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금강산 기행

맑은 바람 2009. 1. 19. 20:27
 

남자는 1달러, 여자는 4달러   


다시 말하면 입식은 1달러, 좌식은 4달러란다, 좌식에 앉으면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북한의 위생소 요금이다.

우리는 돈 내고 변소 가는 문화에 익숙치 않아 산행하기 전에 무료위생소에서 볼일을

다 보고 내려올 때까지 꾸욱 참았다.

그러니 산 속에 있는 유료 위생소는 개점 휴업상태다.

산꼭대기에는 물과 음료를 파는 북한 판매원들이 있다.


"선생님, 북측 사이다 한 잔 들고 가세요, 2불입네다."


캔 하나엔 얼마냐니까 3 달러란다. 뭐가 그리 비싸냐니까,


"선생님은 몸만 개지구 오셔두 무거운데 우리덜은 선생님들께 봉사하려구 이것들을

지고 올라왔습네다. 저라면 10달라라도 내갔시요."


암팡지게 되받는다. 한화로 얼마냐니까 ,


"달러만 받습니다." 한다


관광상품 판매소에서도 원貨는 취급도 안 하고 카드도 그들이 만들어 준 걸 사용해야

한다.


원, 중국에서는 천원 만원이 그렇게 쓸모 있고 인기가 좋았었는데--


제주도는 한 시간,

중국 서안까지도 한시간 반이면 가건만 금강산까지는 10시간이 걸렸다.

물론 육로이긴 하지만.

외국처럼 출입국 신고서도 쓰고 비자 대신 '금강산 관광증'이라는 걸 목걸이처럼 매달고 다닌다.

관광증을 잃어버리거나 음식물이 묻거나 적시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단다.

젊으나 늙으나 초반부터 죄 쫄게 만든다.



입국신고가 끝나니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인솔자와 가이드가 강조 또 강조한다.


*신문이나 서적 등은 가져 가지 마라

*휴대 전화도 안 된다

*사진을 찍으라는 곳 이외에서는 절대로 찍으면 안 된다

*북한측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말을 걸지 마라

*침을 뱉지 마라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지 마라

*계곡물에 손발을 씻거나 코를 풀지 마라

*그들의 사적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그 위에 올라서지 마라


꼭 학교선생이 아이들한테 하듯 한다.


출발 전부터 우리 식구들은 내가 말실수라도 할까 봐 입에다 테이프 붙이고 다니라며

어린아이 한 데 내놓은 듯한 얼굴들이다.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서린 상팔담에도 오르고 구룡폭포가 잘 바라다보이는 관폭정에 '위대하신 누구'처럼 앉아도 보고

비안개 속에 백운대 오르는 철계단의 3배쯤 되는 아슬아슬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올라 천선대에 이르러 만물상을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의 명승지와 비교하며 못하다느니 낫다느니들 하건만, 신의 솜씨를 놓고 어찌 우열을 가리겠는가.

저쪽이 장엄 웅장이라면 이쪽은 기기묘묘 아기자기다.


다만 그 땅을 지키는 작고 까만 소년병들이 표정없는 얼굴들로,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경찰 입간판처럼 서있던 모습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면서도 가슴에 그늘로 내려앉았을 뿐이다

20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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