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카잔차키스 지음/송병선 옮김/열린책들/316쪽/초판1쇄 2008.3/초판6쇄 2016.1/읽은 때 2024.10.3~12.22
제2부 죽음이여 만세!
(1936.7.17~1939.4.1까지 스페인 제2공화국 내의 좌우파 갈등으로 야기된 스페인 내전을 다룸/프랑코 승리,좌익 대숙청)
작가노트
**스페인 내란이 시작되던 1936년 가을 카잔차키스는 내전의 주인공 프랑크를 인터뷰했다**
(190)나는 완전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보여줄 것이다. 난 내가 본 것을 정직하고 명확하며 공평하게 쓸 것이다. 내가 보고들은 모든 것을 증거로 제공함으로써, 지금 스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엄청난 인간적 상처를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는 것이다. 어쩌면 조만간 프랑스 또는 전세계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어떤 것을--
**1차세계대전 발발: 1939.9.1~1945
스페인, 아니 전 인류가 함께하고 있는 이 중대한 순간, 나는 양진영의 비난을 받을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나는 자유의지에 의해 내 입장을 선택했다. 단지 오늘날 생각하는 사람의 가장 어려우면서도 유익한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의견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은 채, 내가 보고들은 모든 것만을 이야기할 것이다.
(192)여자와 포도주와 태양과 꽃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들이 얼마나소중한지는 죽음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다.
카세레스:에스트레마두라의 수도
*레케테스-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 프랑코가 이끄는 민족주의 진영
*팔랑헤黨--팔랑헤 당은 리베라가 만든 스페인 정당/국민전통과 스페인의 제국주의적 기독교 전통을 강조한 파시즘을 주장
*파시즘--무소리니가 조직한 파시스트 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적 이념/독재,전체주의 체제나 운동
(도시 전체가 출정하는 군인들과 그들을 작별하는 가족들로 들떠 있고 기차는 군인들을 가득 태우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勝戰歌를 부르며--)
**스페인 내전은 민족주의 군대와 공화국의 군대가 싸웠다.민족주의 전선은 모로코 인들을 위시한 아프리카 군대와 팔랑헤 당원들, 카를로스 지지자, 레케테스 들이 주를 이루었다.
살라망카
(201)자동차들이 미친듯이 질주했다. 모든 길모퉁이에는 보초들이 서있고, 대주교가 사는 오래된 궁전에는 깃발이 나부끼고 북소리가 나며, 장교들이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절대로 잠들지 않는 완고하고 말없는 프랑코가 새로운 스페인의 운명을 이끌고 있었다.
*프랑코(Francisco Franco, 1892~1975) 총통은 1939년부터 1973년까지 스페인의 파시스트 지도자였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왕당파 우익 정당의 승리를 이끌며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1939년, 마드리드에 입성한 프랑코는 스페인 정부의 수장을 맡는다. 비록 그와 우익 정당이 독일의 나치와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스페인은 명목상으로나마 중립국을 유지했다. 1947년, 유럽에서의 전쟁이 끝나자, 프랑코는 스스로 왕위에 오르면서 스페인의 독재자로 군림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야 후계자로 후안 카를로스 1세(Juan Carlos I, 1938~ )를 지목한 뒤 1975년에 사망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1931년에 그의 할아버지 알폰소 13세가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왕권에 복귀해, 스페인을 현대 민주주의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3-206)무서운 늙은 *豪猪 우나무노를 보지 않고는 살라망카를 떠날 수 없었다.*호저--설치류 동물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나무노는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난 절망적이오! 저들은 싸우고 서로를 죽이며 교회를 불태우고 의식들을 만들며 붉은 깃발들과 주님의 깃발을 치켜들고 있소. 이 모든 것은 바로 스페인 사람들이 아무것도 믿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오. 그들은 *'데스페라도'요. 아무것도 믿지 않기 때문에 거친 분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오. 스페인 사람들은 미쳤소! 스페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전세계가 미쳤소.전세계 젊은이들의 정신이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오.그들은 성신을 비웃을 뿐만 아니라 증오하오.사람들에겐 신화와 환상과 거짓이 필요하오.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오.----언젠가, 난 다시 일어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뛰어들 것이오. 혼자 말이오. 난 파시스트도 아니고 볼셰비키도 아니오.나는 혼자요!"
*데스페라도--무법자, 절망적인 사람들, 아무것도 안 믿는 사람들
바르가스--살라망카에서 톨레도 가는 길
(211)인간의 영혼은 망각이라는 잔인한 힘을 갖고 있다.거의 모든 마을이 파괴되었다.아버지,오빠,약혼자,남편,그들 모두가 땅속에 묻혔다. 그들의 시신은 아직 썩지도 않은 상태였다.젊은 여자들은 그들의 죽음을 기리며 슬픔에 깊이 빠졌다. 처음 며칠동안 그들을 본 사람이라면 '저 여자들은 결코 다시 행복해질 수 없을 거야.저들의 인생은 끝났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여기 피묻은 길거리에 50명의 민병대가 나타나자 젊은 처녀들은 머리에 꼬불꼬불한 리본을 꽂고 입술을 촉촉이 적셔서 붉게 만들고는 산책을 나왔다.
