린다는 말끝마다 남편한테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좀체로 섭섭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제대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지아버지의 속을 태우는 아들 역성 들기에 바쁘다.)

2막
하워드 사장은 내근을 원하는 윌리에게 자리가 없다며 정 힘들면 일을 그만둬도 좋다고 말한다.

(116)윌리--나 잘렸어.
찰리--하워드가 자넬 잘랐어?
윌리--그 건방진 자식. 생각해 봐, 내가 그 자식 이름을 지어줬어. 내가 하워드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찰리--윌리, 언제쯤에나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깨닫겠나? 자네가 하워드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그런 건 어디 팔아 먹지도 못하는 거야. 이 세상에 중요한 건 팔아 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명색이 세일즈맨이면서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우스운 일이로군.
윌리--난 언제나 그 반대로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아. 인상이 좋고 인기가 있다면 뭐든지---
찰리--왜 모든 사람들이 자네를 좋아해야 하는 건데? J.P.모건 같은 인간을 좋아한 사람이 누가 있어? 그 인간 인상이 좋았어? 사우나에서 꼭 백정처럼 보이는 작자였지. 그렇지만 주머니가 두둑하니까 모두들 좋아할밖에.이봐. 윌리, 자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 거 알아. 나 또한 자네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지. 그러나 일자리를 줄 테니---
윌리--나는---나는 찰리 자네 밑에서 일할 수 없어.

**J.P.모건(1837~1913)--미국 국적의 금융인/대대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람/타이타닉 침몰로 언론의 질타를 받음(그 배를 만든 회사 소유주)
(139-145)(보스톤에서 만난 아빠:아버지를 만나러 보스톤에 간 비프는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다. 수학에서 낙제점수를 받아 졸업을 못하게 생겨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엉뚱한 걸 목격한 비프는 큰충격에 휩싸인다.)
(160-161)비프의 고백:
전 고등학교 이후 다닌 직장마다 도둑질 때문에 쫓겨났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저를 너무 띄워놓으신 탓에 저는 남에게 명령받는 자리에서는 일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 진실을 아셔야 할 때에요. 전 금방이라도 사장이 되어야만 했지요. 이젠 그런 것들을 끝내려는 거예요!
---아버지! 전 1달러짜리 싸구려 인생이고 아버지도 그래요!
---
저는 사람들의 리더가 되지 못하고,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열심히 일해봤자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세일즈맨일 뿐이잖아요. 저는 시간당 1달러짜리예요!  일곱 개의 주를 돌아다녔지만 더 이상 올려받지 못했어요.한 시간에 1달러!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저는 더 이상 집에 상패를 들고 들어오지 못하고 아버지도 그런 건 기대하지 말아야 해요!
---
제발 절 좀 놓아 주세요, 예? 더 큰일이 나기 전에 그 거짓된 꿈을 태워 없앨 수 없나요? 아침에 나갈게요.
(166)윌리의 최후: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에 이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레퀴엠(Requiem: 진혼곡/죽은이를 위한 미사/挽歌)
(172)찰리--윌리는 세일즈맨이었어. 세일즈맨은 인생의 바닥에 머물러 있지 않아. 볼트와 넛트를 짜맞추지도 않고, 법칙을 제시하거나 치료 약을 주는 것도 아니야. 세일즈맨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하늘에서 내려와 미소짓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그 미소에 답하지 않으면, 그게 끝이지. 모자가 더러워지고, 그걸로 끝장이 나는 거야. 이 사람을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어.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거든. 그게 필요조건이야.

(12권의 지정도서 중 8권을 읽었다. 대체로 어둡고 무겁다.
주인공이 자존감이 강하거나 유쾌한 작품을 만나고 싶었는데 모두 아니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우울하기까지 하다.

윌리의 문제는 두 아들에게도 대물림되었다. 도무지 실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데다가 三父子가 허세까지 부리니 밉상이다. 윌리의 죽음은 필연적인 듯싶다.그래도 윌리는 실패한 삶은 아니다. 아내 린다가 끝까지 곁을 지켰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