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은륜을 따라

남이섬으로

맑은 바람 2008. 8. 4. 10:25

 

 2008. 06. 19 목  맑음

 

 젊은 날 '낭만적인 곳'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던  남이섬.

비록 가진 것 별로 없어도 젊음이 있어 행복하고 무서운 것이 없고 왠지 자신만만하던 날들-

따뜻한 봄날, 경춘선 열차에 몸을 싣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때면 참으로 즐겁고 행복해서 자꾸 웃음이 쏟아지던 그날들이 떠올라 남이섬은 그립고 아름답다.

 

 그런 날들이 가슴 한 켠에 남아, 8주 동안 자전거 연수를 끝내고 남편에게 신고식 할 장소로 남이섬을 선택했다.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 청평 가평 물길을 따라 달리면 마침내 북한강에 떠있는 한 점 섬 나미나라에 이른다. 수시로 출항하는 여객선에 몸을 싣고 가평나루를 떠나면  5분 만에 남이나루에 닿는다. 남이섬은 운영자(CEO출신 강우현)가 바뀌면서 시설물과 풍광도 많이 달라졌다. 섬 전체를 리모델링해서 좀더 깊고 그윽해졌다고 할까?  섬이름도 아이들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게 '나미나라공화국'이라 바꾸고 조용히 쉬고 싶은사람들이 좋아할 만하게 아기자기하면서도 여기저기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연지', '곤지', '달그릇에 은행 술 빚는 황금연못' 등 9개의 연못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수제자동차나 전기자동차, 자전거 등을 타고 한가로이 강변 산책 길이나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한 시간 남짓 돌면 섬을 골고루 보게 된다. 더운 날씨로 나른함을 느낄 때쯤이면 팥빙수 집에 들러 푸짐한 빙수로 내장의 열을 식히면 다시 정신이 맑고 심신이 개운해진다.

 

 자전거 대여소에 가니 손님을 기다리는 자전거들이 종류도 다양했다. 대여점 직원은 나를 힐끗 보더니 어린애자전거를 한 대 가져온다. '이게 뭐야, 나는 이래 봬도 산악자전거로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

기분이 상하고 성에 차지 않았지만 첫 시승식이고 또 남편도 맘이 놓이지 않는지 '안전한 게 최고'라며 그냥 타란다.

 내 고집대로 하다가 불상사라도 나면 또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내키지 않았지만 올라 탔다. 어린애 자전거를 할머니가 탄 형상이어서 오가는 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거 같았지만 물가 숲길을 오르내리며 이리저리 달리다 보니 신이 나서, 남이야 어떻게 보거나 무슨 상관이랴 하며 힘껏 페달을 밟았다.

예약한 한 시간을 타니 남이섬을 두 바퀴 반쯤 돌 수 있었고 볼만한 건 거의 다 보고 즐길 수 있었다.

다행히 시승하는 동안 불상사가 없었을 뿐더러 '과연 우리 마눌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못믿어하던남편 입에서 '곧잘 타네'하는 인색한 칭찬까지 한 마디 들으니 시승식은 성공한 셈이다.

 

 내게 8주간의 자전거 교육을 통해, 60 나이에 자전거 타는 즐거움과 기쁨을 가르쳐 준 젊은 선생님들과 사단법인 '자전거21'에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다.

 약간 떨리는 첫 시승식

 

 소나무 숲길

 

 잣 까는 청솔모

 

 시승식을 지켜본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