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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셰익스피어

맑은 바람 2025. 1. 31. 22:53

전예원 세계문학선 313/셰익스피어전집13/신정옥 옮김/199쪽/1991.6 초판 발행/2019.3현재 15쇄/

읽은때 2025.01.27~1.31

셰익스피어(1564~1616)

 

역자 신정옥:명지대 명예교수/셰익스피어 학회 회장/셰익스피어 작품 번역 공로로 많은 상을 받음/譯者는 셰익스피어의

장막희곡 37편과 3편의 장편시 그리고 소네트를 모두 번역했다.

 

**역자가 번역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잘못 씌어진 책은 실수이나 좋은 책의 誤譯은 죄악이다'
'번역은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더 아름답고,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덜 충실하다.'--폴 발레리
**셰익스피어작품의 훌륭한 번역가의 조건:
세 개의 얼굴을 가진 그리스의 알테미스 여신보다도 한 개가 더 많은 얼굴을 가져야 된다.
즉, 네 개의 얼굴이란 비평가적 얼굴, 언어학자적 얼굴, 연출가적 얼굴, 시인적 얼굴, 다시 말해서 비판의식과 어휘의 풍부함과 무대 지식과 그리고 시인적 감각을 가리킨다.

1막(21~63)

1장 리어왕 궁전의 알현실
(24-25)리어왕과 코오딜리어:
코오딜리어](방백)아, 다음은 가엾은 코오딜리어의 차례야! 아냐, 내사랑이 결코 빈약한 건 아냐. 아버님께 대한 나의 사랑은 내 혓바닥이 놀릴 수 있는 말보다는 더 풍부해.
리어]너의 언니들에게 준 것보다 더 기름진 국토의 삼분의 일을 얻기 위해서 너는 무엇이라고 말하려느냐? 자, 말해 봐라.
코오딜리어]불행하게도 소녀는 제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입에 올릴 줄을 모릅니다. 소녀는 폐하를 자식된 도리로서 사랑할 뿐입니다.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리어]무엇이 어쩌구 어째,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그러다간 너의 행운을 놓치게 될지 모르니 다시 말해 봐라.
코오딜리어]폐하, 아버님께서는 소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또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딸 된 도리로서 저는 아버님 은혜에 보답코자 아버님께 복종하고 아버님을사랑하고 그 누구보다도 아버님을 공경합니다.언니들이 아버님만을 사랑한다면 왜 시집을 갔을까요?저는 아버님만을 사랑하려고 한다면 절대로 언니들 같이 결혼을 안할 것입니다.

