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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 책 팔러 가기

맑은 바람 2025. 5. 1. 13:35

알라딘 중고에서 사들인 책을 다 읽고 다시 알라딘중고서점에 내다 팔러 간다.

18권인데 구입한 가격이 합 133,300원이다. 생각보다 큰 돈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동네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지, 뭐 그걸 사느냐고 한다. 난 생각이 좀 다르다.

한때 출판사에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머리와 눈과 손이 거기 매달렸는지 잘 안다. 새 책을 사야 더 좋겠지만 난 중고를 선택한다. 더 이상 書架의 책 식구를 늘리지 않아야겠기에.

이제는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오면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조차도 기억이 안 나는 나이다.
반드시 나이 탓만은 아니다. 까마귀 정신은 젊어서도 그랬다.내가 엉뚱한 소리를 하면 엄마는 내 귀퉁배기를 쥐어박으며 "요 때조곤이!"한다. **'때조곤이'가 무슨 말인지 아직도 뜻을 모른다.다만 내가 뭘 잊어버렸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이라는 사실 말고는**
내가 더 이상 '독서感想文'을 쓰지 않고 筆寫를 하고 블로그에 저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7년부터 필사한 것이 500여 권쯤 된다.
문득 어떤 책이름이 떠올라 기록물을 찾아 읽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가 없지는 않다. 생활자체가 매사 기록에 의존하다 보니 기억력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책을 펴는 순간 휴대폰 메모란을 열고 터치펜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다 읽은 18권의 책을 가방에 담아 팔러간다.

판 돈을 적립해 두었다가 다시 책을 구입하는 데 쓰고 있으니 나의 책 읽기는 눈이 안 보이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엄니! 쌍거풀진 예쁜 눈은 아니지만 좋은 視力을 주셔서 고마워유~"

<18권의 목록과 구입가격>
1 햄릿   4700
2 오늘을 잡아라 8000
3 젊은베르테르의슬픔 4200
4 불한당들의세계사 4500
5 채식주의자 10500
6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4700
7 멋진신세계 8400
8 위대한개츠비 3300
9 리어왕 4900
10 소년이 온다 10500
11 멕베스 4500
12 희랍어시간 9100
13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10800
14 사랑인줄알았는데부정맥 9400
15 인형의집 8000
16 외투 5900
17 화에 대하여 13000
18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8900

전문책팔이(?)가 필요한 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