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청구영언 다시보기

청구영언 3

맑은 바람 2009. 2. 8. 22:22
 

(9)

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듸 업다(봄산에 눈 녹인 바람 잠시 부는 듯하더니 간 곳 없네)

져근 듯 비러다가 마리 우희 불니고져(그 봄바람 잠깐 빌려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밋테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가 하노라(귀밑의 오래된 백발 녹아 없어지게 하고 싶구나)

-우탁(고려 충렬왕 때 감찰 벼슬)


(10)

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 손에 가싀 쥐고( 한손에는 막대 잡고 또 한손엔 가시를 쥐고)

늙는 길 가싀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했더니)

백발이 졔 몬져 알고 즈럼길노 오더라(어느새 백발이 제가 먼저 알아채고 지름길로 와버렸네)


(11)

梨花에月白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제(배꽃에 달빛이 희고 은하수가 한밤중을 가리키는데)

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야 알아마는(매화의 뜻(자신의 충심)을 소쩍새가 어찌 알까마는)

多情도 病(병)인양하야 잠 못 드러 하노라(정 많음도 병이라 잠을 이루지 못하겠구나)

-이조년(고려 충혜왕 때, 왕이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자 고향에 물러나 진심을 토로한 시)

*일지춘: 매화


(12)

흥망이 有數(유수)하니 만월대도 秋草로다(일어나고 쇠함도 다 때가 있어 옛 궁궐이 가을풀로 무성하구나) 

오백년 왕업이 牧笛(목적)에 붓쳐시니(고려 오백년 역사가 목동의 피리소리처럼 덧없이 사라지니)

석양에 지나는 客이 눈물 계워 하노라(저물녘 지나는 길손의 마음 처량하기 그지없구나)

-원천석(고려 말 진사, 원주에서 농사지으며 생을 마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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