(수도자들이 오직 神만을 섬기기 위해 獨身으로 사는 것처럼~~?)
리어]그게 네 본심이냐?
코오딜리어]네. 그렇습니다, 폐하.
리어]그리도 젊은 게 어쩌면 그리도 매정하단 말이냐?
(입안의 혀처럼 놀지 않아서, 굽신굽신하지 않아서 매정하다 말하는 걸까? 코오딜리어의 자존감이 돋보이는데!)
코오딜리어]폐하, 나이는 어리나 마음은 진정이옵니다.
리어]좋다, 네 멋대로 해라. 그렇다면 너의 그 진정을 지참금으로 삼아라! 태양의 성스러운 광명을 걸고, 지옥의 마녀 헤커티의 비법과 밤의 암흑을 걸고 우리 세상의 운명을 주관하는 성신의 작용에 걸고 맹세한다.과인은 아비로서의 애정은 물론, 부녀의 인연도 핏줄도 다 끊는다. 이제부터는 영원히 남남으로 너를 생각할 것이다. 시디어의 야만인들은 제 식욕을 채우기위해서라면 제 육친도 마다 않고 잡아먹는다는데 널 딸자식으로 여기느니---차라리 그런 놈을 품어주고 아껴주고 돌보아 주는 게 나을 것이로다.
(26)리어]코온월과 올버니는 내 두 딸에게 준 지참금 이외에 셧째딸의 몫을 둘이서 분배하라. 코오딜리어는 자만심을 밑천으로 결혼하려무나.나는 나의 권위, 권한. 그밖에 왕위에 따르는 모든 영예를 그대들에게 넘겨주겠다. 과인은 그대들이 부담해 줄 백 명의 기사를 내 호위병으로 데리고 한 달씩 번갈아 그대들의 집에 머무르려고 한다. 과인은 다만 국왕의 명칭과 명예만을 그대로 지니고 통치권이나 국고의 수입, 그밖의 모든 대권 행사는 사랑하는 사위들, 그대들에게 맡기겠다.그 증거로 이 왕관을 주노니 두 사람이 나누도록 하라.
(27)켄트]폐하, 신은 항상 국왕 폐하께 충절을 바쳐왔으며 부친을 모시듯 효심을 다하였고 웃어른으로서 모시며 기도할 때마다 위대한 보호자이시다 라고 잊지 않고 그 이름을 떠올려왔습니다.하오나---!
리어]활은 이미 당겨졌다.활의 과녁이 되지 않게 하라.
켄트]차라리 臣을 쏘십시오. 살촉이 신의 심장에 박혀도 좋습니다. 폐하의 심기가 혼미하신데 이 켄트가 무엄하게 군들 어떻습니까.(리어, 칼에다 손을 댄다.)
노인 어른, 도대체 어쩔려구 그러십니까? 국왕이 알랑수에 무릎을 꿇는데 重臣이 두려워서 進言을 못할 줄 아십니까? 왕이 우매함에 빠졌을 때 諫言이야말로 신하로서 다할 의무입니다.폐하의 권한을 그대로 보존하십시오.그리고 매사에 심사숙고하시어 경솔하고 해괴한 처사를 원컨대 거두십시오.신의 목숨을 걸고 의견을 말씀드립니다만 막내따님의 효심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비록 낮은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를 울리지 않더라도 진심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올습니다.
리어]켄트, 목숨이 아깝거든 같잖은소리 하지 마라!
(켄트는 굽히지 않고 간언을 계속한다.헨리 8세와 토머스 모어를 보는 것 같다)
(28)켄트]어서 충직한 의사를 죽이십시오.염병에다 사례하십시오. 폐하의 결정을 거두시지 않으면 신의 목에서 소리가 나는 한 폐하의 잘못된 처사를 계속 외쳐대겠습니다.
(리어는 켄트에게 5일 안에 국토에서 떠나라고 추방 명령을 내린다.)
켄트 백작] 폐하께서 정 그러시다면 안녕히 계십시오. 자유는 타국에나 있고 이 땅이야말로 유배지입니다.
(코오딜리어에게)공주님께 신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공주님의 생각은 훌륭하고 말씀은 지당하였습니다.
(거너릴과 리이건에게)그리고 두 공주님의 거창한 말씀이 그대로 실행되고 사랑에 찬 그 말에서 좋은 결실이 있기를 빕니다. 고귀하신 여러분, 켄트는 이제 여러분께 하직인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나라에서 신의 낡은 습성을 그대로 지켜나가겠습니다.
(왕은 두 사윗감을 불러 코오딜리어에게 아무것도 줄 게 없다고 선언하자 버어건디 공작은 그렇다면 공주와의 결혼은 포기하겠다고 한다. 이때 프랑스 왕은 공주의 眞價를 발견하고 아내로 삼을 것을 약속한다.)
(32)프랑스 왕](코오딜리어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코오딜리어 공주, 당신은 고린전 한닢 없어도 가장 부유하고, 버림을 받았기에 더욱 소중하고, 멸시를 당했기에 더욱 사랑스럽습니다.당신과 당신의 고매한 부덕을 나는 이 자리에서 내 손에 넣겠습니다. 남이 내버린 것을 주웠으니 누가 감히 가타부타 말하겠습니까.(하고 손을 잡는다)
아아, 神들이여! 사람들이 냉대하는 코오딜리어에게 이상하게도 나의 사랑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국왕폐하, 지참금도 없이 뜻밖에 내게 내던져진 공주는 나의 아내요, 나의 국민과 아름다운 프랑스의 왕비입니다. 비록 중요한 영토를 가졌다고 하나, 버어건디의 공작들이 아무리 떼지어 밀려와도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코오딜리어 공주를 나한테서 사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코오딜리어 공주, 저들이 비록 매정스럽기는 하나 작별인사는 드리시오. 공주는 이곳의 모든 것을 잃게 되었으나 더 좋은 곳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소.
리어]프랑스 왕이여, 저애는 그대의 것이오.과인에게는 그러한 딸이 없소이다.또 그 얼굴을 두번 다시 보고싶지도 않소. 냉큼 떠나라, 은혜도 사랑도 축복도 못 주겠다.

