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소설/문학동네 /331쪽/ 1판1쇄 2024.5/1판8쇄2024.9/읽은 때 2024.12.25~2024.1.1
--차례--
1.세상 모든 바다
2.롤링 선더 러브
3.전조등
4.두 사람의 인터네셔널
5.보편 교양
6.로나, 우리의 별
7.태엽은 12와 1/2바퀴
8.무겁고 높은
9.팍스 아토미카
1.세상 모든 바다:
세모바공연을 보러 13만이 모인 잠실주경기장-거기서 재일교포 하쿠는 해진에서 올라온 백영록이라는16세의 소년을 만나 짤막한 대화를 주고받는다.후에 영록이 경기장 앞의 퍼포먼스로 인한 압사사고로 희생되었음을 하쿠는 알게 되었다.
영록이 바로 그곳을 떠날 수 없게 한 자신의 말 때문에 가책을 받고 영록의 고향 해진에 내려갔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2.롤링 선더 러브:
(47)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혼자를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 것.
적극적으로 혼자됨을 실천할 것.
연애는 옵션이거나 그조차도 못되므로 질척거리지 말고 단독자로서 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
(50)엘.오.브이.이.그게 뭔데.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고 말하네.
리아는 사랑이란 우리가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깊다며, 눈을 뜬 자에게는 도처에 존재하는 것이라 했다.
왜 사랑을 性愛에서만 구하려 하니.
우리는 신을 사랑할 수도,
계절을 사랑할 수도 있지.
조카의 해맑은 웃음에서,
동네 빵집에 진열된 갓 구운빵에서,
뜻밖에 가뿐하게 눈뜬 아침 이불 속에서 듣는 새들의 지저귐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야.그게 성숙이라고.
3.전조등:(주인공은 한 여인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가장으로서 그의 시야는 전조등에 의지하는 어두운 밤길처럼 명료하면서도 좁은 것이 된다)
무얼 얘기하려는 거였나?
청혼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다가 둔탁한 소리에 차밖으로 나가 도로에서 집어들었던 털신 한 짝과, 금이 간 한쪽 전조등, 그리고 폐기된 노트북의 블랙박스 영상이 무슨 연관이 있나 생각된다.
4.두 사람의 인터네셔널
'두 사람의 역사는 길다'로 시작되는 권진주와 김니콜라이 이야기:
(111)인터네셜가:
이백 년 전 프로이센에서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난 두 사람이 있었다.둘은 풍성한 수염을 길렀고 오래도록 남을 선언문을 런던에서 발표했다.추종자들은 20여 년 후 파리의 일부를 점거하고 혁명을 선포했다. 바리케이드 안쪽 술집에서 한 철도공이 기분에 취해 몇 줄의 가사를 썼다.혁명정부는 백일이 되기 전 진압당했지만 가사는 남았고 한 가구공이 멜로디를 붙였다.
(114)(그 둘은 학교동창생으로 학비독촉장을 받는 아이들이었다.담임은 "둘이 친하게 지내."라고 의미 모를 말을 던졌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둘은 진짜로 친하게 지내는 동거인이 되었다.둘은 중앙아시아에서 한국땅으로 넘어온 고려인 후손들이었다.니콜라이는 공고를 나와 공장에서 학비를 벌고 진주는 4년제 대학을 나와 마트에서 알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었다.그러면서 가끔 만나 우정을 쌓다가 어느날 함께 방을 얻어 합친다.)
(143)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보일러를 아껴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5.보편 교양
(150)냉소는 독이었지만 적당히 쓰면 자기 연민을 경계하는 데에 유용했다.
(곽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다.그는 고3 대상으로 고전읽기반을 운영했다.)
(157)고전읽기는 일하고 사랑하고 꿈꾸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보편적 교양을 담은 수업이어야 했다.
(158)수업 첫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 아니다.그러나 수업 마지막 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다.
(159)그들을 교실에 가두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엎드린 이 학생, 그리고 저 학생도, 억압적인 제도교육에 대하여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속 바틀비처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그러니까 잠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닐까.
6.로나, 우리의 별
(183)대국민 오디션인 '모두의 스타'로 데뷔한 로나 이야기:
"혼자 해 낸 우승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응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지켜봐 주신 분들이 더 행복해지도록 '모두의 스타'가 되겠습니다."--오로나의 우승 소감 중에서
(204-205)정계 진출을 꿈꾸는 로나:
로나는 '기타를 든 좌파 메시아'일까, 차라리 로나는 여전히 '가고싶은 곳으로, 찾고싶은 꿈으로'라고 노래하는 '컨버스 걸'이다.
