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한석수(공무원 문예대전 우수상)
뽀득 뽀드득 눈 내린 계룡산을 오르다가
불현듯 길도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 한 가마 무게로 딛는 내 걸음에 힘겨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촉감에 내겐 그저 장단으로 들리지만
어쩌면 꾹꾹 참아 삼키는 누군가의 고단함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을 훌쩍 넘게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남을 아프고 힘들게 한 나 모르는 자국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산 아래를 보니
내가 놓고 온 발걸음들이 여전히 뽀드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걸어갈 길은 걸어온 길인 것을
겨울 산은 앞만 보고 걷는 나의 일상을 부끄럽게 했다
****소박한 삶의 성찰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어쩌면 꾹꾹 참아 삼키는 누군가의 고단함일지 모른다'는
이 아침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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