2장 글로스터 백작의 성의 한 방:
(서자 에드먼드는 가짜편지를 백작 앞에 내밀고 흉칙한 음모를 획책한다.)
(39)글로스터)--중얼거리듯--
근자에 잇달아 나타난 일식ㆍ월식은 우리에게도 불길한 징조다.자연계의 이치를 갖고 이러한 변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인간계는 확실히 그 결과로 재앙을 당하고 있다. 애정은 식고, 우정은 깨어지고, 형제는 등을 돌리고 있다.도시에는 폭동이, 지방에는 반란이, 궁중에는 역모가 일어나고, 부자간의 연분이 끊어지고 있다. 내 못된 자식놈에게도 그 전조가 확실히 들어맞는 거야. 아비에게 역심을 품고 있는 자식놈이 그예지. 왕은 천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아비가 자식을 버리지 않는가. 어쨌든 좋은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음모, 경박, 배신 그밖의 모든 망조가 기승을 부리는 혼란이 죽을 때까지 우리들 꽁무니를 짓궂게 쫓아다닐 것이다.
(420년 전 셰익스피어는 '망조가 기승을 부리는 세상'을 예고했다.어찌 이리도 요즘 일어나는 세상사와 들어맞는단 말인가.
2025년 乙巳年을 앞두고 지난 연말부터 대한민국엔 해괴한 정변이 일어나고 대통령은 구치소로 법원으로 들락거리고, 거대 야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혈안이 되고--호남 땅에선 비행기가 불타 170여 명이 시신도 못 추리고, 설날 전후엔 暴雪이 내려 온천지가 雪國이 되었으나 雪景을 감상할 여지도 없이 눈길 교통사고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오늘(1월28일)뉴스엔 부산에서 비행기 화재로 대피소동을 일으켰다 한다.비행기는 전소됐지만 인명 손실이 없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총체적인 國亂의 끝은 어디인가?  을씨년스럽군! 이란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제3장 올버니 공작의 궁궐의 한 방:
거너릴(첫째공주):
밤낮으로 날 들볶는군. 한 시간이 멀다하고 심성 사나운 일만 저질러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야. 더이상 참을 수 없어.아버님이 사냥에서 돌아오셔도 난 인사를 안 드리겠다.내가 앓는다고 해라. 아버님께서 돌아오시면 진력이 나서 짜증난 것처럼 대하라구, 너(집사 오즈월드)뿐이 아니고 모두 다 말이다. 비위를 건드려 뭐라 하시면 난 그걸 빌미로 하는 거야, 아버님더러 못마땅하시면 동생한테 가시라고. 하지만--동생도 내 마음이나 진배없으니까 눌려 지내지는 않을 거야.---그래. 우리에게 권력을 줬으면 그만이지 언제까지나 권력을 그대로 휘두르겠다는 배포람! 정말 망령 들린 늙은이는 갓난애가 된다니까. 비위를 맞춰줘도 안 되면 호되게 나무라야 해.

(이게 아버지 왕에 대한 큰딸의 생각)
(50)(큰딸네 집에서 리어왕의 처지가 점점 옹색해지자 버르장머리없는 광대가 한마디 한다)
가진 것을 다 보이지 말라
알고 있어도 다 말하지 말라
가진 것을 다 꾸어 주지 말라
걷기보다는 말을 타라
믿기 전에 더 알기를 게을리하지 말라
내기에는 많은 것을 걸지 말라
주색을 가까이 하지 말고
집에 들어앉아 있어라
그러면 열이 둘인 스물되고
더 많은 것이 모이리라

2막(67~96)
제1장. 글로스터 백작의 성 안의 뜰:(글로스터 백작은 庶子 에드먼드의 농간에 놀아나 嫡子 에드거를 잡아들이라 명령하고 에드먼드에게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제2장 글로스터 백작의 성 앞
(켄트 백작은 코온월 공작 앞에서 불손하게 지껄이다가 족쇄를 찬다.글로스터 백작은 켄트에게 우호적이다.)
제3장 들판
(에드거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거지꼴로 분장한다)
제4장 글로스터 백작의 성 앞
(85)광대]
아비가 누더기를 몸에 걸치면
자식들이 본척만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효자된다오
운명의 여신은 영락없는 매춘부라
구차한 사람에겐 빗장을 건다네
(94-95)(리어는 큰딸의 박대를 피해 둘째딸네로 왔지만 왕의 侍從을 한 사람도 들일 수 없다는 말에 大怒하고 집을 떠난다)
리어)필요를 따지지 마라.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한 거렁뱅이라도 비록 하찮은 물건이나마 뭔가를 갖고있다. 인간이 삶에 직접 필요한 것 말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면 개 돼지나 다를바 없다.