----로나는 모두의 스타가 아닐지언정 우리의 별이다.우리는 모두가 아니므로 당신의 하루를 모른다.하지만 알고 싶다.로나가 질문했듯, 만약 당신이 단지 생존하기 위해 그렇게나 일하는 데에 지쳤다면, 더 많은 삶을사랑하고 창조하는 데에 쓰고싶다면, 자신이 자유로운 인간인지 의심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우리다.
머지 않은 창당대회,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붉은 도브의 연주에 맞춰 같은 노래를 부를 것이다.우리의 별,로나가 예고한 대로 그 노래의 제목은 '우리는 가능하다'이다.
7.태엽은 12와 1/2바퀴
(211)게스트하우스 1층 구석의 괘종시계;오래 전에 신혼여행을 왔던 나이든 남자--그는 수십 년간 한쪽벽에 서있는 괘종시계를 보고는 자기가 묵었던 여관이었음을 확인하고 하룻밤 묵는다. 그런데 방에 놓고 간 검은 비닐봉지 속 물건의 정체는 뭘까?
뜬금없이 나타난 근육질과 곱슬머리의 서핑은 또 이 소설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나, 젊은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게스트하우스라는 말은 내게 각별히 친숙하게 다가오는 단어다. 3년을 이층에서 아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적이 있고, 내 자유여행의 본거지는 게스트하우스였기 때문이다.최근에 다녀온 조지아의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뉴질랜드,캐나다의 게스트하우스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내 삶의 화양연화들---)
8.무겁고 높은
(239)소설의 첫 문장--땅에 붙인 두 발바닥. 그것이 시작이다.
역도선수 송이--역도는 위로 솟는 운동이니까 앉아서 시작하고 일어서서 끝낸다.
(역도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송이는 광부의 딸이었다.카지노가 생긴 정선에 사는.어머니는 神氣가 들려 집을 나가고 아버지랑 둘이 산다.)
(249)무거운 걸 들면 기분이 좋아?
그렇게 묻는 남자애가 있었다.들지못하던 것을 들면 물론 기뻤다.하지만 버리는 기분은 더 좋았다.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좋았다.온몸의 무게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아주 잠깐,두 발이 떠오르는 것 같은.송희는 그 느낌을 비밀로 남겨두었다.
(메달리스트의 꿈을 접고 미달인 전문대에 합격한 후, 눈이 많이 내려 온천지를 평등하게 덮은 날, 송희는 역도를 정말로 그만두었다.)
9.팍스 아토미카:핵에 의한 평화(Pax Atomica)
(270)내 머리통 안에 뇌라는 게 들어있다고 한다.
성인이라면 가로 15cm, 세로 15cm, 높이 20cm 전후, 무게는1400에서 1600g 사이다.
나의 뇌가 얼마나 작거나 크거나 가볍거나 무거운지는 알지 못한다.뇌는 밝혀진 것만 100여 종인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고 600개가 넘는 근육을 감독하며 1280억 개의 신경세포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묶는다.
(296-299)비행기 이륙 중단 사고:
(무안국제공항 비행기 폭발사고를 연일 방송을 통해 듣고 있는데, 이 소설의 마지막에 뜬금없이 '내가 탄비행기의 이륙 중단사고'를 읽게 된다.우리가 별 생각없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고 죽음 가까이 살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해설--
평범한 자는 들어오라 (이희우)
(304)김기태의 소설들은, 두드러지는 時宜性과 비일관성, 탁월한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어떤 전통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당대적인 방식으로 평범함을 문제화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307)김기태의 소설은 이처럼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간과하는 평범함을 조명한다.
(308)김기태의 話頭들:
통속성,*핍진성(逼眞性), 무난함,허구적이거나 모순된 보편성, 익명성, 최소한의 코뮤니즘(communism)
*핍진성--문학작품에서 텍스트에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친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책을 건네줬다.만약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났다면 생소한 작가에다 전혀 호기심이 동하지 않는 제목이어서 책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와 작품명이 낯설어 평론가의 해설부터 읽어 보았다.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다행히 유튜브에서 이동진 평론가를 만났다.쌈빡하게 작가와 작품 얘기를 들려준다.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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