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겨울 산행-한석수(공무원 문예대전 우수상)

맑은 바람 2009. 2. 22. 10:36

 

                                                     겨울 산행

                                                        한석수(공무원 문예대전 우수상)

 

뽀득 뽀드득 눈 내린 계룡산을 오르다가

불현듯 길도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 한 가마 무게로 딛는 내 걸음에 힘겨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촉감에 내겐 그저 장단으로 들리지만

어쩌면 꾹꾹 참아 삼키는 누군가의 고단함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을 훌쩍 넘게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남을 아프고 힘들게 한 나 모르는 자국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산 아래를 보니

내가 놓고 온 발걸음들이 여전히 뽀드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걸어갈 길은 걸어온 길인 것을

겨울 산은 앞만 보고 걷는 나의 일상을 부끄럽게 했다

 

 

****소박한 삶의 성찰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어쩌면 꾹꾹 참아 삼키는 누군가의 고단함일지 모른다'는

이 아침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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