하늘에 계신 여러 신들이여, 내게 인내를 주십시오. 가슴에는 슬픔이 가득차고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서 가련하기 짝이 없는 인간입니다.  이 딸년들이 아비를 배반하도록 당신이 충동질하셨다 해도 이 사단을 그대로 죽치고 참는 바보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마소서. 이 가슴에 의분을 불질러 주십시오.(리어. 소리내어 운다) 두고봐라, 이 짐승같은 것들아. 무슨 수를 다해서라도 반드시 복수를 할 테다.

3막(99~131)
제1장 황야
(켄트와 한 신사가 만나 곤경에 처한 리어왕 얘기를 나누며 켄트는 신사에게 코오딜리어 공주에게 아버지 소식을 전할 것을 부탁한다)
제2장 황야의 다른 쪽
(102)(계속 천둥, 폭풍우, 광란의 리어. 불호령쳐대며 등장. 광대만이 따르고 있다)
리어)마음껏 으르렁대라! 번갯불아, 불기둥을 뿜어라! 비야, 쏟아져라! 비도 바람도 천둥도 번개도 내 딸이 아니다.

비바람이여, 너희들을 불친절하다고 책망하지 않겠다. 나는 너희들에게 영토도 주지 않았고 너희들을 자식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너희들은 나에게 복종할 의무가 있을 리 없다.그러니 네 멋대로 행패를 부려라. 나는 너희들의노예가 되어 여기 이렇게 서 있다.불쌍하고 무력하고 허약하고 멸시받는 늙은이다. 너희들이야말로 비굴한 앞잡이다.악독한 두 딸년의 편이 되어 이 늙은이의 백발을 향해 하늘의 군대를 이끌고 오다니.아! 정말 너무나 매정하구나.
광대)머리를 넣어둘 집을  가지려면 먼저 그만한 머리를 가져야지.

머리를 처박을 집도 없이
불알 넣을 바지만 있다면
머리나 불알에 이가 득실댄다오
거렁뱅이들은 그렇게 장가들죠
마음 속에 단단히 간직해야 할 것을
발가락에 달고 다니면
아픈 티눈 되어 잠 못 이루고
뜬눈으로 긴긴 밤을 지새워야죠

 

제 3 장 글로스터의 성 안의 한 방
(108)(글로스터의 왕에 대한 충성심을 간파하고 에드먼드는 기회를 포착한다.아, 사악한 인간이여!)
에드먼드)아버지가 금지된 짓을 하니 이 일을 공작에게 고해바쳐야지. 그 밀서건도 말이지. 이건 큰 공이 될 것 같다.

아버지가 잃게 되는 재산이---고스란히 내 차지가 될 거다. 노인이 쓰러지면 젊은 사람이 일어나는 법이지.
(실제로 에드먼드와 같은 인간들이 도처에 있는 데도, 우린 그런 비열한 짓은 절대 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간다.)
제4장 황야. 오두막집 앞
(오두막집은 열악하고 거기에 실성한 듯 보이는 에드거가 숨어 지낸다. 잠시 뒤 글로스터가 왕이 머물만한 장소를 물색하여 모시러 온다.)
제 5 장 글로스터의 성안의 한 방
(에드먼드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콘월에게 훔친 밀서를 건낸다.)
제 6 장 글로스터의 성에 인접한 농가의 한 방
(글로스터가 나타나 켄트에게 왕을 도우버까지 피신시켜 드리라 한다. 곧 살해음모자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므로. 이 광경을 지켜본 에드거는 혼잣말을 한다)
(125)에드거)지체 높으신 분들도 우리들처럼 고통을 참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의 불행을 원망만 할 수도 없다.즐겁고 안락한 생활을 멀리하고 자기 혼자만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런 일이다. 그러나 슬픔에도 벗이 있고 고통에도 동료가 있다면 우리의 마음의 아픔은 쉽게 견딜 수가 있지 않겠는가. 등을 펴지 못하게 하는 고통이 국왕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 고통은 한결 가벼워지고 견디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다.국왕은 딸들 때문에, 난 아버지 때문에 이 고통을 받는구나!  톰아. 어서 가거라! 항상 고위층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하느니라. 그러다가 네 명예를 망쳐놓은 중상과 오해가 말끔히 씻겨지고 너의 정당함이 입증 되는 날 원래의 신분으로 복귀되고 부자간의 화해도 될 것인즉, 그때 정체를 세상에 밝혀라. 오늘 밤에 어떤 일이 또 일어날지라도 국왕 폐하께서 무사히 피신을 하셨으면 좋겠다!
제 7 장 글로스터의 성 안의 한 방:
(126)(왕을 도우버쪽으로 피신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글로스터 백작을 잡아온다. 왕의 두 딸은 아버지에게 충성한 글로스터의 눈깔을 빼고 교수형에 처하자고 한다. 리어왕의 둘째딸은 잡혀온 글로스터의 수염을 잡아뽑는 모욕까지 준다. 끝내 코온월(둘째사위)은 글로스터의 두 눈을 뺀다.
義人이 배신자가 되고, 배신자가 의인이 되는 순간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리어왕 시대를 再現하고 있다.)

