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자작시
엄지이야기
맑은바람
바위처럼 늠름하던 엄지가
어느 날부터
검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키만 훌쩍 큰 검지는 힘에 겨워
새끼 쪽으로 서서히 몸 기댄다
마침내
그 작고 여린 것에게 마음까지 내주는 걸 보고
엄지 옆에 슬픈
옹이 하나
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2004. 5. 25)