"스페인 만세!" 군인들은 처녀들에게 접근하며 파시스트식의 인사를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자 처녀들은 웃었다.여자들은 이 애국적인 외침이 투명한 가면이며, 이 가면 뒤에는 큐피드의 작은 얼굴이 분명하게, 어린아이처럼 다정하지만 악마처럼 빛나고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진정한 톨레도
(213-214)한때 광장을 에워싸고 있던 건물과 기둥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가게와 호텔과 커다란 빵집과 술집 모두 보이지 않았다.
----화려했던 옛 건물들은 모두 공연이 끝나자 허물어버린 무대 장치처럼 변해 있었다.
----톨레도는 격렬하고 고동치는 모습들로 가득하고, 모든 희망을 잃은 높고 거대한 벽으로 가득한 엘그레코의 캔버스가 되어 있었다.
톨레도의 알카사르 포위(알카사르攻防戰)
(220)공화국 군대에 포위되었던[7월 22일부터 71일간] 알카사르에서 만난 군인 미겔의 일기:
*알카사르 수비대인 민족주의 군대의 모스카르도 대령이 아들과 나눈대화--
--아버지,항복하지 않으면 날 죽이겠다고 말하고 있어요.항복하지 마세요, 아버지.내 목숨은 중요하지 않아요.전혀 중요하지 않단 말이에요!
--걱정마라, 아들아.나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네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러나 스페인의 명예는 더욱 더 소중하다.
스페인 만세! 우리 아들 만세!
(며칠 후 아들은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232)--포위 당한 동안 여자들은 무슨 일을 했나요?
(미겔)무슨 일을 했냐고요? 불쌍하게도 한시도 쉬지 못했어요.여자들은 요리를 했고, 반죽을 해서 빵을 구웠어요.설거지와 빨래도 했고 청소를 하고 우리 옷을 수선하고 간호사 역할도 했죠.남자와 똑같이 고생했어요. 그게 바로 스페인 여자예요.스페인 여자들은 섹스와 노래, 그리고 경박한 것에만 뛰어나며 케스터네츠를 잘 연주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자들은 지옥에 떨어질 거예요.스페인 여자들은 불굴의 어머니이자 남편의 충성스러운 동반자예요. 그들은 개처럼 현관에 앉아서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에요!
(236-237)(1936년 9월18일 알카사르 지하터널(새로 뚫은 땅굴)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고 알카사르 건물은 붕괴되었다. 그러나 포위된 사람들은 지하에서 무사했다. 드디어 반격이 시작되고 적들은 혼비백산했다.)
(237)미겔--우리는 보초를 세워놓고 땅밑 통로로 내려갔어요.그리고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했죠. 당신에게 말했듯이 우리는 미쳐 있었어요.무엇을 했든 간에 그건 상식이 아니라 광기 때문이었어요. 우리의 상식은 날마다 우리에게 항복하라고 속삭였어요. 반면에 우리의 광기는 항복하지 말라고 큰소리쳤죠. 우리는 광기의 말을 따랐어요. 그렇게 모든 일이 일어나고 말았던 거예요. 우리는 그곳 지하통로에서 서로 껴안고 서로를 어루만졌어요.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어요.---그런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242-243)(1936년 9월26일 바렐라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알카사르를 향해 오고 있었다. 다음날 장군은 알카사르로 올라왔다.)
(미겔)마침내 우리는 지하에서 올라왔어요.(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1800명이었다.)
우리를 본 모든 사람들은 살면서 그런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죠.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요.우리는 유령이었어요.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죠.우리의 피부는 모두 쭈그러들고 누렇게 되어, 우리의 뼈에 느슨하게 걸쳐 있을 뿐이었죠.우리의 눈은 커다랗지만 생기가 없었어요.면도도 안 했고, 더러웠으며,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지요.무릎이 떨려왔어요.기진맥진한 상태라 소리칠 수도 없었고 뛰어다닐 힘도 없었어요.모두 건강이 위험한 상황에 있었지만 그 순간까지 우리는 용감하게 버텼어요.그러나 갑자기 해방의 순간이 오자 다리에 힘이 빠져---더 이상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죠.
중앙뜰에서 모스카르도 대령은 바렐라 장군에게 가서 경례를 하고 말했지요.
"장군님,이상 없습니다!"
마드리드 함락1
(250-251)空中戰
나는 땅에 엎드려 전투를 지켜보았다.공중전은 사악한 인간 정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광경 중 하나다.
그것에는 마술적인 우아함과 힘, 그리고 순수한 고결함이 서려 있다.
그것은 새들의 민첩함과 인간의 두뇌가 혼합된 것이다.공중전을 바라보면 인간이라는 사실에 이상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즉 신비하고 창의적이고 한시도 쉬지 않는 유기체이며, 갈수록 빠른 것을 동경하고, 조상들의 무거운 지상전과 해전을 더이상 수용하지 않으며, 전투를 가장 가볍고 가장 광활한 공간, 즉 공중으로 옮긴 인간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드리드함락2
(263)마드리드는 산산이 부서졌다.마드리드의 신성하고 태양빛 가득한 육체는 해체되고 있었지만 잿더미가 쌓이는 곳은 갈수록 넓어졌다.
