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은륜을 따라

한가로움과 활기가 넘치는 월드컵공원

맑은 바람 2008. 8. 4. 14:07

2008.8.3 (일) 쾌청하고 바람 불어 좋은 날

 

 오후 4시,

따가운 여름 해가 설핏 기우는 듯하자 자전거 4대가 아파트를 출발한다.

인도를 따라가다 찻길을 몇 번 건너고 월드컵공원에 닿았다.

처음 와 보는 월드컵공원의 분위기에 압도 당한다.

노르웨이에서 본 비글란 조각공원을 떠오르게 하는 기둥들이 도열한 가운데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고 또는 걸어서 오가는 사람들과 너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음식을 나누는 정경들을 보며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하는 감탄사를 발하게 했던 핀란드 스메타나 공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이제 우리도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공원을 가진 사실을 발견하니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마침 공휴일이자 피서철이라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온 아주 어린 꼬마들도 꽤 눈에 띄었다.

애어른이 한데 어울리니 보기에 참 좋더라.

 

 월드컵공원을 여기저기 골고루 돌아보고 노을공원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섰다. 작고 붉은 싸리꽃이 양 옆에 늘어선 내리막길을 페달에 발만 얹은 채로 사르르사르르 내달리니, 이게 바로 자전거 타는 맛이구나 하는 걸 실감하겠다. 거칠것 없이 쭉 뻗은 길엔 역시 자전거를 탄 사람과 체력 단련에 나선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바람만 산들산들 귓가에 간지럽다. 노을공원이 끝난 곳에 다시 하늘공원이 열렸다. 메타세콰이어 흙길을 달리니 어디 외국에라도 온 기분이 든다.

 

 하늘공원에서 찻길을 건너 상암나루 요트 선착장으로 갔다. 세시간여 달려오다  보니 갈증이 났다.

요트 서너 척이 떠 있는 강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생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래니 문득 뱃심이 생겼다. 사는 게 뭐 별건가? 이런 행복을 찾아 맛보며 살면 되는 거지--

 

 선착장을 떠나며 하늘을 올려다 보니 실낱같은 초승날이 씽긋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