도우버 해협

 

4막(135~168)
제1장 황야
(한 충실한 노인의 안내로 맹인이 된 글로스터가 다가온다. 글로스터는 노인도 화를 입을까 염려해서 돌려보내고 걸인차림의 에드거에게 도우버까지 데려다 줄 것을 청한다.아들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136)눈으로 볼 적에는 오히려 돌뿌리에 채이곤 했다. 사람이란 의지할 것이 있으면 방심하기 쉽지만 아무것도 없으면 오히려 조심하게 되는 법이지.
(138)글로스터)자, 이 돈 주머니를 받아라, 너는 하늘이 내린 재난을 달갑게 받고 어떠한 불행도 감내하는구나.내 처지가 비참하다 보니 네가 행복하게 보인다. 하느님이시여, 늘 이렇게 처리해 주십시오! 지나치게 남아돌아 호의호식하는 자들, 자기 스스로 겪지 않았다해서 남의 가난의 괴로움을 돌보지 않는 자에게 한시라도 속히 하느님의 위력을 느끼도록 하여 주소서. 그래서 많이 가진 자의 것을 거두어 너나 할 것 없이 풍족하게 갖도록 하소서.
---너 도우버를 아느냐?
에드거)아다마다요, 영감님.
글로스터)그곳에 절벽이 하나 있는데, 깎아지른 듯 솟은 절벽의 꼭대기는 둘러싼 바다를 무섭게 굽어보고 있다.그 절벽까지만 날 데려다다오. 그러면 내 몸에 지닌 값진 보화를 네게 줄 테다, 네 궁색한 형편이 풀릴 거다. 그 후로는 안내해 주지 않아도 돼.
제2장  올버니 공작의 궁궐 앞
(140-141)(첫째사위 올버니 공작은 아내의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를 못마땅해하며 나무란다. 게다가 첫째딸 거너릴은 자기 아버지 자리를 꿰찬 에드먼드(글로스터 백작이 됨)에 추파를 보내기까지 한다.)
올버니)오 거너릴, 당신은 거친 바람이 당신 얼굴에 휘갈기는 먼지만도 못한 여자요! 난 당신의 그 심성이 걱정이오. 자기를 낳아준 어버이도 업신여겨서야 어찌 인간의 도리를 다할 수 있겠소? 자기를 길러준 줄기에서 그 가지인 제 몸을 도려내는 그러한 여자는 반드시 마르고 시들어서 결국 불쏘시개가 되고 말 거요.
거너릴)듣기 싫어요! 그따위 어리석은 수작은 집어치워요.
올버니)악한 여자에게는 지혜롭고 선한 가르침도 악하게만 들리기 마련이오.더러운 것들은 더러운 맛밖에는 모르는 법, 도대체 당신이 한 짓이 뭐요? 호랑이나 할 짓이지 그게 딸이 할 짓이오? 어찌 그럴 수가 있소? 당신은 아버지를 미치게 했소, 목을 매어 끌려다니는 곰까지도 손을 핥으려고 할 그 인자하신 노인을 말이오. 이보다 더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는 짓이 또 어디 있소. 코온월 공작이 그런 짓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단 말이오! 하느님께서눈에 보이는 신령을 빨리 내려보내시어 이 따위 흉악한 짓을 짓눌러 버리지 않는다면 인간들은 깊은 바다의 괴물들처럼 서로 잡아 먹게 되고야 말 것이오.
제3장. 도우버 부근의 프랑스군 진영
(프랑스군 진영에서 리어왕은 안정을 찾음)
제4장 도우버 부근의 프랑스 군 진영, 막사 내
(코오딜리어, 典醫, 병사를 이끌고 옴)
(리어왕이 실성했다는 소식에 코오딜리어는 안타까워하며 전의에게 묻는다. 전의는 父王이 安眠 부족이 원인이라 말한다. )
제5장 글로스터의 성
(콘월 공작이 죽고 나자 둘째딸 리이건은 에드먼드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유유상종!)
제6장 도우버 부근의 시골
(158)(글로스터와 에드거는 실성한 리어를 발견한다.)
리어)나의 불행을 그대가 울어준다면 내 눈을 주겠다.난 그대를 잘 알고 있다.이름이 글로스터지.어쨌든 참아야 돼.우린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났어.그대도 아다시피 우리가 이 세상 공기를 처음 들이 마실때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던가. 그대에게 일러두니, 잘 들어두게나!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 바보들만 있는 큰 무대에 나온 것이 슬퍼서 우는 거야.
(코오딜리어가 아버지를 모시러 시종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이때 편지를 들고 오즈월드 나타난다.에드거에게 시비를 걸다가 맞아죽는다. 그가 지닌 편지 사연인즉슨, 戰線에 나간 에드먼드에게 올버니 공작을 죽여달라는 거너릴의 부탁이 담겨 있다. 이럴 때 알맞은 단어는醜ㆍ惡한 거너릴!?)
제7장 프랑스 군 진영의 막사
(167)(여든 살이 넘어 두 딸들의 핍박에 시달리다 코오딜리어를 보자 현실감이 없어진 리어는 계속 헛소리를 한다.)