(269)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사망소식을 듣고:
세익스피어의 비극에서처럼 사람들은 이렇게 이유도 없이 살해당한다. 삶은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있고 이 실은 눈 멀고 비양심적인 운명의 손에서 왔다갔다 한다.이름이 비슷해서, 혹은 실제로 하지도 않은 말 때문에, 또는 누군가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살해당한다.
다양한 색깔의 모자들
마놀라--칼리반
(288-289)여인들이 우리 주위에 몰려들었다.그들은 서로 팔꿈치로 밀치면서 말하고싶어 안달이었다.자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것이 가련한 인간이 지닌 불치의 약점이었다.
난 자신의 슬픔을 털어 놓기를 거부하는 노인은 단 한 명밖에 만나지 못했다.그는 허물어진 오두막 앞에 앉아 텅빈 요람을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멍하니 텅 빈 요람을 쳐다보는 그의 눈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할아버지?"
내가 물었다.
"저들이 무슨 짓을 했습니까?"
그는 고개를 들고 화난 표정을 보였다.
"꺼져버려!"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함을 쳤다.나는 기뻤다.자존심을 지닌 영혼을 만났기 때문이다.
(290)에르난데스 대위가 말하는 스페인 사람들:
'스페인 사람들에게 내전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라고 말하던데~내가 말했다.
"네,알고 있습니다. 오직 스페인 사람만이 이 끔찍한 말의 의미를 알지요.그러나 당신은 스페인에 도착하면서 틀림없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열광적인 환희를 눈치챘을 겁니다.우익이든 좌익이든 모든 스페인 사람이 마침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낸 거지요."
"폭력의 몸짓, 피비린내 나는 광경, 그리고 전쟁인가요?"
"그래요---투우 경기의 가장 고귀한 형태라고 할 수 있죠.---스페인 사람들은 내부에 여러 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어요.아직도 결정화되지 않고 모순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수많은 인종의 혼합체랍니다. 이 모든 욕망이 내부에서 충돌하고 결코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열정적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외침이 우리 내부를 뒤흔들어 놓지요.그러면 갑자기 스페인 사람은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고 죽음을 동경하게 됩니다. 그의 영혼은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나아갑니다.그리고 자기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보거나 듣지 않기 위해서는 기질적으로 폭력과 학살이라는 현상으로 뛰어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죠.피가 너무 많아서 피를 뽑아내야 하는 사람과 같아요.이것이 내전과 비인간적인 것이 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지에 대한 답입니다.----스페인 사람의 열정에는 쓰라린 근원이 자리잡고 있어요. 그건 바로 절망입니다."
(295-296)아사냐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
당시에 내가 알던, 미소 지으며 냉소적이고 자신감 있던 아사냐는 이제 창백한 보름달과 같은 가면이 되었다.어떤 끔찍한 비극의 무능한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에 그를 본 사람이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는 나이먹어 늙어 버렸어요.최근 몇 달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지요. 그의 두뇌는 모든 과오를 투명하게 파악하고 있고 그는 외치지만 거기서 누가 그의 말을 들어주겠어요?"
우리는 어둡고 끔찍하고 철로 둘러싸인 20세기로 들어왔다. 그러나 불쌍한 아사냐는 행복한 과거의 민주주의자로 계속 살아가고 있다.공화국 대통령이라는 비극적 역할을 맡으면서, 그는 선언했다.
"나는 극우나 극좌에 의해 매수되지 않는 청렴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옳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인 역량도 부족했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오늘날 당면한 역사적 격변을 저지할힘이 없었으며 그런 역사적 격변이 우리를 필연적으로 극좌 혹은 극우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정치가의 진정한 역할이란 역사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삶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며 자유 이데올로기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놀라운 힘, 즉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306)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쓴 <스페인 기행>이지만 아직도 스페인 어로 옮겨져 있지 않다.
정작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에 관한 카잔차키스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이런 사실은 역설적이기 그지없다.
그 까닭의 첫째는 지금은 모두가 증오하고 있는 독재자 프랑코 편에서 쓴 스페인 내전의 정치적 성격 때문일 것 같고
둘째는 아직도 가톨릭 신도가 대부분인 스페인에서 그의 작품 <최후의 유혹>이 부정적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기행문은 처음 본다. 숨막히도록 리얼하고 처절하다.스페인의 역사를 재인식 시켜준다.이 책을 덮으면 곧바로 유튜브에서 '스페인 內亂' 관련 영상들을 봐야겠다.총과 칼만 안 들었지, 지금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많이 닮아 궁금증을 더한다. 그때의 히틀러, 무쏘리니, 스탈린과 같은 이들이 누구일까? 21세기 이 나라의 현실을 조용히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이 느껴져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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