5막(171~191)
제1장 도우버 근처의 영국군 진영
(상호 접전이 펼쳐진다.)
(174)에드먼드] (냉소적인 웃음을 띄우며)
난 두 자매에게 다 사랑을 맹세했다.둘이서 서로 시샘하는 꼴이 독사에게 물린 사람이 독사를 보는 눈초리와 같구나.둘 중에 어느 쪽을 골라잡을까?  둘다? 아니, 한쪽만? 둘다 집어칠까? 둘다 살아있게 되면 꿩 잃고 매 잃은 셈이 될 거야. 과부를 내것으로 만들면 언니되는 거너릴은 분통이 터져 미칠 테지. 그렇지만 그녀의 남편이 살아있는 한 내 목적을 성공시키긴 어렵단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을 위해서 그 남편의 힘을 이용해야만 되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 남편을 없애고 싶어하는 그 여자더러 곧바로 해치울 간계를 꾸미라고 그래야지. 공작은 리어와 코오딜리어에 자비를 베풀려고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그들이 내 손에 들어오기만 해라! 용서가 어디 있어! 지금 내 입장으로선 시비나 따지고 있을 게 아니라, 내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2장. 영국과 프랑스 진영 사이의 평야
(프랑스군이 영국군에 패하여 리어왕과 코오딜리어가 포로가 됨)
에드거)(아버지 글로스터에게)아니, 또 자결하시려고 하십니까? 사람이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나 이 세상을 하직할 때나 다 마음대로 안 되는 법입니다. 그러니 참아야 해요.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제3장 도우버 근처의 영국군 진영
(두 사람의 운명을 손아귀에 쥔 에드먼드는 기세등등하다.)
코오딜리어]최선의 뜻을 가지고서도 최악의 운명을 맞이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 아닙니다. 갖은 학대를 당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입니다. 저 혼자라면 허망한 운명의 여신의 찌푸린 얼굴을 무섭게 노려보며 대들 수도 있습니다만, 아버님의 딸들, 제 언니들을 만나 보시지 않겠습니까?
리어]아냐, 아냐, 아냐, 아니다!
자 감옥으로 가자. 거기서 우리 둘이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노래 부르며 지내자. 네가 축복을 해 달라면 난 무릎을 꿇고 너의 용서를 빌련다. 그렇게 살자꾸나.기도하고, 노래하고, 옛이야기를 하고, 금빛 나비를 보고 웃고, 그 가엾은 자들이 와서 궁중 소식을 조잘대는 것을 들으며 말이다.그리고 그들 얘기에 끼여들어 --누군 총애를 얻고 누군 잃고, 누군 득세하고, 누군 몰락했는지 얘기해 보자--우리가 신의 밀사이기나 한 것처럼 인생의 신비를 아는 체 해보자.비록 우리가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옥에 있더라도 달의 조화인 밀물과 썰물과 같이 無常한 고관들의 흥망성쇠를 조용히 지켜보면서 살자꾸나.
에드먼드]포로들을 데리고 나가라.
리어]코오딜리어야, 너같은 희생의 제물엔 신들께서 향을 피워 주실 거다.내가 너를 꼭 붙잡고 있는 거지? 우리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거든 하늘에서 횃불을 훔쳐 가지고 와서 굴에서 여우를 내몰 듯이 불을 지펴 우릴 쫓아야 한다.눈물을 닦아라. 그것들이 우릴 울리기 전에 그것들은 염병에 걸려 살과 피부가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그것들이 굶어 죽는 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거다.
(에드먼드의 반역죄를 벌하기 위해 올버니가 칼을 빼들기 전에 에드거가 나와 에드먼드에게 결투를 청한다. 칼 맞은 에드먼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한 양으로 변한다.)
(183)에드먼드]당신이 힐책한 죄의 조목조목 내가 다 저질렀소.그외에도 많은 죄를 범했소.언젠가는 밝혀질 날이 오겠지. 흐르는 세월과 함께 나도 사라져버릴 몸, 그러나 운수좋게 날 때려눕힌 당신은 대관절 누구요? 만약 당신이 분별있는 사람이라면 용서하리다.
에드거]자, 이제 서로 화해하자.  에드먼드, 내 혈통은 너만 못지않다.만약 내 혈통이 너보다 우월하다면 너는 내게 막중한 죄악을 저지른 셈이다.내 이름은 에드거, 네 아버지의 아들이다. 신은 공평하시다. 우리의 의롭지 못한 쾌락은 우릴 벌하시는 도구다.어둡고 음란한 침실에서 너를 만든 벌로 아버지는 두 눈을 잃으셨다.
에드먼드]형님 말씀이 옳아요.그대로예요.인과응보의 수레바퀴는 한바퀴 돌아서 내가 이 지경이 되었어요.
(글로스터 백작은 자기 시중을 들어왔던 거지가 큰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과 감격에 휩싸여 죽는다.에드거가 전하는 켄트 백작이야기 역시 많은 사람들을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에드먼드를 두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던 큰딸 거너릴이 동생을 독살하고 자살한다.뒤늦게 리어와 막내딸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차에 실성한 리어가 딸의 시신을 안고 나타난다. 절망한 나머지 리어도 죽는다.)

(191)에드거]정말 운명하셨습니다.
켄트]그렇게 오래 견디신 것이 신기한 일이오.천수 이상으로 사셨지요.
올버니]유해를 운구하시오. 우리가 지금 할일은 온국민이 애도의 뜻을 표하는것이오.(켄트와 에드거에게)나의 영혼의 친구인 두 분은 이 나라를 통치하고 이 난국을 바로잡아 주시오.
켄트]저는 곧 여행길에 올라야 합니다.저의 군주께서 부르시니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에드거]우리는 불행한 시대의  큰슬픔을 겸허하게 감내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만 할 말은 삼가고, 우리가 느끼는 것만 말합시다. 제일 연만하신 분이 제일 고통을 받으셨습니다.젊은 우리는 그렇게 많은 고난을 견뎌낼 수도 없거니와 또 그렇게 오래 살아가지도 못할 것입니다.(유해가 운구되어 나가며 장송곡에 맞춰서 모두 그 뒤를 따른다.)

--작품해설--
(193)만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가운데 단 한 편만 남겨놓고 다른 것들은 모두 없애야 한다면 어느 작품을 선택할까. 그럴 경우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서슴지 않고 <리어왕>을 선택할 것이다. 사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여러 가지 의미에서 최상급의 작품이며, 위대한 작품이자 또한 가장 통렬하며 가장 비통한 작품이기도 하다./1605년경 씌여졌으리라고 추측함/이때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숙기/리어왕과 글로스터는 뼈를 깎고 살을 저미는 시련과 고난을 통해서 진실에 눈이 뜨인 새로운 인간으로서 다시 탄생된다./코오딜리어는 극중에서 불과 네 장면에 등장하고 그녀의 대사는 100행을 넘지 않지만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가장 절대적인 개성을 갖는 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